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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뺨 맞고 시골에서 주먹질한다'. 축구에서는 종종 이 속담이 사용될 만한 상황들이 나온다. 울산과 인천의 이번 경기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지난 라운드 연속된 불운 끝에 전북에게 패했던 울산은, 인천에게 4:1의 대승을 거뒀다. 분풀이를 제대로 하고, 분위기 전환에 성공한 경기였다.

  분풀이 외에도 울산이 얻어간 것이 참 많았다. 이번 리뷰에서는 행복을 되찾은 울산과 울산 팬들이, 이번 경기를 통해 얻은 것들에 무엇인지, 경기 내용을 되짚으며 살펴보도록 하자.

 

 

 

휴식과 경쟁, 그리고 새 얼굴

 

 

① 주전들에게 휴식을 준 백업 미드필더

 

  울산의 선발 라인업이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놀라움 혹은 의아함이었다. 가장 이목을 끌었던 선수는 역시 중원의 김성준이었다.

  울산 팬들에게 김성준은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선수다. 김성준이 출전한 경기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다. 그럼에도 머릿속에 각인될 정도로, 김성준이 출전한 울산은 내용과 결과가 좋지 못했다. 김성준이 지금까지 울산에서 출전한 리그 경기는 6경기. 그중에 울산이 이긴 경기는 겨우 2경기뿐이다. 그마저도 경기 마치기 직전에 교체 투입된 경기들이었다. FA컵과 ACL까지 포함시킨다면 더더욱 암울하다. 김성준이 선발 출전했던 대전 코레일(현 대전 한국철도)과의 FA컵 32강전은 2:0으로 패했다. 우라와 레즈와 맞붙었던 ACL 16강 2차전은 '최악의 경기력'이라고 평가받는 졸전이었다.

  그러니 울산 팬들이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지난 라운드 전북전 패배에 이어서 이번 경기도 그르치는 것이 아닐지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김성준의 활용은 울산에게 반드시 필요한 시도였다.

 

  이번 시즌 울산은 중원 자원으로 윤빛가람, 신진호, 원두재, 고명진을 주로 기용한다. 이 중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했던 선수는 윤빛가람(10회 출전: 선발 8, 교체 2)이고, 신진호(7회 출전: 선발 6, 교체 1), 원두재(7회 출전: 선발 6, 교체 1), 고명진(7회 출전: 선발 3, 교체 4) 또한 고르게 기용되고 있다.

  U22 선수 이상헌이 선발 출전하는 4-2-3-1 포메이션이라면, 네 명의 미드필더로 충분히 한 시즌을 운영할 수 있다. 선발 두 명과 교체 한 명, 그리고 나머지 한 명에게는 휴식을 부여하는 로테이션이 가능하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원두재뿐이라는 점은, 불안하지만 전술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울산은 4-1-4-1 카드를 쓸 때도 있다.

  4-1-4-1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설 때, 울산은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섀도 스트라이커) 이상헌을 선발에서 제외시킨다. 대신 설영우가 풀백 혹은 윙어 포지션으로 출전하고, 역삼각형으로 배치되는 중원 포지션에 위 네 명의 미드필더 중 세 명을 기용한다. 생각지 못한 변수로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심지어 네 명이 모두 선발 출전할 뻔한 적도 있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미드필더 네 명으로는 약간의 불안함이 있다. 단 한 명의 이탈자만 나와도, 4-1-4-1 전술은 쉽게 활용될 수 없다. 백업 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베테랑 위주의 스쿼드를 보유하고 있는 울산이다. 시즌 중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한 시즌 동안 지금과 같은 전술의 다양성을 유지하려면, 출전 가능한 미드필더 자원이 더 많아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R리그가 진행되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 다섯 번째 미드필더 자원의 경기 감각을 회복시키려면 조금이라도 부담이 덜한 경기에 출전시켜야만 했다. 아무리 공은 둥글다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인천전보다 부담이 덜한 경기는 없다.

 

 

  김성준은 이번 경기에서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눈에 띌 정도로 좋지 않은 모습도 없었다. 후반 8분에 교체될 때까지, 경기를 무난하게 소화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김성준이 뛰는 동안 실점했던 것은 사실이나, 그 실점 과정에 김성준의 책임은 크지 않았다. 7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실전을 치르지 못했던 선수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 정도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다.

  결과적으로 울산은 경기에서 이겼고, 김성준은 출전 기회를 얻어 실전 감각을 조금이나마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김성준이 이번 경기에 선발 출전한 덕분에, 신진호는 일주일의 휴식을 더 받을 수 있었다. 지난 라운드 수적 열세 속에 고생했던 원두재와 고명진 또한 체력을 회복할 여유를 벌었다. 팀에게도 선수 개인에게도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② 유망주들의 기회 경쟁

 

  U22 쿼터를 노리는 유망주들의 경쟁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번 경기에서 기회를 잡은 것은 이상헌이었다.

  이상헌은 강원전에 선발 출전한 이후 두 경기 동안 출전 기회를 받지 못했다. 이번 시즌 U22 자원 중 가장 주전에 가까운 선수로 평가받았으나, 지금까지 이상헌이 출전한 경기는 10경기 중 겨우 6경기였다. 게다가 중요한 경기였던 포항전, 전북전에는 설영우가 이상헌을 제치고 김도훈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여름 이적 시장이 시작되고 울산과 홍철에 대한 소문과 함께, 이상헌이 출전 기회를 찾아 팀을 떠날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울산은 수원에게 지불할 이적료가 필요했고, 이상헌을 완전 이적시켜서 그 이적료를 마련하려 한다는 소문이었다.

  울산 팬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홍철의 이적이 걸려있는 문제였기 때문인지 극단적인 반응은 드물었다. 팀의 유망주를 팔아야 한다는 점은 아쉬워하면서도, 그렇게 해서라도 홍철이 오는 것을 더 바라는 분위기였다.

  결과적으로 이상헌은 팀에 남았다. 인천으로 이적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선수 본인이 잔류를 선택하며 없던 일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찾아온 선발 기회. 공교롭게도 상대는 이적할 뻔했던 인천이었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이상헌은 모두가 놀랄 만큼 멋진 활약을 보여주었다.

 

 

  이 모든 상황들이 이상헌을 채찍질한 듯했다. 선수 본인이 즐겨 쓰는 표현대로, '독기를 품은' 듯한 경기력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이상헌은 3회의 슛을 시도해 유효 슛 3회를 기록했다. 주니오(슛 11회, 유효슛 6회)에 이어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유효 슛 기록이었다. 슛 시도 기록 또한 김인성과 함께 공동 2위. 과감하게 시도하고, 그 시도가 모두 골대 안쪽으로 향할 만큼 집중한 모습이었다.

  좋았던 것은 슛 시도만이 아니었다. 이상헌은 전반전 내내 상대 진영을 종횡무진 누볐다.

 

 

지금 이상헌 선수가 정말 잘 움직여주고 있습니다. 이상헌 선수가 움직이는 것 때문에, 지금 인천의 수비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상헌 선수가 좌우측 하프 스페이스 지점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부분들이, 인천의 수비와 중앙 미드필더들을 굉장히 헷갈리게 만들고 있어요.

 

  이 날 경기의 해설을 맡았던 박찬우 해설위원 또한 이상헌의 움직임과 영향력을 극찬했다. 김인성과 이청용이 양 측면에서 인천의 수비 간격을 벌려 놓으면, 이상헌이 그 사이 공간으로 지속적으로 침투하며 기회를 창출해냈다.

 

 

  이상헌이 이 정도로 경쟁력을 보여줬다면, 설영우도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시즌 신인치고 준수한 모습을 보였지만, 눈에 띄게 활약한 정도는 아니었다. 심지어 국가대표급 풀백이 또 한 명, 포지션 경쟁자로 합류했다. 본인의 출전 시간을 지켜내려면, 설영우도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해야 한다.

  유망주들의 경쟁은 앞으로도 남은 시즌 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도훈 감독도 몇 차례의 인터뷰에서, 나이에 상관없이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 팀이 원하는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를 기용하겠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선의의 경쟁 속에 발전할 어린 선수들의 모습이 기대된다.

 

③ 4일째 울산 적응 중

 

 

  울산은 지난 7월 1일, 수원과 국가 대표팀의 왼쪽 풀백, 홍철의 영입을 성사시켰다. 이로써 울산은 또 한 명의 국가 대표급 선수를 보유하게 되었다.

  인천전 선발 라인업이 발표되었을 때, 울산 팬들은 교체 명단에서 홍철의 이름을 발견하고 설레 했다. 홍철은 울산에 입단한 지 4일 만에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후반 8분 김성준과 교체되어 경기에 투입되었다.

 

  아직 입단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가, 부상에서 회복한 뒤 첫 출전이라, 홍철에게 기대하는 공격적인 모습은 잘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수비 상황에서의 좋은 모습은 울산 팬들의 기대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홍철은 이번 경기 1회의 인터셉트와 3회의 차단에 성공했다. 루즈 볼에 대한 집중력을 발휘하며 4회의 루즈 볼 획득을 기록하기도 했다.

 

침투하는 정동윤을 오른쪽 측면까지 따라와, 결국 공 소유권을 따내는 홍철

 

  홍철은 후반전 점수를 지켜내는데 기여하며, 자신의 울산 데뷔전을 4:1 대승으로 마무리지었다. 아직 완벽한 몸 상태는 아니지만, 이번 경기와 더불어 앞으로 점차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을 때, 홍철의 왼쪽은 울산의 또 다른 무기가 될 수 있다. 곧 볼 수 있을 홍철의 날카로운 크로스 패스를 기대해보자.

 

 

 

전방 압박이 만들어낸 이청용의 3호 골

 

  울산은 전반 20분 즈음까지 수비 상황마다 전방 압박을 시도했다. 경기 초반의 흐름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상대 후방 자원들의 실수를 유도해 선제골을 노리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 전략은 보기 좋게 맞아떨어졌다.

  울산은 전반 14분, 이청용이 멋진 선제골을 기록하며 경기를 순조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 이로써 이청용은 포항전 부상 이후 첫 선발 경기에서 시즌 3호 골을 기록하게 되었다.

 

  인천 이우혁의 패스 미스가 시발점이 된 장면이었다. 하지만 울산 선수들의 전방 압박이 없었다면 이우혁의 패스 미스가 있었을까?

  이우혁은 인천에서 패스를 잘하는 축에 드는 미드필더이다. 인천 또한 후방 빌드 업의 중심으로 활용하기 위해 이우혁을 기용했던 것이었다. 압박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편하게 풀어 나올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울산은 이상헌과 주니오, 윤빛가람, 김인성이 골라인과 가까운 지점까지 전진하며 인천을 몰아붙였고, 결국 높은 위치에서 역습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공을 빼앗은 이후의 플레이도 아름다웠다. 이우혁의 패스를 가로챈 김인성이 이상헌의 발밑을 향해 공을 넘겨주었고, 이상헌은 센스 있게 이 패스를 흘려주며 이청용의 슛 찬스를 만들었다. 이청용은 수비수가 따라붙을 시간을 주지 않는 다이렉트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간결하고 정확한 임팩트가 이청용의 여유로움을 보여주는 듯한 장면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이청용은 평소와 조금은 다른 모습이었다. 부상 이탈 이전 이청용은 울산 공격 전개의 중심이었다. 울산은 대부분의 공격을 오른쪽 측면에서 전개했고, 이청용을 중심으로 김태환, 이상헌, 주니오가 공을 주고받으며 기회를 만들곤 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 공격 전개의 중추를 맡았던 선수는 중앙의 윤빛가람이었다. 울산은 공격 상황에서 이청용을 거치는 장면이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었다.(이청용이 75분간 공격 지역에서 시도한 패스의 횟수는 11회였다. 41분 뛴 이근호의 공격 지역 패스 시도가 10회라는 것을 생각하면 눈에 띄게 적은 기록이다.) 그 대신 이청용은 오른쪽 측면에 머무르며 인천이 쉽게 간격을 좁히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 덕분에 중앙의 이상헌이 넓은 공간에서 편안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공격 시 이청용에 의존하는 정도를 낮춘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울산에게 매우 긍정적인 변화다. 이청용이 공격 작업에 가담하지 않아도 울산의 공격은 충분히 날카롭다.

  하지만 상대 입장에서는 그래도 이청용을 내버려둘 수 없다. 이런 딜레마가 생기면 수비에 허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게다가 그 와중에 득점까지 기록했으니, 울산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결과였다.

 

 

 

중앙에서도 여전히 잘한다!

 

  김도훈 감독은 후반 이른 시간 김성준과 홍철을 교체하면서, 왼쪽 풀백 포지션에서 뛰던 박주호를 중앙으로 이동시켰다. 전반전 인천에서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아길라르를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전반전에도 박주호는 측면보다는 하프 스페이스 위치에서 빌드 업에 관여하는 등, 중앙 지향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중앙으로 포지션을 옮기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후반전 박주호는 공격 시 인천의 압박에 맞서 공을 지키고, 연결하며, 수비 시에는 아길라르를 마크하고, 측면의 커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중앙에서 본인의 영향력을 발휘했다.

 

응, 안 뺏겨요. 공 뺏어도 공격권은 안 뺏겨요.

 

  박주호가 중원에 안정감을 불어넣어준 덕분에 울산은 더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전반전 번뜩였던 아길라르도, 후반전에는 더 이상 눈에 띄지 못했다.

 

  박주호가 중앙으로 옮겨간 것과 같은 시점에, 이근호는 이상헌과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밟았다. 포지션은 이상헌과 마찬가지로 2선 중앙이었다. 보통 김인성과 교체되어 윙어 자리에 서거나, 잠시 중앙 포지션을 맡더라도 얼마 안가 스트라이커를 투입하며 다시 측면 포지션으로 이동했던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근호는 후반전 남은 시간 동안 어마어마하게 넓은 활동 반경으로 팀에 기여했다. 공격 상황에서는 양 측면으로 넓게 움직이며 인천 수비를 분산시켰고, 수비 상황에서는 중앙 미드필더처럼 내려와 수비에 가담했다. 심지어 센터백처럼 페널티 에어리어 안까지 내려가 수비하는 장면도 있었다.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 뻔한 장면도 있었다. 역습 장면에서 김태환의 패스를 받아 이동경의 골을 돕는 장면이었다. 후반 30분 이동경의 중거리 슛을 얼결에 막고 말았던, 이전 장면의 빚을 청산하는 장면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근호의 침투 타이밍이 아주 약간 빨랐던 탓에 이 골은 오프사이드로 취소되고 말았다. 결과로 연결되지 않아 아쉬웠지만, 이근호의 움직임이 여전히 날카롭다는 것을 보여주었던 장면이었다.

 

 

  팀 최고참이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이토록 헌신적인 플레이를 보여주는 것은 당연히 팀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한 시즌을 모두 소화하는 것은 어렵더라도, 든든하고 노련한 베테랑들이 뒤를 받쳐준다면 팀을 운영하는 데 조금 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이번 시즌 남은 경기, 적재적소에 등장해 활약할 박주호와 이근호의 모습 또한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해트 트릭 & 해트 트릭

 

  이번 경기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선수를 꼽으라면 역시 해트 트릭을 달성했던 주니오일 것이다. 주니오의 울산 커리어 첫 해트 트릭이었다. 주니오의 마지막 해트 트릭은 대구 소속으로 뛰었던 2017년 10월 8일 전남전에서의 3골이었다. 주니오는 이번 경기로 약 2년 9개월 만에 자신의 해트 트릭 기록을 경신하게 되었다. (울산 소속 선수의 해트 트릭 기록은 더 오랜만에 경신되었다. 2015년 10월 25일 전남전의 코바가 가장 최근의 기록이다.)

 

  첫 번째 골은 이청용의 선제골로부터 10분도 지나지 않아 나왔다. 전반 19분, 주니오는 김태환의 크로스 패스를 받아 수비수와의 경합을 이겨낸 후, 김인성에게 공을 건네고 마크맨을 떨쳐냈다. 김인성은 적당히 공을 세워두며 주니오의 마크맨이었던 김준엽을 잡아둔 다음, 빈 공간으로 이동한 주니오에게 공을 전달했다. 주니오는 벌어진 수비 틈새를 놓치지 않았다. 시즌 10호 골이었다.

 

 

  이청용의 골을 전방 압박이 만들어냈다면, 주니오의 골은 방향 전환과 넓은 위치 선정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김태환의 크로스 패스 이전에, 울산은 왼쪽 터치 라인에서 오른쪽 터치 라인으로 공격 방향을 크게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인천의 대인 마크가 뒤엉키고 말았다. 왼쪽에서 김인성을 견제하던 김준엽은 주니오로 대인 마크 상대를 바꿨다. 센터백들은 공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이동하며, 최전방으로 올라온 이상헌을 견제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른쪽 측면에서 정승현에게 공을 받은 김태환이 먼 포스트를 겨냥한 크로스 패스를 시도했을 때, 다시 발생한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에 인천 수비수들은 제대로 반응해내지 못했다. 센터백들은 이상헌을 견제하고 있었고, 풀백 김준엽이 홀로 김인성과 주니오를 막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김태환의 크로스 패스 직전, 울산의 방향 전환

 

  또, 이 장면에서 볼 수 있는 이청용의 위치 선정도 매우 영리했다. 팀이 공격 방향을 오른쪽으로 전환할 때, 이청용은 터치 라인에 최대한 가까이 붙어 본인의 플레이 공간을 확보했다. 공이 윤빛가람과 정승현을 거쳐 김태환에게 전해지고, 김태환이 크로스 패스를 올리는 순간, 이청용은 김태환 방향으로 두어 걸음 다가섰다. 마치 김태환의 패스를 받아주기 위해 움직이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이 작은 움직임이 정말 의도된 연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김성주는 이 움직임에 속아 이청용을 막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이 움직임은 앞서 언급한 김준엽과 두 공격수의 미스매치로 연결되었다.

  만약 김성주가 이청용에게 달려들지 않고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으로 이동했다면, 이상헌을 견제하던 센터백들 중 한 명이 주니오를 막기 위해 조금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었을 것이다. 영리한 위치 선정과 움직임의 나비효과로, 주니오는 자유롭게 슛을 시도할 수 있었다.

 

  두 번째 골과 세 번째 골은 모두 코너킥 상황에서 나왔다. 세트 피스 공격은 킥의 정확도만큼 약속된 움직임과 집중력도 중요하다. 많은 선수들이 위치 선정을 위해 다투는 만큼, 골문 앞에서는 혼잡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 속에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상대가 예상 못할 계획을 준비해와야 한다. 그리고 그 장면을 득점으로 연결시키려면 끝까지 집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두 번째 골은 불투이스, 정승현, 김인성 등 선수들의 약속된 움직임과 주니오의 집중력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윤빛가람의 코너킥과 동시에, 불투이스와 정승현은 니어 포스트 방향으로 달려들었다. 불투이스가 높이 뛰어올라 머리에 공을 맞혔다.

  센터백들이 제공권 경합을 하는 동안, 김인성은 슬그머니 뒤로 빠져 있었다. 파 포스트 근처로 움직였던 김인성에게 불투이스의 헤더가 연결되었다. 그러나 김인성은 애매한 높이로 날아온 공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했다. 김인성의 허벅지에 맞은 공은, 앞을 막아선 이우혁의 옆으로 떨어졌다. 

  이 공의 행방을 끝까지 쫓은 선수가 있었다. 주니오였다. 주니오는 이우혁의 뒤편에서 루즈 볼을 잡아내며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주니오의 집중력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세 번째 골 또한 주니오의 집중력이 빛을 발한 장면이었다.

  이동경의 코너킥. 골문 앞의 혼전 속에 튕겨 나온 공을 김인성이 헤더로 다시 한번 밀어 넣었다. 그 공을 다시 걷어내려 했던 정동윤의 헤더 실수로 공이 높게 떠 정산 골키퍼의 키를 넘기고 말았다.

  이 공의 행방을 끝까지 쫓은 선수가 있었다. 이번에도 주니오였다. 주니오는 골문 앞으로 떨어지는 공에 가볍게 발을 가져다 대며 결국 해트 트릭을 완성해냈다.

 

행복 트릭

 

  이번 경기에서 주니오 말고도 해트 트릭을 기록한 선수가 있었다. 바로 김인성이다. 김인성은 이청용의 첫 골과 주니오의 첫 번째, 두 번째 골을 도우며 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혹자는 주니오의 두 번째 골 장면을 지적하며 김인성이 얼떨결에 어시스트를 기록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는 의도치 않은 패스로 도움을 기록했다고 김인성의 활약을 폄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 김인성이 그 위치에 없었다면 주니오의 골도 없었다. 김인성의 위치 선정이 좋았기 때문에 허벅지에 맞고 나온 공이 골문 앞에 떨어질 수 있었다. 운이 따라준 것은 맞지만, 김인성의 기여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한 팀에서 골과 도움 해트 트릭이 동시에 나온 경우는, 이번 경기를 포함해서, 1983년 프로 리그가 출범한 이래 13번(2013년 K리그1 출범 이후로 따지면 5번)뿐이다. 울산은 두 해트 트릭 히어로들의 활약으로 프로 구단들 중 이 기록을 가장 많이 달성한 팀(4회)이라는 영광을 이어가게 되었다.

 

 

 

만나면 껄끄러운 친구

 

  울산의 다음 경기 상대는 이번 라운드 광주 원정을 떠나 2:4 대승을 거둔 대구다. 울산 팬들에게 대구는 영 껄끄러운 상대다. 대구의 이미지가 이렇게 바뀐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2018시즌, 울산이 리그에서 대구를 상대로 전승을 거둘 때까지만 해도, 울산 팬들에게 대구는 당연히 잡아야 하는 팀이었다.

  그러나, 그 해 12월부터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FA컵 결승에서 마주한 대구는, 리그에서 만났던 그 팀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울산이 홈에서 역전패, 원정에서 대패하며 우승컵을 내줬을 때, 울산 팬들은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황당함과 허탈함에 화를 낼 수도 없을 정도였다.

  '대구탕의 저주'라고 불리는 FA컵 결승전 패배 이후, 울산에게 대구는 전에 없이 껄끄러운 팀이 되었다. 2019시즌 상대 전적은 1승 3무. 그것도 3번의 무승부를 거둔 뒤, 시즌 마지막 맞대결에 가서야 겨우 승리를 거둔 성적표였다. 대구탕 영상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던 박용우는 그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묵은 감정이 많았는지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대구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안드레 감독이 떠나, 이병근 감독 대행 체제로 시즌을 운영 중이다. 시즌 초에는 코로나 여파 등의 이유로 주춤하는가 했지만,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세징야는 6월 POTM에 선정될 정도로 활약 중이고, 에드가 역시 여전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시즌부터 하늘색 유니폼을 입게 된 데얀은 이번 라운드 시즌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멀티골을 기록했다. 외국인 선수뿐만 아니라, 김대원, 정승원 등 젊고 에너제틱한 선수들도 작년보다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울산과 대구의 전술적 상성도 썩 좋지 않다. 공을 점유하며 경기를 풀어가야 하는 울산은 수비 라인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대구는 늘 그랬듯 내려서서 공격을 막아낸 뒤 높은 수비 라인의 뒷공간을 노릴 것이다.

 

  과연 울산은 대구를 잡고 우승 경쟁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징크스는 작년에 끊어냈으니, 부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길 바란다. 울산의 선수들은 충분히 강하고, 승리를 이뤄낼 능력이 있다.

 

 

 

이 글은 제휴 파트너, 울산 팬 커뮤니티 '울티메이트'와 함께합니다. (이미지 클릭 시 방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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