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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를 나쁘지 않게 풀어가다 일격을 당하면, 팀은 어떤 분위기가 될까? 하프 타임을 앞두고 선제골을 내준 상황이라면, 감독은 라커룸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까? "운이 좋지 않았다. 경기력이 나쁜 건 아니였으니 조금만 더 분발하자."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결의를 다지고 나온 후반전, 울산은 경기가 재개되자 마자 또 한 골을 실점한다. 이제 경기를 뒤집으려면 세 골이 필요하다. 정신력을 다잡거나 극적인 전술 변화를 할 수 있는 하프 타임은 더 이상 없다. 팀의 분위기가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울산은 수원을 상대로, 2:0으로 벌어진 경기를 40여 분 만에 역전해냈다. 극적인 역전승으로 울산은 리그 단독 선두 자리를 지켰다. 수원전, 울산이 드러낸 약점과 그 약점마저 덮어낸 저력은 무엇이었을까?

 

 

 

1라운드의 불안감이 2라운드에서 터지다

 

울산은 1라운드와 똑같은 선발 및 교체 명단으로 2라운드에 나섰다.

 

  울산은 지난 상주전, 4-2-3-1 포메이션의 3선에 윤빛가람과 신진호를 기용했었다. 많은 이들이 두 3선 미드필더들의 수비력 부족에 우려를 표했지만, 울산은 전술 운용과 커버 플레이로 수비적인 문제점을 메우고 보란 듯이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2라운드, 울산은 변함 없는 포메이션과 선수 명단으로 수원 원정 경기에 나섰다. 지난 경기 결과가 워낙에 좋았으니 납득 가능한 결정이었다. 리그 단축 때문에 더더욱 시즌 초반 상승세를 굳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해도, 좋은 결과를 낸 선발 명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불합리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1라운드와 2라운드의 상대가 다르다는 점이었다. 포메이션부터 차이를 보였다. 상주는 4-3-3 포메이션, 수원은 3-5-2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다. 두 명의 센터백이 중앙 공격수 진성욱과 매치업 되었던 상주전과 다르게, 수원전 불투이스와 정승현은 각각 크르피치와 한의권을 상대해야 했다. 지난 경기 3선 미드필더의 수비력을 보완했던 센터백의 전진 수비는 당연히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중앙 공격수의 수와 그를 상대하는 중앙 수비수의 수가 같으면, 수비하는 팀 입장에서 굉장히 불안한 상황이 된다.

 

  축구에서 수비는―개인 대 개인으로 보나, 팀 대 팀으로 보나상대 공격에 맞춰 반응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수비 측의 움직임은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공격은 수비가 미처 반응하지 못할 움직임으로 의외성을 창출하고, 그 의외성 때문에 생긴 허점을 이용하려 한다. 허점 발생을 대비하기 위해 수비 측은 동료들을 커버해줄 인원을 추가 배치시킨다. '수비수를 공격수보다 한 명 더 두는 것'이 정석적인 플레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불투이스는 크르피치를 견제하느라 한의권의 대각선 침투를 커버 해주지 못한다.

 

  하지만 백포 전술로 투톱 전술을 상대하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미드필더나 풀백 중 한 명에게 전진을 자제하고 센터백의 수비를 돕도록 주문한다면 수비 시 중앙의 수비 숫자를 늘려줄 수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기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대비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날 울산의 3선 미드필더들은 그런 역할을 수행 해주지 못했다.

 

  전반전 내내 주도권을 쥐고 있던 건 울산이었지만, 울산의 공격은 수원의 수비에 고전했다. 역습 상황에서 때때로 위협적인 장면들을 보여주었으나, 지공 상황에서는 아니었다. 특히 세 명의 센터백과 세 명의 미드필더가 틀어막고 있는 중앙에서의 공격이 여의치 않았다.

 

전반 23분 울산 공격 장면: 이청용은 이상헌에게 공을 건네 받았으나, 더 이상 중앙으로 공격을 이어나갈 길이 없었다.

 

  울산은 중앙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방향 전환을 지속적으로 시도했다. 수원은 한의권을 2선으로 내려 5-4-1의 형태를 만들면서까지 울산의 중앙 진입을 저지했다. 결국 울산은 중앙 지역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측면 공격에만 의존해야 했다.

  전반전 중후반 즈음부터 울산의 3선 미드필더들이 조금씩 전진하기 시작했다. 조금 더 높은 위치에서 공을 받아주며 상대 미드필더들을 끌어내고, 그 공간을 활용해 중앙의 활로를 찾으려는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이 전진 때문에 3선 미드필더들의 수비 라인 보호 역할 수행이 불가능해졌고, 울산은 위기를 맞게 되었다. 전반 44분의 선제 실점 장면이다.

 

수원의 역습 장면: 고승범이 하프 라인을 넘어 오는 동안, 울산의 중원은 텅 비어있었다.

 

  울산의 공격 시도가 실패한 직후 이어진 수원의 역습이었다. 측면에서 공을 받은 염기훈을 막기 위해 신진호가 전진했으나, 공을 빼앗지 못했다. 윤빛가람은 염기훈의 패스를 받은 고승범에게 돌파당했다. 고승범이 공을 몰고 울산 진영으로 넘어왔지만, 센터백들은 한의권과 크르피치를 의식하며 고승범에게 달려들지 못했다. 여유롭게 주변 상황을 파악한 고승범의 중거리 슛. 이상헌이 뒤늦게 쫓아왔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여러 모로 아쉬운 장면이었다. 신진호가 조금만 더 빨리 뛰어 고승범을 방해했다면, 정승현이 김태환에게 한의권의 견제를 맡기고 조금만 더 빨리 전진해 슛 코스를 막았다면, 이렇게 쉽게 중거리 슛을 허용하진 않았을 것이다. 지난 상주전 유기적인 커버 플레이를 보여줬던 울산 선수들이라 더더욱 아쉬웠다.

 

 

  후반전 초반의 실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데이비슨의 판단력이 아쉬운 장면이었다.

  김민우가 중앙으로 치고 들어올 때 제 자리를 비우고 따라붙었다면 파울으로라도 확실히 끊어냈어야 했다. 김민우가 크르피치에게 패스 했을 때도, 데이비슨은 그 패스를 끊어내지 못했다. 크르피치가 한의권에게 공을 연결했을 때는 이미 불투이스가 길목을 막는 중이었고, 김인성도 수비 가담을 위해 뛰어 내려오고 있었다. 그렇다면 데이비슨 본인은 한의권을 뒤따라오던 명준재를 마크했어야 했다.

  한의권 한 명에 세 명이 붙는 것은 당연히, 다른 누군가에게는 노 마크 찬스를 내주는 것이었다. 그 상황에서 더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한 데이비슨의 판단력이 아쉬웠고, 수비수들 사이에 콜 플레이가 전혀 되지 않았다는 점 또한 아쉬웠다.

 

  사실 무실점으로 마친 상주전에서도 데이비슨의 측면 수비는 불안했었다. 상대 측면 자원의 크로스 패스를 막기 위해 튀어나가는 타이밍이 조금씩 늦었고,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허용하는 장면이 빈번하게 나왔었다. 센터백들이 크로스 패스를 끊어내고, 진성욱과의 제공권 경합을 대부분 이겨낸 덕분에 실점이 나오진 않았지만, 데이비슨이 좀 더 적극적으로 크로스 패스를 방해해주는 것이 필요했던 장면들이었다.

  데이비슨의 수비력은 시즌 초반 울산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중앙이 아무리 튼튼하더라도 측면에서 계속 크로스를 허용하면, 중앙도 흔들리는 순간이 온다. 울산의 왼쪽이 약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데이비슨의 성장이 필요하다. 선수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팀 전체의 협력, 특히 콜 플레이 또한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빠른 판단력과 적절한 변화

 

  울산이 두 골 차 경기를 뒤집어낸 것에는 김도훈 감독의 공이 매우 컸다. 크르피치에게 두 번째 골을 실점한 뒤, 울산은 5분여 만에 선수 두 명을 교체하며 과감한 전술 변화를 시도했다.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의 이상헌이 나오는 대신 고명진이 투입되었고, 신진호를 빼는 대신 원두재를 투입했다. 교체를 마친 후 울산의 포메이션은 4-1-2-1-2, 소위 다이아몬드 4-4-2라고 부르는 진형이었다. 따로 윙어를 기용하지 않는 다이아몬드 4-4-2 포메이션은, 중앙 미드필더 자원의 머릿수를 늘려 중원 장악을 용이하게 만들었다.

 

 

  울산은 다이아몬드의 양 측면 꼭지점에 선 미드필더들에게 중앙과 측면을 오가는 메짤라 역할을 맡겼다. 공격 시 윙어 역할을 대신해야 하는 풀백들의 부하를 줄이고, 공격 전개 상황에 맞춰 중앙과 측면 모두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윤빛가람, 이청용, 고명진은 서로의 위치를 바꿔가며 상대 수비를 흔들고, 간결한 패스 워크로 공격을 풀어나갔다.

  이 전술 변화로 울산은 전반전과 달리 중앙에서도 공격을 전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중앙에서 공격을 시도하자 마자, 주니오의 추격골이 터졌다. 고명진이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얻어낸 스로인부터, 윤빛가람의 감각적인 패스, 이청용의 원 터치 패스와 주니오의 센스 있는 마무리까지. 완벽하게 아름다운 골이었다.

 

 

  중앙의 공격 전개가 가능 해지면서, 측면은 더더욱 자유로워졌다. 전반전과 달리 투톱을 상대해야 하는 수원의 백쓰리는 더 이상 측면을 커버해줄 여유가 없었다. 주니오와 김인성은 수비수 사이 공간으로 침투하며 수원의 수비진을 괴롭혔다. 중앙의 미드필더들도 마찬가지였다. 유동적으로 움직여대는 울산의 미드필더들을 막아내기에 바빴다.

  결국 측면은 풀백 대 윙백의 싸움이었다. 데이비슨 대 명준재, 김태환 대 홍철. 그리고 홍철이 김태환을 막아내지 못한 순간, 김인성의 동점골이 나왔다.

 

 

  공격 장면에서는 전방의 세 중앙 미드필더들이 활약하는 한편, 수비 장면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가 돋보였다. K리그 데뷔전을 치르게 된 원두재는, 전반전 울산에 부족했던 수비 라인 보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원두재는 공격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센터백들과 함께 후방에 머무르며 역습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다 상대에게 공격권이 넘어가면, 상대의 투톱 중 한 쪽을 견제했다. 센터백들에게 다시 상주전과 같은 2:1 구도를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커버 플레이가 가능해진 수비 라인은 전반전보다 훨씬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1차적으로 크르피치를 방해한 뒤, 김민우가 전진하며 다시 2:2 구도가 되자 이번에는 타가트를 방해하는 원두재

 

  개인적으로는 원두재가 투입되면서 울산이 오히려 더 공격적인 모습이 되었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상주전을 떠올려 보면, 윤빛가람과 신진호의 더블 볼란테 시스템도 수비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보이지는 않았다. 2선의 이상헌까지, 중앙에서 뛰는 미드필더 자원들이 모두 공격적인 성향을 띤 선수들임에도 불구하고 수비적인 문제가 없었다. 그것은, 울산이 '선수 기용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수비 밸런스를 맞추는 것'에 성공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 지점이 필자에겐, 2020시즌 김도훈 감독의 가장 달라진 모습, 전술적인 면모로 보였다.

  그 덕분에 울산은 스쿼드에 수비형 미드필더가 부족하다는 리스크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한 술 더 떠서, 수원전처럼 원두재를 조커 카드로 쓸 수도 있게 되었다.

 

 

 

이 재미있는 경기의 해설이...

 

  지난 주말 열렸던 경기 중 가장 많은 골이 터졌던 경기였다. 두 골차를 뒤집어낸 대역전극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다이나믹한 경기에도 옥에 티가 있었다. 박문성 해설위원과 함께 중계를 진행했던 송재익 캐스터였다.

 

경남에서 온 한의권!
29살, 성남에서 옮겨온 홍철, 176cm의 키.
성남에서 온 김인성.
불투이스입니다, 192cm의 키.
김용우 주심, 38살, 181cm의 키.

 

  송재익 캐스터의 지난 경기 중계는 현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우리는 인터넷이 발달해, 원한다면 중계를 보는 와중에도 선수들의 프로필 정도는 검색 해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초고화질 TV는 수치 정보 없이도 선수들의 외양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하다. 선수들의 나이와 신장은 더 이상 중계에 필요한 정보가 아니다. 더군다나 주심의 신상 정보는 더더욱 필요 없다.

  선수들의 이전 소속 팀에 대한 멘트들은 도무지 그 의도를 알 수 없었다. 한의권은 2015년 경남을 떠나 대전으로, 대전에서 다시 아산(병역 의무 이행)을 거쳐 2018시즌 수원에 온 선수다. 경남에서 전성기를 보낸 선수도 아닐 뿐더러, 수원에서 뛴 지 3시즌째다. 김인성의 경우는 더더욱 이상하다. 김인성은 내셔널 리그 강릉시청 출신이고, CSKA 모스크바에서 프로에 데뷔했으며, 이후 성남, 전북, 인천을 거쳐 울산에 왔다. 성남에서 뛴 것은 2013년 한 시즌 뿐이다. 도대체 '성남에서 온 김인성'이라는 멘트가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가?

 

  2019시즌 프로축구연맹이 실시했던 K리그2 자체 중계로 10년만에 복귀한 송재익 캐스터는, 2020시즌부터는 K리그1 경기 중계에도 참여하고 있다. 연맹의 K리그 프로덕션 팀이 TV 주요 시청자층인 중장년층과 K리그 올드 팬들을 타겟으로 삼아 기획한 것이었다.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연령을 떠나 모든 국민이, 특히 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국민이라면 더더욱, TV와 컴퓨터 화면 앞에 묶이게 되었다. 연맹이 노리던 '중장년층과 올드 팬'이라는 타겟은 아직도 유효할 수 있는가?

 

  송재익 캐스터의 복귀가 본인이 원한 것이었든, 연맹의 종용에 못 이긴 것이었든, 일단 중계를 맡기로 했다면 조금 더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K리그 팬들에게는 인터넷과 초고화질 TV가 상용화된 시대에 알맞은 중계가 필요하다. 잠재적인 K리그 팬들에게는 흥미를 가질 만한 정보가 필요하다. 우리는 재미있는 중계를 듣고 싶다. 준비해온 선수 신상정보나 읊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 니 자신 있나!

 

  울산의 다음 경기 상대는, 승격팀 부산 아이파크다. 부산은 2017시즌 FA컵 결승전 이후 약 2년 반만에 문수축구경기장을 찾는다. 당시 울산의 수비를 책임졌던 레전드 센터백 강민수는 공교롭게도 현재 부산의 주장이 되어 팀을 이끌고 있다. 직관이 가능했다면 필자를 포함한 수많은 울산 팬들이 반겨주었을 텐데, 시국이 야속하게만 느껴진다.

  강민수를 상대해야 하는 울산의 공격수들은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까? 전북과의 동점 상황에서도 미드필더를 빼고 최전방 공격수를 투입하는 조덕제 부산 감독은, 울산을 상대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올까? 울산과 부산, 또 한 번의 '찐창 대결'이 기대된다. "마! 부산쉐이들 자신 있나!"

 

 

 


덧붙이는 말

 

  맥락이 애매해지는 것 같아 퇴고하면서 걷어냈던 내용이지만, 짧게나마 정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덧붙입니다.

  축구 중계도 시대에 맞춰 발전하면서, 캐스터와 해설위원 사이의 역할 분담이 점점 모호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캐스터들의 역할은 단순히 경기 상황을 음성으로 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해설위원에게 화두를 던지면서 흥미로운 정보를 이끌어내거나 캐스터 본인의 목소리로 스토리를 전할 수도 있어야 하는 역할이 되었습니다.

  저는 송재익 캐스터, 한종희 캐스터와 같은 베테랑 캐스터들이 이런 부분에서 젊은 캐스터들과 차별화를 이루면서도 젊은 축구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원전을 예로 들면, 20년 전, 30년 전에는 울산과 수원이 어느 정도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모기업의 경쟁 구도에서 비롯된 것이긴 했지만, 90년대에는 챔피언 결정전에서 마주친 적도 있을 만큼 구단끼리의 스토리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닐 겁니다.

  40년이 다 되어가는 리그 역사 속에서 이번 경기에 맞붙은 두 팀이 어떤 관계를 엮고 있는지,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그런 이야기들은 젊은 캐스터가 할 때보다 베테랑들이 할 때 훨씬 생동감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당시에 중계를 하셨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지 않았다면 모를 수 있는 부분이지만... 연배와 상관 없이,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면 공부 해야죠, 자기개발 하셔야죠!

 

  옛날 이야기 외에도, 베테랑이시라면, 솔직히 축구계에 인맥이 얼마나 쌓여있겠습니까? 본인이 한창 중계하실 때 선수였던 사람들이 이젠 코치, 감독 심지어는 축구계의 중역을 맡고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통해 이야깃거리를 만들 수도 있지 않습니까?

  울산 레전드 김현석, 유상철, 김병지나 수원 레전드 서정원, 이운재같은 축구인들에게 본인 친정팀에 대한 멘트를 한 마디씩이라도 따다 중계 때 활용하면, 연맹이 바라던 대로 올드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젊은 팬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을 텐데요. 이것 또한 젊은 캐스터들이 시도하기 어려운 일이니, 베테랑 캐스터만의 메리트가 될 수 있는 부분이고요.

 

  지난 경기 중계는 정말 별로였습니다. 베테랑이라시는 분이 베테랑 명패만 내세워서 아무런 공부도 노력도 하지 않으신 게 중계에 너무 드러나서. 축구 팬으로서 조금 화도 났었어요. 이렇게 하실 거면 차라리 신인들에게 기회를 주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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