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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취미 생활이 그렇듯, 축구는 알면 알수록 더 재밌다.

그러나 무턱대고 알아보려다 보면, 그 설명에서도 모르는 것을 발견해 오히려 궁금증만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투머치싸커는 그런 경험을 겪어온 축알못이 뉴비 축알못들에게 전하는 축구 썰이다.

 

 

 

 

 

Q. 오늘의 주제: 대체 '템포'가 무슨 말이야?

 

축구 중계를 보다 보면 '템포'라는 말이 굉장히 많이 나와. "빠른 템포의 역습"이라든지, "빠른 템포로 시도한 슛"이라든지, "템포가 너무 느리다"라든지...

또, 축구 좀 본다는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이기도 하지. 선수를 평가할 때, "저 선수는 템포를 너무 잡아먹어!" 같은 말, 들어본 적이 있지 않아?

 

근데, "그래서 템포가 정확히 뭔데?"라고 물어보면 설명하기가 되게 애매해.

'속도'를 의미하는 것 같은 뉘앙스는 알겠는데, 정확히 "이건 이거야!"하고 말하기가 어렵단 말이지.

팀을 설명할 때 '템포'가 나오는 경우도 있고, 선수 개인을 설명할 때 '템포'가 등장하는 경우도 있어.

정확하게 대치될 만한 우리말 단어도 없는 것 같아. 비슷하게 보이는데도, 막상 바꿔 말해보면 이 문장에서는 어울리고, 저 문장에서는 이상해.

 

 

 

Q. 그럼 '템포'라는 말이 팀한테 쓰일 때랑, 선수한테 쓰일 때, 다른 의미로 쓰이는 거야?

 

반은 맞고, 반은 애매한 것 같아.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같은 맥락의 의미라고 생각해.

이건 좀 이따 더 설명해줄게.

 

앞 질문 먼저 답변하자면, 내가 생각했을 때 템포는, '선택의 속도'인 것 같아.

 

 

 

Q. 선택의 속도?

 

응. 개인적으로는 이 '선택'이라는 키워드가 '템포'라는 말을 설명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조금 더 알기 쉽게 설명하면, 우리도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선택들을 하잖아? '5분만 더 잘까?'부터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하지?'까지 모든 게 선택이야.

근데 이 선택들을 빠르게 해 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심사숙고하느라 남들보다는 조금 느린 사람도 있어.

사람에 따라 다를 뿐만 아니라, 선택해야 할 문제의 중요도에 따라도 다르지.

 

축구에서도 마찬가지야. 축구를 할 때도 수많은 선택을 해나가야 해.

'드리블로 눈 앞의 수비수를 제칠까? 아니면 동료에게 패스를 주고 공간으로 뛰어들어갈까?'부터, '누구에게 패스를 주지?' 같은 간단한 문제까지 모든 게 선택이야.

그리고 당연히, 이 '선택'을 빠르게 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천천히 하는 선수도 있는 거지.

 

 

 

Q. 지금까지 설명한 건 선수한테 쓰는 '템포'를 설명해준 것 같은데, 팀한테 쓰는 '템포'랑은 뭐가 다른 거야?

 

선수한테 쓰는 '템포'는 정말 여러 의미로 쓰이는 편이야. 그 선수가 가지고 있는 플레이 성향을 이야기할 때도 쓰이고, 그 선수가 실제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을 이야기할 때도 쓰여.

예를 들면, "A 선수는 플레이 템포가 빠른 편이야."라고 말한다면, A 선수는 평소 공을 굉장히 간결하게 차는 편이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해. 그라운드 위에서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지 선택을 빠르게 하면, 그만큼 플레이가 간결해지지 않겠어?

그런가 하면 "빠른 템포로 슛을 시도했다!"같은 말은 선수의 성향보다는 선수의 행동을 표현하는 말이야. 이건 '한 박자 빠른 슛'같은 말이랑 비슷하겠네.

왜 한 박자 빠르게 슛하냐고? 일반적인 선수들이 슛하는 타이밍보다 조금 이르게 공을 차 버린다면, 막는 입장에서는 당혹스럽지 않을까? '한 발, 두 발, 슛!' 할 줄 알았는데, '한둘 슛!' 해버리면 예상보다 빨리 몸을 움직여야 하잖아.

 

그에 비해 팀한테 쓰는 '템포'는 좀 더 전술적인 뉘앙스가 짙어.

팀의 성향이라기보다는, 감독이 원하는 전술을 구현해내기 위해서, 그때그때마다 선수들에게 특정한 '선택의 속도'를 요구하는 거야.

 

 

 

Q. 해설위원들이나, 감독들 하는 말을 들어보면, '느린 템포'보다는 '빠른 템포'라는 말을 훨씬 많이 쓰던데, 템포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거야?

 

어느 정도는 맞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아.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

 

빠른 템포로, 그러니까 최대한 간결하게 축구를 하면, 상대가 예상하기 전에 플레이할 수 있겠지.

아까 얘기했던 빠른 템포의 슛과 같은 맥락이야. 패스도 빠르게, 움직임도 빠르게. 그런 선수를 막아내야 하는 수비 입장에서는 부담이 있겠지? 패스를 차단해야 하는데, 패스 길목을 막기 전에 이미 패스를 시도해버리는 거야.

 

팀의 템포를 높인다는 건, 공격 장면에서 그 장면에 참여하는 모두가 빠른 템포의 플레이를 한다는 의미야. 판단 속도는 최대한 빠르게, 볼 터치는 가능한 적게.

원터치로 주고받으면서 전진하면, 막는 팀 입장에서는 얘를 막아야 할지, 쟤를 막아야 할지, 공이 어디로 갈지 정신없지 않겠어? 그러다 누구는 얘 막으러 이리 오고 누구는 쟤 막으러 저리 가버리면, 수비 형태고 뭐고 다 망가지는 거잖아.

 

 

 

Q. 그럼 느린 템포는 뭐가 좋아?

 

느린 템포는 빠른 템포랑 반대로, 심사숙고해가면서 플레이를 하는 거야.

어디로 패스를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누가 어디로 뛰어들어가고 있는지 판단을 하면서 침착하게 플레이를 하는 거지. 그런 판단들로 신중하게 플레이를 하는 만큼 실수가 적고 안정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어.

 

 

 

Q. 느린 템포도 좋은 것 같은데... 각각 어떤 단점이 있는 거야?

 

설명을 이어서 느린 템포의 단점부터 소개하자면, 침착하고 신중한 만큼 플레이가 늦어.

플레이가 늦으면 어떤 상황이 발생하느냐? 상대한테도 대비할 여유가 생기는 거지.

축구는 턴제 게임이 아니잖아? 내가 쓰는 시간만큼 상대한테도 시간이 주어지는 거란 말이야.

그 시간 동안 공 가진 선수가 전진 패스할 수 있는 길목들을 다 막아버리면, 그 선수가 할 수 있는 건 백 패스 아니면 드리블밖에 안 남는 거야.

 

그럼 빠른 템포의 단점은 뭘까?

축구는 팀 게임이야. 나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 각자 머릿속에 있는 '빠른 템포'의 정도는 다 다르단 말이야.

간결하게 플레이를 하려면, 플레이를 하기 전에 미리 많은 정보를 얻어야 해. 근데 같은 시간 동안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사람마다 다르단 말이지.

예를 들면, 내가 중앙 미드필더인데, 내 뒤에 있던 센터백이 나한테 패스를 하려고 해. 이 상황에서 내가 최대한 간결하게 플레이하려면, 공을 받기 전에 이미 어떤 플레이를 할지 정해야겠지? 근데 그걸 정하려면 '내가 지금 어떤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상황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단 말이야.

그런데 내 동료, 그러니까 패스를 하려던 센터백은, 내가 상황 파악을 할 때까지 마냥 기다려주질 않아. 이쯤이면 됐겠지, 하고 패스를 해버린다고. 그럼 공이 나한테 올 때까지 나는 최대한 주변을 둘러봐야지.

내가 상황 파악이 빠른 편이라면, 우리 윙포워드가 측면 공간으로 달려 나가는 걸 볼 수도 있어. 어쩌면 어느 패스 길로 주면 될지까지 판단이 설 수도 있겠지. 주변에 횡 패스를 할 만한 선수가 얼마나 있는지, 내 등 뒤로 마크맨이 달려오고 있지는 않은지도 미리 파악해둘 수 있어.

근데 만약에 내 상황 파악이 느린 편이라면? 아무것도 파악 못하고 공을 받아버릴지도 몰라. 그럼 플레이는 급해지고. 급한 플레이가 정확할 리 없잖아? 패스 미스로 상대한테 공을 헌납해버릴지도 몰라.

 

 

 

Q. 그럼 어떻게 해야 해?

 

팀의 템포를 올리고 싶으면, 공을 받는 사람이 많은 정보를 최대한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지.

경기 전에 미리 서로 어떤 상황에 어떻게 움직일 건지 약속을 해두는 방법도 있을 거고,

패스를 발 밑이 아닌, 그 선수 앞의 공간으로 패스하는 것도 방법일 거야. 어차피 빠른 템포의 공격을 하는 건, 상대가 대비하기 전에 상대 진영 깊숙한 곳까지 올라가서 골을 넣기 위한 거잖아? 공간을 향해 패스를 하면, 공을 받는 사람이 공을 쫓아 달려가면서, 자기 앞쪽의 상황을 파악하기 쉽겠지. 어차피 공을 쫓으려면 앞으로, 그러니까 우리 팀의 공격 진행 방향으로 몸을 돌려야 하니까. 낙하지점만 파악해두면 그 낙하지점 쪽으로 달리면서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있을 테고 말이야.

 

 

 

Q. 빠른 템포가 어울리는 상황이랑 느린 템포가 어울리는 상황이 따로 있을까?

 

간혹 정~말 기술적으로 특별한 선수라면 어느 상황이든 본인이 원하는 템포로 플레이를 할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상황마다 어울리는 템포가 있긴 해.

가장 쉬운 예가 역습 상황이야. 우리는 속공하러, 상대는 수비 복귀하러 뛰어가는 상황. 여기서 템포를 늦춰버리면, 상대가 수비로 다 내려가서 역습 상황 자체가 끝나버려. 그런 상황에서는 팀이나 선수 개인이나 최대한 빠른 템포로 플레이하는 게 필요하겠지.

 

그 외에는... 음, 위치에 따라 어울리는 템포가 있기도 해.

예를 들어 상대 진영. 특히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플레이 하는 구역. 그 위치에서 플레이할 때에는 일반적으로 빠른 템포의 플레이가 필요해.

 

 

공격형 미드필더가 활동하는 지역은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위협적인 공간이라서, 여기에서만큼은 절대 공격수가 마음대로 플레이하게 둬선 안돼.

상대 공격형 미드필더가 저 지역에서 여유를 가지고 플레이를 하면, 골문을 향해 중거리 슛을 시도하거나, 수비 사이로 침투하는 최전방 공격수에게 스루 패스를 찔러 줄 수도 있고, 드리블 돌파를 해서 골키퍼랑 일대일 찬스를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단 말이야.

그러니 과연 수비수들이 저 지역에서 공을 받은 공격형 미드필더를 가만히 놔둘까? 당연히 공을 빼앗으려고 달려들겠지?

그럼 공격형 미드필더 입장에선 어떻게 해야겠어? 당연히 최대한 빠르게 판단하고, 최대한 간결하게, 다시 말해서 최대한 빠른 템포로 다음 플레이를 펼쳐야 하지 않겠어?

 

반대로 느린 템포가 필요한 순간도 있어.

예를 들면 후방에서 공을 돌릴 때. 후방 빌드 업이라고도 하지. 흔히 '뒷키타카'라고 부르면서 사람들이 극혐하긴 하는데, 사실 뒷키타카도 필요할 때가 있어.

상대가 다 내려가서 골문 앞에서 버티고 있다고 생각해봐. 전진 패스를 해야 골문 근처에 있는 공격수들이 슛할 기회를 만들 텐데, 상대가 수비벽을 단단히 세워서 전진 패스할 공간이 없어. 그럼 어떡해야 할까?

뒤쪽에서 공을 돌리면서 상대를 끌어내야지. "너네 계속 수비하고 있을 거야? 우리가 공 갖고 있는데, 안 뺏으러 올 거야?" 하면서 유혹하는 거야.

근데 거기서 정신없이 막 빠른 템포로 패스를 주고받아 봐. 상대가 공을 뺏으러 가고 싶을까? 어차피 뺏으러 가봤자 금방 다른 쪽으로 공 돌릴 텐데? 그냥 가만히 자리 지키면서 체력 아끼는 게 이득이지.

 

사실 예시가 좀 극단적이긴 했는데,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야.

상대 수비 블록에 틈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수비수를 자기 자리 밖으로 끌고 나와야 해. 어떻게? 공으로 유혹하는 거야. '저렇게 둔하게 플레이하고 있으니, 깔끔한 태클로 공만 빼낼 수 있겠다!' 착각하도록 말이야.

 

어때? 감이 좀 잡혀?

그러니까, 템포라는 건, 딱 빠르다 느리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야.

선수에 따라, 상황에 따라, 위치에 따라 빠르고 느린 템포를 잘 섞어서 플레이해야 하는 거란 이야기야.

 

 

 

 

 


 

투머치싸커는 상호작용적인 콘텐츠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한 편 한 편의 마지막이 완결이면서도 미완결이라고나 할까요?

댓글, 쪽지, 블로그 댓글, 블로그 방명록 등 어느 방법으로든 좋으니,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질문을 남겨주세요.

이번 주제에 관련된 질문이라면, 이 글에 붙여 설명을 이어나가고,

다른 주제에 관한 질문이라면 후속편의 주제로 다루겠습니다.

 

구어체로 풀어 쓰는 것이 좀 더 이해를 도울 것 같아서 일단은 구상대로 작성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구어체로 쓰다 보면 양이 원체 많아지는 것도 문제일 것 같네요.

이해가 어려운 부분은 없는지, 읽기 불편한 부분은 없는지, 내용이 너무 쉽다든지, 별로인 거 같다든지

어떤 의견이든 좋으니 댓글을 남겨주세요.

그런 반응을 보려고 하는 파일럿이니까요. 🙏🙏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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