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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운 경기였다. 울산은 성남을 상대로 힘든 경기를 펼쳤다. 후반 42분 주니오의 골이 나오기 전까지 울산의 공격은 시원찮았다. 오히려 성남이 준비해온 대로 잘 풀어나간 경기였다. 만약 성남이 몇 번의 기회에서 조금만 더 날카로웠더라면 결과는 정반대였을지도 모른다.

  경기를 결정지은 것은 5월의 POTM(Player Of The Month: 이 달의 선수)에 선정된 주니오였다. 주니오는 경기 막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 지으며 승점 3점을 잡아냈다. 토요일-화요일-토요일 짧은 간격으로 치르는 세 경기의 첫 경기였기 때문에 더 중요한 승리였다. 울산은 5월의 선수 덕분에 동해안 더비의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울산을 질식시켰던 성남, 성남을 좌절케 했던 조현우

 

  성남은 90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울산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틀어막았다. 문장만 두고 생각하면 울산이 맹공을 펼치고 성남이 몸을 던져가며 점수를 지켜내는 모습을 상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 경기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성남은 촘촘한 수비 전술로 울산의 앞을 막아섰다.

 

 

  성남은 공격 시에는 4-4-2 포메이션, 수비 시에는 5-4-1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치렀다. 양동현의 투톱 파트너 최오백은 수비 상황마다 꼬박꼬박 내려와 2선의 수비 블록에 가담했다. 오른쪽 윙어 포지션으로 표시되었던 박수일은 실제로는 왼쪽 측면에서 뛰었는데, 공격 시에는 윙어 위치, 수비 시에는 윙백 위치에서 플레이했다. 이 두 선수의 하이브리드 포지션을 바탕으로, 성남은 두터운 수비 블록을 구축할 수 있었다. 수비 상황마다 양동현을 제외한 9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수비 블록을 형성하는 모습이었다.

 

 

  박수일을 포함한 5명의 수비수들은 최후방 공간을 횡적으로 점유했다. 울산이 공을 몰고 성남 진영으로 넘어오면, 성남의 수비수들은 골키퍼 김영광이 커버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만을 남겨두고 후방으로 내려섰다. 그런 탓에 울산의 측면 자원들은 제 플레이를 펼칠 수 없었다. 공간이 나질 않았다.

  최오백까지 4명의 미드필더로 이루어진 2선은 공의 위치에 따라 움직이며 울산의 미드필더들을 밀어냈다. 울산은 활로를 찾기 위해 방향 전환을 여러 번 시도했지만, 4명이 늘어선 성남의 2선은 빠르게 측면을 커버할 수 있었다. 이 쪽도 마찬가지로 쉽게 공간을 찾아낼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울산은 파이널 서드로의 진입 자체를 힘겨워했다. 성남 2선의 압박에 밀려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까지 접근하는 것조차 애를 먹으니 위협적인 중거리 슛 시도 장면도 나올 수 없었다.

 

  반면, 성남의 공격 시도는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최전방의 양동현은 성남의 역습 장면이 시작되면 수비를 끌고 다니며 동료들이 침투할 공간을 만들었다. 울산의 수비수들이 양동현의 움직임에 현혹되면, 최오백 등의 2선 자원들이 그 틈을 노려 침투했다. 그리고 그에 맞춰 이스칸데로프가 정확한 롱 패스로 단번에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 성남의 전략이었다.

 

 

  정말 다행이었던 것은, 울산의 최후방에 조현우라는 걸출한 골키퍼가 있다는 점이었다. 후반전 종료가 가까워 오기까지 경기가 풀리지 않자, 울산의 선수들은 집중력이 떨어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 와중에도 집중력을 유지했던 선수가 바로 조현우였다.

  조현우는 이번 경기에서 4회의 선방을 기록했다. 같은 시간 동안 성남의 김영광은 2회의 선방밖에 기록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울산의 무실점 승리에 조현우의 기여도가 얼마나 높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공식적인 MoM(Man of the Match)은 주니오로 기록되어 있지만, "조현우 아니었으면 못 이길 뻔했다." 소리가 나올 정도로, 조현우는 이번 경기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SOMETIMES SIMPLE IS BEST

 

  좀처럼 기회를 만들지 못하던 울산이 골에 근접한 장면을 만들기 시작했던 것은, 비욘 존슨의 교체 투입 이후부터였다. 김도훈 감독은 후반 25분, 중앙 미드필더 신진호를 빼고 공격수 비욘 존슨을 넣는 승부수를 던졌다. 숏 패스를 통한 공격 전개가 평소만큼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니, 차라리 롱 패스로 제공권 싸움을 붙여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의 기회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의도였다.

 

 

  빠른 템포의 패스와 변칙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 진형을 흔들고 공격수에게 골 찬스를 만들어주는 것. 울산이 평소 추구하는 공격 방식은, 승리하는 데 있어 분명 효과적인 방법론이다. 리그에서 손꼽힐 만큼 기술적인 선수들로 구성된 울산은, 그 능력들을 바탕으로 가장 성공 확률 높은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때로는 다른 방식이 필요할 때도 있다. 이번 경기와 같이, 상대가 흔들리지 않거나 기존의 방식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없을 때가 그렇다. 단순하게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공을 투입한 뒤에 다음 상황을 노리는 것이 더 좋은 장면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비욘 존슨은 김도훈 감독이 요구한 역할을 잘 수행해냈다. 20여 분의 시간 동안 뛰며 슛은 한 차례밖에 시도하지 못했지만, 울산의 롱 패스 시도가 비욘 존슨을 통해 주니오나 김인성에게 연결되는 장면이 자주 연출되었다.

  위험 지역으로 계속해서 공이 투입되니, 수비하는 성남 입장에서도 조금씩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제공권 다툼에 성공하고 있는 비욘 존슨도 경계해야 했지만, 그렇다고 김인성과 주니오를 내버려 둘 수도 없기 때문이었다. 신경 써야 하는 상대 공격수가 셋이 되어버린 상황. 그리고 그 셋의 움직임 때문에 발생한 미스매치가 결국 경기를 결정짓고 말았다.

 

 

 

POTM 클라쓰

 

  김태환을 막기 위해 최지묵(후반 26분 박수일이 센터백 안영규와 교체되면서, 최지묵은 박수일이 뛰던 왼쪽 윙백으로 자리를 옮겼다.)이 따라붙었다. 그러는 동안 김인성은 안영규를 끌고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로 움직였다. 비욘 존슨은 헤더 경합을 위해 골문 앞으로 달려들었고, 이창용과 연제운이 따라 움직이며 비욘 존슨을 견제했다.

  주니오는 비욘 존슨보다 약간 뒤쪽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성남의 세 센터백은 김인성과 비욘 존슨을 막느라 주니오를 놓치고 말았다. 김태환이 크로스 패스를 시도한 순간에, 주니오의 제공권 경합 상대는 오른쪽 윙백 이태희였다.

 

 

  김인성과 비욘 존슨의 움직임이 주니오에게 기회를 만들어준 장면이었다. 물론 주니오가 공이 올 위치를 잘 찾아 들어간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좋았던 점이 그뿐만은 아니었다. 주니오의 움직임, 크로스 패스를 받아내는 주니오의 움직임은 정말이지 감탄이 나올 만큼 센스 있었다.

  이태희가 주니오의 헤더를 방해하기 위해 몸싸움을 걸어오는 상황이었다. 윙백과 스트라이커의 일반적인 체격 차이를 생각했을 때, 이미 주니오가 더 유리한 듯 보였다. 하지만 주니오는 오히려 이태희의 도전을 역이용해, 유리한 장면을 넘어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헤더 경합을 하는 척 자리를 잡다가, 슬쩍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났다. 주니오를 등지고 밀어내려던 이태희는 무게 중심을 잃으며 뒤로 넘어질 수밖에 없었다. 영리한 속임수로 마크맨을 떨쳐낸 주니오는, 헤더 대신 가슴으로 볼을 트래핑한 뒤 낮게 깔리는 슛으로 골문 구석을 갈랐다. 곧장 일어난 이태희가 몸을 던지고 김동현이 달려왔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5월의 선수, 리그 최고 골잡이의 탁월함을 엿볼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이 쯤 되면 레반도프스키를 뮌헨 주니오라고 불러야 하는 게 아닐까.

 

 

 

후니볼 VS 병수볼, 커밍 쑨!

 

  울산의 다음 상대는 '병수볼' 강원이다. 강원은 수원 원정 경기에서 김경중과 고무열의 골로 역전까지는 성공했지만, 후반 38분 김민우에게 실점하며 아쉬운 무승부를 거뒀다. 2연승의 기세가 꺾이게 된 모양새지만, 여전히 강원은 이번 시즌 가장 주목받고 있는 다크호스다.

  조재완, 김지현, 이영재 등 병수볼 2년차 멤버들도 건재하지만, 특히 김승대와 고무열의 콤비네이션을 조심해야 한다. 전술 성향상 수비 라인을 높이 끌어올려야 하는 울산 입장에서, 라인 브레이커 김승대의 존재는 부담스럽다. 김승대를 막는다 해도 끝난 것이 아니다. 김승대의 움직임에만 집중하다간, 고무열에게 위험한 상황을 내줄 수 있다. 고무열은 이번 시즌 중앙 미드필더 포지션 위주로 출전하면서도, 김승대와의 호흡을 과시하며 벌써 4골이나 기록하고 있다.

 

  지난 시즌 강원은 울산을 상대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김도훈 감독은 김병수 감독에 맞서 3승 1무라는 성적을 거뒀었다. 특히 파이널 라운드에서 맞붙었던 35라운드는 김도훈 감독의 전술적 통찰력과 대처력을 볼 수 있었던 경기였다.(해당 경기 리뷰: https://statelyblu.blogspot.com/2019/10/vs-fc.html) 그런 만큼, 김병수 감독도 이번 맞대결을 벼르고 있을 터다.

  이번 시즌 강원은 리그에서 손꼽힐 만큼 좋은 이적 시장을 보냈다. 강원의 성장과 저력은 지난 5라운드 전북전 승리에서도 느낄 수 있다. 리그 1강 전북을 잡아내며, 울산을 상대로도 승리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얻지 않았을까?

 

  울산은 갈 길이 바쁘다. 전북은 6라운드 인천을 상대로 안 풀리는 경기를 펼쳤지만 이동국의 PK골에 힘입어 결국 승점 3점을 따냈다. 여전히 승점 1점 차 2위. 승점을 놓치지 않고 부지런히 쫓아가야 한다.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하며 이겨나가다 보면 언젠가 순위를 뒤집을 기회가 온다. 못 믿을 포항이 전북을 잡아주길 바라지 말자. 우선 강원에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 가장 기대했던 경기이다. 부디 양 팀 선수들이 부상 없이, 좋은 경기 보여주길 기대한다. 물론, 승리는 울산이 할 수 있기를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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