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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팬이 포항 팬과?'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필자에겐 함께 축구 이야기를 하며 친해진 포항 팬이 있다. 2019시즌이 끝나기 전부터, 이 친구와의 수다를 칼럼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했었다. 시즌 결과를 지켜본 이후, '이걸 하는 게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시도를 해보고 후회하는 쪽을 택했다. 서로 마주 앉아 술 한 잔 하며 나눈 이야기는 퍽 즐거웠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들에게도 이 즐거움이 전달되길 바란다.

 

 

인물 소개

푸른치

9년차 울산 팬.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이다. 2017시즌부터 커뮤니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울산현대 경기에 관한 리뷰를 쓰다, 2019시즌 파이널 라운드 즈음부터 블로그를 활용하고 있다. 서포터즈 활동은 아직 해본 적 없지만, 서포터즈들을 멋지다고 생각하며, 당연히 축구는 집관보단 직관이라고 생각한다.

 

시안블루

19년차 포항 팬. 지지 팀이냐 아니냐를 가리지 않고 축구 경기 보는 것을 좋아하는 천상 축덕이다. 유소년 경기도 종종 보러 다니는 만큼, 현역과 예비 K리그 선수들에 빠삭하다. 푸른치와는 더비 매치 상대 팀 팬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막역하게 지내고 있다.

 

 들어가기 전에...

  이 게시글과 후속 게시글에 이어질 내용은 2020년 1월 10일 금요일 밤부터 11일 토요일까지 두 사람이 나눈 대화에 기초했습니다. 해당 시점 이후에 오피셜이 발표된 이적이나 AFC U-23 챔피언십의 결과(중국전 이후)에 대한 내용은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동해안대담2019①: 2019시즌 리뷰

1. 언성 히어로

한 시즌 동안 묵묵히 활약 해줬지만, 언론이나 타 팀 팬들에게 그다지 주목 받지 못한 양 팀의 선수를 뽑아 보았다.

 

 

 

시안블루: 일단 포항부터 먼저 언성 히어로를 꼽자면, 나는 정재용을 꼽을 것 같아.

 

푸른치: (짜증) 하 XX...

 

시안블루: 이게 울산 팬이랑 같이 있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푸른치: (한숨) 솔직히 정재용 잘했어.

 

시안블루: 정재용이 시즌이 시작하고 들어왔잖아? 개막하고 나서야 포항에 합류했어. 그런데도 상당히 잘해줬지. 김기동 감독이 처음엔 4-4-2, 후반기 갈수록 4-2-3-1을 많이 썼었는데, 그 중앙 혹은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묵묵히 제 몫을 다 했어.

기본적으로 안양 울산에서 정재용이 보여줬던 모습이 다른 수비형 미드필더보다 빌드업, 발밑이 좋은 선수였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기대도 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기대에 부응한 선수였어. 중간에 주장완장도 차고.

 

푸른치: 아 맞아, 정재용 주장이었지!

 

시안블루: 주장이었지. 중반기 넘어와서. 원래 포항 주장이 배슬기고 부주장이 김승대였는데, 배슬기는 못나오고 김승대는 떠났잖아.꾸준히 나오는 주전급 중에 주장 완장 찰만한 선수가 없었어. 김광석이 후반기에 복귀하긴 했지만 본인이 나서는 것을 꺼려하는 성격이라. 그 부담스러운 주장 완장을 정재용이 차고 되게 잘 이끌어줬다고 생각해.

최영준이나 이수빈이나 송민규, 팔로세비치, 일류첸코, 완델손 이런 선수들은 언론에서도 이야기가 나왔었지. 그에 비해 정재용은 주장 완장이라는 부담을 지고도 잘 해줬는데 언론 주목도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낮았다고 생각해. 실력도, 전통적인 명가 포항 스틸러스의 주장에…

 

푸른치: XX, 그놈의 전통 명가 타령! (웃음) 그래, 전통은 인정해야지.

 

시안블루: "전통의 명가" 포항 스틸러스 주장 이름값에도 부족하지 않은 실력이었지.

후반기 가면 갈수록 이수빈이 못 나오고, 특히 최영준이 팀에 합류하면서 정재용-최영준 라인이 중앙에서 팀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수비-공격 모든 부분에서 기여를 하는 그런 모습이 있지 않았나 싶어.

그래서 내가 꼽은 언성 히어로는 정재용이다.

 

푸른치: 음, 정재용은 울산에 있을 때, 솔직히 기대도 많이 했었고, 나가기 직전까지도 좋아했던 선수거든? 그… 울산에서 나씨나길 사건 터졌을 때 정재용이 엮여있었던 거 알지? (시안블루: 어 알지 알지) 그래서 정재용에 대한 여론이 울산 팬들 사이에서 썩 좋지는 않았어. 그래도 내가 정재용을 좋아했던 이유는,

울산에서 정재용에게 줬던 롤과 안양에서 터졌던 롤이 조금 차이가 있었어. 울산에서는 정재용을 무조건 수비수들 앞에다 박아놓고 큰 움직임 없이 링커 역할, 수비 라인의 일차적인 방어선 역할로 썼었는데, 안양에서 정재용이 히트를 쳤던 거는 박스투박스에 가까웠다고 보거든. 위아래로 활동력 있게 올라가기도 하면서 중거리포도 잘 때리고 하는 그런 선수였는데, 울산은 공격자원에 좋은 선수들이 많다 보니 그런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많지 않았지. 난 그런 점에 기대가 많았었거든.

그에 비해 포항에서의 정재용은, 수비에 국한된 역할이라기보다 공수 양면으로 기여해야 하는 역할,

 

시안블루: 파트너가 이수빈이냐 최영준이냐에 따라 다르게 했지

 

푸른치: 응, 그런 부분에서 봤을 때 전성기 때 포텐을 보여줬던 시즌이라고 생각해.

지금은 부리람 갔지만… 나 아직 인스타 팔로우 돼있는데, 올라온 사진 보니까 새 구단에서 환영도 많이 받은 거 같더라고.

어쨌든 정재용은, 기대도 많이 했고,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던 선수였는데 하필이면 그게 포항 가서 잘돼버려서. 라이벌 팀 주장 완장 달고 우리 발목을 잡을 줄이야. 그게 마음 아프긴 하지만 잘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시안블루: (진행자 톤으로) 자, 그럼 울산 팬이 뽑은 2019시즌 언성 히어로는 누구인가?

 

푸른치: 나는 두 명을 골라왔어. 강민수랑 박용우. 박용우부터 설명을 하자면,

박용우는 지난 시즌에 38경기 중에 36경기를 뛰었어. 교체로 들어가든 나오든 풀타임을 뛰든 경기에 출장했다는 기록이 되어있는 경기가 36경기였단 말이야? 분으로 환산을 하면 2864분이고, 어느 단위로 보든 팀 내 최다 출전이야. 그만큼 중요한 자원으로 쓰였다는 거지.

파트너가 보통 믹스 아니면 신진호였어. 둘의 역할이 완전히 같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둘 다 공격적인 성향이었지. 그 옆에서 수비적인 역할은 박용우가 거의 일임을 했어. 그런 역할로 36경기, 그것도 25경기는 풀타임을 뛰었어. 그 과정에서 파울을 39번 기록했는데, 그러면서도 경고를 2번밖에 안받았다는 게 대단하지.

솔직히 박용우가 수비적으로 유려하다고 하기는 힘들지만, 원래 박용우의 시작이 수비적인 능력이 각광받았던 선수가 아니라, 볼 뿌려주는 능력으로 주목받았던 선수잖아? 근데 수비적인 능력도 어느정도 챙기면서, 2019시즌에 어느정도 완성된 느낌이 나지 않았나.그렇게 생각해.

특히 주목할 만한 점으로는, 36경기 출전한 경기의 결과가 23승 10무 3패야. 대부분을 이겼고 3패밖에 안했는데. 더 특별한 점은 얘가 결장한 두 경기를 울산은 모두 패했어. 하나는 리그 첫 패배였던 8R 성남전이었고, 두번째 패배가 동해안 더비, 10R 포항전 때. 박용우가 그 때 교체 명단에는 있었는데 출전은 않았거든. 그 때 2-1로 역전패했었지.

 

시안블루: 그 다음, 강민수는?

 

푸른치: 강민수는 23경기 나왔거든? 생각보다 많이 나왔어. 윤영선이랑 불투이스가 번갈아가면서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2122분 정도 뛰었고, 그 중 22경기가 풀 타임이었어.

파울 20번에 경고는 7번. 그거 때문에 경고 누적으로 두 번 결장된 적이 있어. 그 때 아마… 이명재 김수안 나왔을 거야.

 

시안블루: 이명재가 센터백을 섰는데 옆에 파트너가 김수안이라니... 허허.

 

푸른치: X망 호러쇼였지 그 때.

어쨌든 출전 경기에서 17승 5무 1패. 강민수가 나온 경기에서 패한 경기가 한 번밖에 없었다는 점이 주목할만한 점이야.

승점을 잃은 5무 1패는 14R 대구전 0:0, 25R 대구전 1:1, 17R 상주전 2:2, 26R 전북전 3:0, 21R 전북전 1:1, 29R 경남전 3:3이었는데, 이 경기들을 놓친 게 강민수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

 

시안블루: 본인이 결정적으로 실수를 하거나 한 게 아니라는 거지?

 

푸른치: 응, 정리하면 대구전 2번이랑 상주전 1번, 전북전 2번, 경남전 1번이야.

울산이 저번 시즌 대구한테 되게 약했어. 그래서 대구탕의 저주라고 막 그랬었어. (시안블루: 아 맞아, 맞아.) 게다가 대구전 무승부들은 수비보다 공격… 아마 내 기억엔 주니오가 선발로 많이 나왔었는데 주니오가 대구의 백쓰리를 뚫지를 못했어. 득점을 못하면서 0:0 1:1 0:0 뭐 이런식으로, 실점은 적은데 득점을 못해서 무승부가 되는 경기들이었지.

상주전 2:2. 아, 이건 강민수의 책임도 어느 정도 있었던 경기이기도 했다. 막판에 상주 슛이 강민수 팔 맞고 PK 줘서 윤빛가람이 PK성공시키면서 무승부했던 경기였어.

전북전 3:0패는 솔직히 윤영선이 멘탈 터져서 개털린게 컸지. 전북전 1:1 무승부는─ 야, 솔직히 전북전 무승부가 못한 건 아니잖아. 심지어 그 1실점은 믹스가 PK를 줘서 이동국이 PK골을 넣은 거였어.

경남전 3:3 무승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명재 탓이 컸어! 이건 솔직히 반박할 수 없어! 이명재가 이광진 크로스를 두번이나 내비둬. 그리고 그 두 번이 다 골이 되거든? 한 번은 제리치였고 한 번은 오스만이었나?

 

시안블루: 응, 아마 오스만 첫 골이었을 거야.

 

푸른치: 응응, 그렇게 3:3 무승부된 거니까 강민수 책임이라고 보긴 어렵지.

강민수는 지난 시즌 나올때마다 잘해줬어. 솔직히 윤영선보다 더 든든할 정도로? 왜 안썼는지는 정말 의문인데.

 

시안블루: 안썼다는 게, 시즌 마지막 경기?

 

푸른치: 마지막 경기도 그랬고, 그 전 경기도 그랬어.

 

시안블루: 그 전 경기라는게 전북이랑 할 때? 그 때 안 썼었나? 그 경기는 제대로 못봤었어. 그 때 난 서울 원정 가있었거든.

 

푸른치: 그 땐 포항도 바빴지.

 

시안블루: 바빴지. 아챔 가냐 마냐 해서 난리 났었을 때니까. 서울 원정 가서 3:0 이기니까 행복회로 돌리느라 (웃음)

음, 나도 박용우랑 강민수는 언성 히어로라고 생각해. 한 거에 비해 언론에 노출이 부족했어.

박용우는 FC서울에 있을 때, 1년차 때는 유망주, 그 이후로는 거의 욕받이였던 걸로 기억하거든? 그러다 울산에 이적했대, 라이벌 팀이니 더 유심히 봤지. 근데 울산에서 뛴 지 얼마 안됐을 때에는 서울 시절 단점, 압박이 들어오면 애가 정신을 못차리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어. 근데 이게 경험이 쌓이고, 점점 나아지더니 2019시즌 K리그1 기준으로는 나도 인정하는 너무 좋은 수비형 미드필더, 빌드업도 가능하고 수비 라인 컨트롤도 수비도 되는 좋은 미드필더 자원이 됐다고 평가하고 싶어.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도쿄 올림픽에 와일드 카드로 가서 조기 전역을 노려야 하지 않나. (웃음) 개인적인 생각은 그래.

강민수 같은 경우에는 나이가 벌써 몇이야, 노장이고 베테랑인데 사람들, 특히 울산 팬들 강민수 많이 못미더워 했었지. 재작년엔 별로였던 것도 사실이고.

19시즌 들어와서 불투이스 윤영선에 시작부터 밀렸다고 봤거든? 근데 걔네가 부상 당했을 때, 확실히 베테랑으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준 것 같아. 난세의 영웅이었지 거의.

 

 

 

2. 국가대표

타 팀 팬들과 대표팀 팬들에게 소개하는 마음으로, 양 팀의 국대급 선수를 뽑아 보았다.

 

 

 

시안블루: 포항에서는 두 명을 뽑아왔어. 왼쪽 윙포워드를 보는 송민규랑, 왼쪽 풀백을 보는 심상민.

 

푸른치: 송민규는 조금 어리지 않나?

 

시안블루: 송민규 완전 어리지. 얘는 A대표팀이 아니라 23세 대표팀.

 

푸른치: 아, 그것도 국가대표이긴 하니까.

 

시안블루: 지금 23세 이하 대표에 2선 자원이 해외파 정우영 백승호 이강인, 국내파 이동준 김대원 정승원 김진규 이동경 전세진 조영욱… 그 정도 있지? 나열만 해봐도 2선에서 뛸 수 있는 자원들이 엄청 많은데 (굳이 송민규를 꼽는 이유는).

얼마 전까지는 나도 ‘송민규를 대표팀에?’ 그런 생각 자체를 전혀 안 했거든? 송민규가 2019시즌 주전 자리 차지하면서 잘하긴 했는데, 지금 우리나라 23세 대표팀 2선이 너무 좋으니까. 송민규가 도쿄 가는 건 무리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생각이 바뀐 게 어제 경기 보고 나서야. 지금 태국에서 올림픽 예선 하고 있잖아? 중국이랑 우리나라 23세 이하 대표 경기. 그 경기 보면서.

어제 왼쪽 윙포워드로 김대원이 나왔어. 이 친구가 작년에 대구 주전으로 뛰면서도 시즌 기록이 4골 2도움인가 그랬거든? 송민규도(스탯만 놓고 보면) 비슷해. 스탯이 약해. 2골 1도움 했으니까. 하지만 송민규가 가진 김대원과의 차별점이 있어.

김대원은 패턴이 너무 단조로워. 보통 말하는 인사이드 포워드. 측면 자원인데 안쪽으로 파고들면서 슛을 시도하거나 침투하는 동료한테 밀어주는 형태의 움직임을 주로 보여준다는 거지. 송민규도 비슷한 오른발잡이 왼쪽 윙포워드이긴 한데, 안쪽으로 파고드는 빈도만큼 바깥쪽으로도 드리블해서 어떻게든 크로스를 만들어내는 장면도 많아. 김대원보다 더 저돌적인 매력이 있어.

물론 이건 내 팬심이 약간 가미됐을 수도 있어. 다른 팀 팬들은 조금 다르게 생각할 수는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김대원 자리에 송민규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었어).

또, 어제 후반전에 정우영이 들어왔잖아, 해외파.

 

푸른치: 개똥 쌌지.

 

시안블루: 이건 정우영을 욕하려는 게 아니라, 어제 경기만 보고 얘기하는 거야. 아니, 기본적으로 발 밑에 갖다 주는 패스를 트래핑해서 3m, 4m 앞에 떨어뜨려 놓으니까! 뭐, 상대 선수한테 다 뺏기고 그러니까. ‘어, 송민규 괜찮은데!’ (생각이 났다는 거지.) “무조건 도쿄에 가야한다!” 이런 건 아니고, 한 번쯤 김학범 감독이 테스트해볼 만한데 하는 애가 송민규야.

 

푸른치: 오세훈이랑 99년생 동갑이니까, 엄청 어리네.

 

시안블루: 엄청 어리지. 작년 U20 월드컵에 안 뽑혔던 건 그 동안 프로에서 보여준 게 없어서 그렇겠구나 했었는데, (앞으로 다가올 올림픽은) 작년에 K리그1에서도 완벽히 적응한 모습을 보여줬잖아.

아, 참고로 이 선수는 우리 유스가 아니고 최순호가 데리고 왔습니다, 여러분. 최순호의 유일한 유산!

 

푸른치: 유일하다고 보긴 뭐하지. (최순호가) 완델손도 데려왔잖아!

 

시안블루: 아니 그거는─ 그건 그냥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던 게,

 

푸른치: (말 끊고) 그래도 (완델손까지) 순호종신의 작품이라고 판단하는데 나는? 이게 순호종신 이후에 터져서 그렇지, 잠재력을 보고 데려왔다고 생각하면 순호종신의 유산이지.

 

시안블루: (납득) 하긴, 그게 맞는 말인 게, 이번 2019시즌은 완델손이 포항에서 뛴 두번째 시즌이었어. 처음 임대왔던 2017시즌에는,그때도 최순호 감독일 때 왔었으니까 따지고 보면…

 

푸른치: 그때 왔다가, 전남 가서도 지지부진했었지.

 

시안블루: 근데 2017시즌에는 괜찮았어. 처음엔 윙포워드로 뛰려고 왔는데, 시즌 중에 수비진 공백이 생기면서 왼쪽 윙백으로 많이 뛰었지. 그 땐 그냥 무난했어. ‘쏘쏘’, ‘괜찮네’ 이정도?

그러고 전남 가서 완전 말아먹었는데, 우리가 또 재영입을 하더라고. 그 때 커뮤니티 반응이, 전남 팬들은 ‘─ 포항 저걸 왜 데려가냐’, 포항 팬들은 ‘─ 포항 저걸 왜 데려오냐’ 이 느낌이었는데… 그것도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순호종신의 유산인 거 같긴 하네.

 

푸른치: 저번 시즌에 갑자기 드리블이랑 막… (감탄)

 

시안블루: 저번 시즌은 너무 잘했어. 라운드 베스트일레븐 최다 선정이었으니까.

 

푸른치: 이렇게 터질 줄 누가 알았겠냐, 진짜.

 

시안블루: 그리고... 내가 두 번째로 꼽을 선수는 심상민

─이라고 말하면 이제 북패 팬들은 많이 웃겠지. 북패에서 심상민은 너무 못했으니까. 커오면서 연령별 대표는 다 뽑혔었지만 프로에 와서, ‘과연 성인 무대에서 잘 했나’를 생각해보면, 서울 소속으로는 워낙에 못했으니까. 나오면 뭐, 트래핑도 안되고, 돌파도 안되고,크로스도 안되고, 왼발밖에 못쓰고, 왼발밖에 못쓰는데 왼쪽에서 안돼서 오른쪽 가더니 잘 쳐줘야 평타 정도나 하고 있고. 서울 시절 마지막에 말이야.

그랬었는데 포항 와서,

아, 작년 K리그1 개막전이 서울 원정이었어. 그 때 우리가 2:0으로 졌거든? 아직 최순호 감독일 때? 그 당시 우리가 왼쪽 풀백 자원이 없었어. 원래 강상우가 붙박이었는데, 입대했으니까. 그래서 개막전부터 심상민이 주전으로 나왔는데, 애가 아무것도 안돼!

그 때 김광석도 부상으로 없었고, 아마 센터백이 배슬기랑 하창래였나? 거기에 왼쪽에 신입 심상민, 오른쪽에 신입 김용환. 그래서 심상민-배슬기-하창래-김용환 이렇게 백포를 섰는데, 일단 수비수 간격부터 엉망이었어. 그래서 개털렸지. 슛 2번 때렸나? 경기 내용 다 밀리고. 심지어 그 두 골도 수비수 황현수한테 다 얻어맞았어.

그 때 진짜 워스트 중에 워스트가 심상민이었지. 아무것도 못했어. 그리고 전반기동안, ‘얘는 그냥 쓸 애가 없어서 쓰는 거다’, 이런 느낌이었지.

 

푸른치: 로테 자원이다?

 

시안블루: 로테 자원도 아니야. 이 새낀 그냥 나오면 안돼! 2군이야! R리그야, R리그따리야!

근데 작년 여름에, A매치 주간 겹쳐서 2준가 3준가 쉰 적이 있었어. 그 휴식기 이후에 후반기에 포항 팬들 반응이, 나뿐만 아니라, ‘오 얘 괜찮은데?’, ‘안정적인데?’ (이렇게 바뀐 거야.)

물론 김광석이 부상 복귀를 했으니 그 영향도 있었겠지. 근데 그래도 그렇지, 후반기 첫 경기에 너무 잘하는 거야 얘가! 그래서 각성했다, 괜찮다 하면서 시간이 흘러서─

시즌 끝자락, 2019년 12월 1일! 191201입니다, 읽고 계신 여러분! 131201 아니고, 191201! 앞에 울산 팬이 나 노려보고 있는데 (웃음)그 마지막 경기까지 아주 든든했어.

아마 시즌 중에 홍철이랑 김진수가 조금, 리그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기간이 있기 때문에, 일부 포항 팬들 포함해서 K리그 팬들께서 ‘국가대표에 심상민 한 번 테스트해볼 만하지 않냐’는 말씀하시는 소리가 커뮤니티 여기저기에서 나왔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그래서 심상민을 국가대표 자원으로 뽑았습니다.

 

푸른치: 울산에서는, 이게 부연설명이 조금 필요해. 내가 처음에 이 내용을 기획했을 때, 이 때가 동아시안컵 이전이었거든? 기억나지?처음에 내가 너한테 기획이랑 개요 짜서 보내줬을 때. 동아시안컵 명단 발표 나기도 전이었어.

 

시안블루: 응.

 

푸른치: 그래서 그 때 당시 내가 꼽았던 건 김태환이었거든? 그 이외에는 솔직히 울산은 베테랑 위주의 팀이라, 그 놈의 경험 페티쉬 때문에. (시안블루: 아, 룸동종신~) 그래서 어린 애들, 그러니까 아래 연령대 대표팀에 들 만한 자원은, 잘 쳐줘야 박정인?

(중략)

박정인은 제외하고, 이동경은 이미 동아시안컵 이전에 A대표팀 데뷔했고. 그래서 어린 자원에서는 없어. 성인 팀만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게 김태환이었어.

김태환은, 다른 팀 팬들도 다 인정할 만큼, 이번 시즌 부동의 주전이었지. “울산의 오른쪽 풀백!”이라고 하면, 김태환 이외에는 한 5초 더 생각해야 떠오르는 정도? 김창수랑 정동호는…

 

시안블루: 김창수는 나이도 있고. 정동호는─ 좀 애매한 나이이긴 한데, 보여준 게 없잖아, 최근 보여준 게. 한 2년 전인가? 두세 시즌 전에는 활발한 오버래핑과 컷백. 특히 컷백이 되게 좋았거든 정동호가.

 

푸른치: 정동호도 아마 국가대표… A팀이었는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시안블루: 정동호도 아마 연령별 대표는 다 거쳤던 걸로 기억하고 있어.

 

푸른치: 응, 그러니까 어느정도 해주는 선수이긴 한데, 그래도 김태환이랑 갭을 생각하면 넘사벽이었지.

 

시안블루: 그리고 김태환은 시즌 폼이나 실력을 떠나서, 실력을 뛰어넘는 뭔가가 있어. 이건 내가 포항 팬이라서 이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 그냥 리그 팬으로서 봐도, ‘얘는 울산 유스 출신인가?’ 싶을 정도로 팬서비스도 좋고. 울산의 팀 스피릿, 그런 걸 가지고 있는 선수.

 

푸른치: 응, 그리고 생각해보면, 울산에서 유일하게 화낼 줄 아는 선수?

 

시안블루: 어~ 그거 맞어. 파이터야. 그러니까─

선수들 중에 그런 유형이 있어. 물론 김진수는 좀 다르고. 아우한은 나도 XX 싫어하고. (푸른치: 아으! 나도 XX 싫어하고.) 굳이 비교하자면 고요한이랑 비슷한 유형이라고 생각해.

 

푸른치: 전북에서 하나를 뽑자면─ (시안블루: 최철순!) 최철순이랑… 신형민? 약간 터프하고, 타 팀하고 경기 중에 트러블 있을 때,

 

시안블루: 나서서 싸워줄 수 있는?

 

푸른치: 응, 가장 먼저 나서서 싸워줄 수 있는 (스타일).

 

시안블루: 그렇다고 퇴장을 자주 당하는 건 아니잖아. 절대 퇴장은 안 당하지. 교묘~하지 아주 그냥 (웃음)

 

푸른치: 내가 그거 기록도 준비해 왔어. 뒤에 이야기해 줄게.

지난 시즌에 (공격의 중심이 되었던) 김보경이랑 가장 좋은 케미를 보였던 선수를 한 명만 꼽자면 무조건 김태환이거든? 특히 오른쪽 측면에서 둘이 2대1 패스로 올라가는 장면이 되게,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좋았어.

그리고, 이건 시즌 초반에만 좀 나왔던 장면이었는데, 상대가 완전히 내려앉았을 때 김태환이 코너플래그 근처에서 상대 협동수비를 몸으로 버티면서 볼 지켜내다가, 상대 다리 사이로 툭 쳐놓고 자기는 골라인 밖으로 돌아서 침투하는 모션이 되게 위협적이고 좋았어.김태환 정도의 피지컬과 스피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플레이였다고 생각해.

 

시안블루: 일단 타고난 게 몸싸움뿐만 아니라 스피드가 워낙 좋은 선수이기 때문에 그걸 잘 활용했던 거 같아.

 

푸른치: 그런 장면이 후반기에도 많이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후반기에는 김태환이 공격적이기보다 수비적으로 많이 쓰여서

 

시안블루: 어쩔 수 없었지. 윤영선이 그 똥을 싸고 있는데.

 

푸른치: 그렇지... 윤영선이 보통 오른쪽 센터백으로 나왔으니까.

또 김태환이 좋았던 장면, 공격적인 장면을 제외하고도 수비적으로도 좋았던 장면이, 좀 악다구니같이 수비를 해.

 

시안블루: 경상도 말로 ‘깐지다’라고 하지. 깐진 플레이.

 

푸른치: 어, 맞아. 그걸 내가 가장 크게 느꼈던 게, 전북 상대했던 경기들이었거든. 로페즈를 진짜 물고늘어지면서 로페즈 짜증나게 하고, 제 플레이 못하게 만드는 데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생각해.

특히 전북이랑 했던 첫 경기! 그 경기는 김태환이 다 했던 경기였거든? 왜냐면 그 때 김태환이 로페즈가 아무 것도 못하게 만들었었어. 공격적인 측면에서도 김태환이 로페즈랑 신형민 사이를 파고들다가 걸려 넘어지면서 PK를 얻었고, 그 PK를 김보경이 성공시키면서 2:1로 이겼던 경기였거든. 김태환의 영향력이 되게 큰 경기였어.

추가로, 김태환이 되게 욱하고 거친 선수라는 이미지가 있잖아? 근데 이게 팀적으로 손해가 될 정도가 아닌 게, 항상 선을 지켜. 경고를 한 장 받으면 그 이후부터는 문제될 만한 장면을 잘 안 만들어. 그래서 30경기를 뛰는 동안 경고를 9장 받았는데─

 

시안블루: 9장 받았다고? 와 씨 XX 많이 받았네?

 

푸른치: 많이 받았다고? 김태환 이미지를 생각하면 그렇게 많이 받은 건 아니지 않나?

 

시안블루: 허허허

 

푸른치: 어쨌든 경고를 9번 받았는데 퇴장은 한 번도 없어. 경고 누적 퇴장도 없어. 그러니까 퇴장을 당하진 않도록 조절할 줄 안다는 거지. 이게 아까 이야기했던 ‘파이터’적인 기여는 있으면서, 손해는 최소화한다. (그런 의미를 보여준다고 생각해.)

그래서 나는 대표팀에서 김태환이, 이용-김문환 사이 징검다리 세대 정도 위치로, 충분히 경쟁해볼 만한 국가대표 재목이다. 그런 평가를 내리고 싶어.

 

 

 

3. 베스트 모먼트 & 워스트 모먼트

이번 시즌 가장 좋았던 순간과 가장 아쉬웠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시안블루: 이번 시즌 가장 좋았던 순간과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포항 팬과 울산 팬이 이야기한다면 한 번은 겹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개인적으로.

 

푸른치: 겹친다는 게 한쪽에게는 가장 좋았던 순간이 다른 한쪽한텐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 그런 의미인 거지?

 

시안블루: 어 (웃음) 포항 팬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지난 시즌 가장 좋았던 순간은, 시즌 마지막 라운드. 19년 12월 1일.

 

푸른치: (한숨) 그게 제일 좋았냐?

 

시안블루: 제일 좋았지, 당연히.

 

푸른치: 너네 막… 기동 코인으로 한창 기세 좋았을 때, (시안블루: 4연승하고 막 처음에?) 그런 시기는 떠오르지 않냐? 무조건 마지막 라운드야?

 

시안블루: “가장” 좋았던 순간은 아니지! 왜냐하면,

포항 스틸러스는 시즌 성적을 4위로 마감했어. 3위 FC서울과 승점은 같았지만 다득점에서 좀 차이가 많이 났어. 그럼 사실 마지막 라운드는 아무 의미가 없잖아?

 

푸른치: 그러니까, 기대를 안 했는데 잘해줘서?

 

시안블루: 아니지, 그거랑은 좀 다르지.

야, K리그에 더비가 뭐가 있지? 포항 울산의 동해안 더비. 그리고 그나마 꼽자면 옛날에 수원 삼성과 안양 LG의 지지대 더비를 잇는 연고이전한 팀, FC서울…

 

푸른치: 뜬금없는 타이밍에 굳이 연고이전을 언급하누…(웃음)

 

시안블루: 아니, 어차피 이거 펨네나 펨코에 올라갈 거니까, 뭐.

 

푸른치: 그리고 하나만 더 꼽자면, 러비 더비?

 

시안블루: 그나마 꼽자면. 그렇지, 러비 더비. 전북과 서울의. 어? 내가 지금 서울이라고…(웃음)

어쨌든 그 정도밖에 없잖아? 더비 상대 팀을 가진 팬분들은 아마 알 거야. 더비 상대 팀이 망하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푸른치: XXX야.

 

시안블루: 아니 왜? (웃음)

그러니까 이미, 우리는 37라운드에 서울을 3:0으로 이겼더라도 어차피 다득점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마지막 게임 결과와 상관없이 아챔에 대한 가망이 없었거든.

그럼 마지막 게임의 의미가 뭐냐? 더비 상대 팀이지. “와, 쟤네가 우승하는 꼴 보기 싫다.” 원정이지만. 그런 느낌이었지.

 

푸른치: 너무한데…

 

시안블루: 야 이건 이해해 줘야지. 아마 반대 상황이면 너도 똑같을 걸?

 

푸른치: 한 10년 뒤에 반대 상황 되면 너도 이해해라?

 

시안블루: 난 무조건 이해해 이거는. 어쩔 수 없어 더비잖아, 우리는.

 

푸른치: 근데… 그 때도 울산은 못 잡을 거 같아.

 

시안블루: 야, 몰라! 그 땐 감독이 다를 거 아니야. 우리도 김기동 아닐 테고.

 

푸른치: 제발 다르길 빌어야지.

 

시안블루: 그래서 마지막 38라운드, 그게 왜 즐거웠냐면─

4:1로 대승한 게 즐거웠다기보다, 울산이 한 시즌 내내 우승 갈망하면서 투자해서 37라운드까지 끌고 왔는데,

 

푸른치: 그걸 말아먹게 만들었다?

 

시안블루: 그치, 그게 즐거웠어, 솔직히. 미안하지만, 잔인하지만.

 

푸른치: 그 막타가 포항이었다는 거에 만족했다?

 

시안블루: 그렇지, 우리가 우승을 저지했구나, 원정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게 조금 감정적인 희열도 있었던 게, 내가 원정을 갔잖아. 아버지랑 같이 내려갔다고. 포항 스틸러스 팀 특성상 2대 3대가 같이 직관 가는 건 흔한 일인데,

 

푸른치: (어이없음) 허, 이 와중에 전통을 어필한다고?

 

시안블루: 어~ 그럼 그럼. 정말이야. 스틸야드 오시면 여러분, 3대가 함께 축구 관람하는 모습을 많이 보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 많이 오십쇼.

그래서, 아버지랑 같이 울산 원정을 갔는데, 비가 오잖아! 아빠가 이제 연세도 있고 하신데, 춥잖아. 12월 1일, 얼마나 추워! 비가 오는데 원정석에 지붕도 없어요! 문수면 얼마나 좋아, 지붕도 있고! 2층 올라가서 보면 되는데!

그래서 아버지도 나도 우비 입고,

 

푸른치: 야, 우리도 비 맞았어!

 

시안블루: 아, 알지! 거기(울산종합운동장) 1층에는 비 다 맞잖아, 홈팀 팬 구역도.

 

푸른치: 1층에서 보는데 얼마나 열 받았는지 아냐? 지금이야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XX…

 

시안블루: 그니까 그런 감정적인 게 들어가 있다고. 더비 팀 우승하는 걸 꼭 막았으면 좋겠다. 근데 비까지 오네? 비까지 맞으면서 쟤네 우승하는 건 더 꼴 보기 싫어. 승무패, 다득점, 득실 뭐 그런 거 다 떠나서, 저것들 우승을 저지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가서 결국 우승을 막고, 최종 순위가 대구를 제치고 4위가 됐단 말이지.

 

푸른치: 그럼에도 기분 나쁘지 않음. 아챔 진출에 실패했지만 기분 나쁘지 않음.

 

시안블루: 어어,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어. 왜냐하면,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데, (애초에 시즌 초부터) 기대가 낮았다 보니. 그걸로 충분히 좋았지.

(중략)

최악의 순간 같은 경우는─

결과적으로 4위를 했으니까. 그것도 다득점차로. (한 경기만 더 승점을 챙겼으면 아챔 갈 수 있었을 텐데.)

솔직히 4위보다 위에 있는 팀들, 전북 울산, 서울 있는데, 그 팀들한테 무기력한테 졌던 건 빼고.

 

푸른치: 난 지금 예상되는 거 하나 있거든? (웃음)

 

시안블루: 그치, 누구나,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그 순간. 그 순간이 중요했던 게,

김기동 감독 선임되고 4연승을 했어. 그리고 이제 5경기째. 괜찮으려나 했는데 지더라고. 그래, 주춤할 수 있지. 어떻게 만날 이기기만 하겠어.

그렇게 3연패를 하고, 연승 끊긴 지 네번째 경기였어. 갑자기 상대팀에서 U20월드컵 준우승한 골키퍼를, 프로 데뷔도 안 한 애를 선발로 세웠대. 나도 U20을 봤잖아. (푸른치: U20 레벨이랑 프로 레벨은 좀 다르니까.) 응, 프로에서는 어떠려나 나도 기대 비슷한 것도 있었어.

근데 아니나 다를까 프로 레벨에서는 아직 안 통하는 것 같아, 애가 못해! 그 때 첫 골이 완델손이었고, 두번째 골도 완델손이 프리킥으로 넣었는데, 크로스를 시도한 게 아무도 안 맞고 바운드 되면서 들어갔어. 솔직히 이건 프로 레벨 골키퍼면 막을 수 있는 골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이광연 위치선정이 안 좋았지.

과정이 어땠든 골이 들어가서 2:0이니까, ‘아 이건 이겼다. 4연승했고 3연패했지만 이제 우린 다시 반등한다.’ 그런 마음으로 신났었지. 이석현이랑 완델손이 한 골씩 더 넣어서 4:0이 됐어. 심지어 완델손은 이 날 해트트릭 했다고!

근데 세트피스로 한 골 먹고… 조재완이 전반기 동안 거의 못 나오다가, 그 즈음 주전급으로 나오기 시작했었는데, 하필 그 날 조재완이 진짜 미쳤던 날이거든? 그 날 조재완도 해트트릭했단 말이야?

우리는 거의 이긴 경기였으니까 4:2쯤 된 시점에 배슬기 투입해서 백쓰리로 전환하고 공격적인 이수빈 빼고 이승모. 아시안게임 갔던, 그나마 수비 능력이 나은 유망주를 넣었지. 근데 중앙에 이승모랑 배슬기가 들어가니까 전혀 수비가 안되는 것 같아. 사실 1군에서 호흡 맞춰왔던 선수들도 아니었고.

 

푸른치: 그 때 내가 라이브로 보지는 못했어. 경기 끝나자 마자 하도 난리길래 하이라이트로 봤거든? 보면서 “와, 오늘 조재완 되는 날이었구나!” 했던 게,

보통은 골포스트 위로 날려버리거나 반대편 포스트 노릴 법한 하프 발리를 니어 포스트, 그것도 골키퍼랑 니어 포스트 사이 진짜 좁은 공간으로 때려 넣더라고.

 

시안블루: 그 때 골키퍼가 류원웁니다 여러분. (헛웃음) 현무가 나왔어야 했는데…

지금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많이 아쉬웠지. 왜냐면,

그 날 우리가 결국 5골 먹혔잖아. 그 골들 중에 내 기억에 남아있는 게 세 골이야. 조재완 한 골, 발렌티노스 한 골, 마지막 정조국 한 골. 근데 그 중에 한 두 골 정도는 골키퍼가 막아줄 만했지 않나…

우리가 94분인가 정조국한테 역전골을 먹혔거든? 그 순간이 최악의 순간이었지. 김기동 감독 선임하고 4연승하고 3연패 후 4:0으로 반등하나 했는데, 4연패까지 찍어버린 그 순간.

 

푸른치어어어어어어~ 오늘 경기 역저어어어언~~~~!” (웃음)

 

시안블루: 근데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을 조금 보자면, 그 경기 때문에 온갖 축구 커뮤니티에서 타 팀 팬들이 포항을 놀리기 시작했어.

 

푸른치: 그게 어떻게 보면 역레발이 됐지.

 

시안블루: 그치, 그 다음 경기가 전북이랑 했던 홈 경기였어. 그 경기 하창래가 퇴장을 당했는데도 1:1로 비겼단 말이야?

그 경기 때, 포항 서포터즈가 걸개를 걸었어. “4ever 5teelers”랑 “여러분 다시 함께 뜁시다.” 뭐 그런 내용으로. 다들 경기 결과에 대해서 크게 비난하기보다 지지해주는 그 모습이 좋았어.

그래도, 그 경기(강원전)를 4:4 무승부로라도 끝냈으면 다가오는 시즌 아챔을 갈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아쉬움이 있기 때문에 가장 아쉬웠던 순간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아.

 

푸른치: 울산의 가장 좋았던 순간은,

더할 나위 없이, 첫번째 전북전이었지. 2:1로 이겼던 홈 경기. 아까 전에도 이야기 했었잖아? 김태환이 캐리했던 경기. 그 때, 그 경기가 어떤 느낌이었냐면,

울산이 시즌 초부터 “우승 도전한다”, “전북의 대항마다” 언론의 주목을 받았었잖아, 이적 시장 때부터? 근데 개인적으로는 ‘에이 그래도…(힘들 거야)’ 그랬었거든. 너도 알다시피 그 직전 시즌, 18시즌에 전북이랑 승점 엄청 벌어지고, 경남한테도 밀려서 2위조차 못했잖아. 그 시즌 전북이 조기 우승 확정지었던 경기가 우리 홈이었거든. (시안블루: 아, 그랬었나?) 응, 그 때 강민수가 PK 내주면서 이동국이 300호 골 기록하고, 전북 우승도 확정 지었던 경기였어. 그런 시즌을 겪고 나서 우승 도전이니 전북의 대항마니 해도 실감이 나겠냐고.

그랬는데, 시즌 초에 꽤 빨리 경기력이 올라 오더라고? 김보경이 두각을 보이면서 선수단의 능력이 발휘되는 모습이었어. 근데, 그래도 전북의 대항마, 우승 도전팀, 양강, 뭐 그런 표현은 그다지 와닿지가 않았었거든.

근데 그런 타이밍에 진짜 제대로 희망을 가지게 만들었던 게 이 경기였어.

 

시안블루: 직접 경쟁 상대를 이겼던.

 

푸른치: 응, 2017시즌에 전주 원정에서 이종호가 골 넣었던 경기 이후에, 햇수로 2년 동안이나 전북을 못 이겼었는데, 시즌 첫 맞대결을 이겼잖아! 물론 홈 어드밴티지 같은 게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그걸 떠나서 경기 내용 자체도 좋았어. 로페즈를 잘 막으면서 전북이 마음껏 공격하지 못하게 막았었지. 또, 꼭 언급하고 싶은 건 김인성이 골 넣었던 거. 내가 그 때 펨코에 칼럼을 쓰기도 했는데, 김인성의 골은 감회가 깊었어.

아까 얘기했던 전북이 우승 확정 지었던 그 경기에, 한승규랑 김인성이 한 골씩 넣었었어. 그리고 그보다 전부터, 전북을 상대로 할 때는 김인성이 뭔가 독기를 품은 느낌이야. 이전 소속팀이기도 하잖아, 전북이.

 

시안블루: 응, 전북, 인천, 울산 순이었나?

 

푸른치: 아마 그럴 거야. 전북에서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인천으로 갔다가 울산으로 넘어왔을 걸, 아마. 그래서 그런지 전북에 대한... 자격지심? 나쁘게 말하면 자격지심이고…

 

시안블루: 악감정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악감정이라기보다는…

 

푸른치: 극복하고 싶다. 나를 보여주고 싶다.

 

시안블루: 승부욕에 불탈 수밖에 없지.

 

푸른치: 그런 입장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그 때(2018시즌 전북 조기 우승 확정 경기) 김인성이 두번째 골 넣으면서 역전했었거든, 2:1로? 김인성이 되게 좋아하다가, 강민수가 후반 막판에 교체 투입되자 마자 PK내주면서 결국 2:2 무승부로 끝났었어. 울산 입장에서는 패배에 가까운 무승부였지.

당시 울산은, ‘우승과는 이미 멀어졌지만 적어도 우리 홈에서 전북이 우승하는 꼴은 보지 않겠다’ 그런 마인드로 다들 응원하고 그랬었거든. 근데 결국 그렇게 자존심도 못 지켰지.

그 때 경기 마치고 선수들이 서포터석으로 인사하러 오는데 김인성이, 진짜 악에 받친 게 보였거든. 유니폼 상의 벗어서 내동댕이치고. 그 정도로 감정을 표출을 했었어. 그 때 난 ‘김인성이 울산 소속으로 전북을 정말 이기고 싶구나’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거든.

그리고 그걸 이뤄낸 게 저번 시즌 2:1로 이긴 전북전이었지.

 

시안블루: 자기가 골도 넣고.

 

푸른치: 응. 보통은 골 넣고 나서 넘어졌더라도 일어나서 코너 플래그 쪽으로 달려가면서 셀러브레이션을 하잖아? 근데 이 날 김인성은 넘어지면서 골 넣자 마자, 그 자리에 벌떡 일어나서 셀러브레이션을 할 만큼 (기뻤던 것 같아), 그런 모습을 보면서 뭉클함을 느끼기도 했었어.

어쨌든 김태환으로 로페즈를 묶으면서 수비적인 포인트도 잘 잡았던 경기였고, 공격도 좋았고. 심지어 2:0으로 앞서가다가 후반 막판에 만회골 한 골 내주고 이긴 경기였으니까. (90분 중 대부분의 시간을 이기고 있었으니) 매우 만족할 만한 경기였지.

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세 경기가 엮인 경기였어. 대구전. 중하반기에. 넌 기억을 제대로 못할 지도 모르는데, 2:2로 비겼던 경기가 있었거든? 그 때 김도훈이 퇴장을 당했어.

 

시안블루: 시계 풀고?

 

푸른치: 응

 

시안블루: (깨달음) 아아아!

 

푸른치: 그 때 당시에는 그래도 김도훈호가 순항을 하고 있는 입장이었고, 팬들도 나도 김도훈에 대한 지지를 많이 표했었어. 그 퇴장도 커버를 많이 쳐줬을 정도로.

그리고 그 경기가 울산 팬 입장에서는 심판 판정에 불만이 정말 많은 경기였어. 대구에 PK가 두 개나 주어졌거든, 전반전 후반전 하나씩. “이건 파울이 아니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는 부분이었지만…

어쨌든, 두번째 PK 때 김도훈 감독이 항의를 하다가 이제 시계를 풀어 던지고 퇴장을 당하면서, 5경기 징계를 받았지. 근데, 그 5경기 경기 결과가…

 

시안블루: 한 2무 3패쯤 되나?

 

푸른치: 아니, 2승 2무 1패야.

 

시안블루: 2승 2무 1패야? 괜찮네.

 

푸른치: 나쁘진 않지. 나쁘진 않은데.

그 다음 경기가 전북전이었거든? 그게 윤영선 멘탈 터졌던 0:3 패. 그 다음이 상주전 5:1로 이기면서 반등하나? 했는데, 인천전 3:3 무, 경남전 3:3 무. 그리고 순연됐던 강원전. 근데 순연되어 치러졌던 날도 태풍 영향으로 악천후 속에서 경기했고, 사실 강원이 제 실력을 발휘 못했던 점이 다행인 경기였지. 그렇게 다섯 경기를 했었어.

전북전 무기력하게 0:3으로 패했던 것도 심했지만, 무엇보다도 그 뒤의 2무가 X같았던 게, 인천과 경남이 상대였다는 거였어.

팀 사이에 서열을 매기자는 건 아니지만, 당시 우승 도전하겠다던 팀이 당시 강등권에 있는 두 팀을 연달아 만나서, 아무리 원정이라지만 세 골이나 먹히면서 무승부를 기록했다는 게 말이 안되는 거잖아. 아무리 감독이 없다고 해도.

그런 걸 생각하면 감독이 시계 풀면서 퇴장을 당한 게 결국 시즌 전체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해. 두 경기 중 하나만이라도 승리를 했으면 이번 시즌 우승 했을 거란 말이지.

그래서, 너한테는 내 최악의 순간이 마지막 라운드 1:4, 그 경기가 아닌 게 아쉬울 지도 모르겠지만, 나한테 최악의 순간은 대구전 감독 퇴장이랑,

 

시안블루: 그로 인해서 이어진…

 

푸른치: 응, 그 뒤의 3:3, 3:3. 그 순간이 가장 X같았지.

 

시안블루: 김도훈 퇴장을 당하고 징계기간 동안, 경남이랑 비기고 인천이랑 비긴 건, 작년에 K리그1을 전반적으로 팔로우 했던 사람이라면, 타 팀 팬이라도 대부분 울산의 워스트 모먼트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네.

 

 

 

4. 시즌 베스트일레븐

2019시즌의 베스트일레븐을 뽑아보았다.

 

 

 

 

시안블루: 포항은 일단 전 감독 시절은 빼고 현 감독, 김기동 감독님 오시고 나서 4-2-3-1 포메이션을 기본적으로 썼고…

 

푸른치: 난 가장 궁금한 게 ‘골키퍼를 누굴 뽑을 거냐’.

 

시안블루: 아, 당연히 우리 유스 출신…

 

푸른치: 현무?

 

시안블루: 아, 현무!

 

푸른치: 류원우도 꽤 잘해주지 않았나? 초중반에는?

 

시안블루: 그렇지, 꽤 잘해줬다는 표현이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꽤 잘해줬어.

근데 그건, 주전은 정해져 있고, 그 선수가 부진할 때 대체자원으로 나와서 잘해줬다는 의미지.

 

푸른치: 그러니까 백업 자원 입장에서 잘해준 거다?

 

시안블루: 그렇지. 그러니까 확고한 주전, 강현무.

백포는 심상민 김광석 하창래 김용환, 그리고 중앙 미드필더 두 명.

근데 여기서 고민이 되는 게, 우리가 그 자리에 쓴 선수가 꽤 있거든. 유준수도 있고 시즌 초반에.

 

푸른치: 유준수는 베스트일레븐에 들 만한 선수는 아니었지.

 

시안블루: 한… 두세 경기 뛰고 바로 태국 갔거든.

 

푸른치: 사실상 3파전 아니냐?

 

시안블루: 3파전이지. 정재용, 이수빈, 최영준.

근데 과감히 우리 유스 빼겠습니다. 정재용 최영준 두 명.

그리고 2선에, 왼쪽 송민규. 그리고 오른쪽이… 되게 애매한데.

 

푸른치: 그럼 중앙 먼저. 중앙은 정해져 있는 거 아니냐? 팔로세비치.

 

시안블루: 그치, 중앙은 팔로세비치. 후반기 와서 너무 잘했어.

그리고 오른쪽 같은 경우는, 음… 야 우리 누구 나왔었냐, 이광혁 빼고?

 

푸른치: 오른쪽이… 이진현도 있었고.

 

시안블루: 이진현 아니야, 걘 빼.

 

푸른치: (웃음) 이진현 왜 이렇게 싫어하냐?

 

시안블루: 나 (이진현) 엄청 좋아하는데, 그 자리엔 아니야 걔는.

아… 누구 나왔냐…? 아, 완델손.

 

푸른치: 야, 완델손은 (웃음) 빼면 안되지, 포항 에이슨데!

 

시안블루: 그렇지, 빼면 안됩니다. (웃음) 오른쪽은 완델손.

 

푸른치: 근데 헷갈릴 만했던 게, 시즌 초만 해도 완델손이 왼쪽으로 자주 나왔었어.

 

시안블루: 아 맞아, 그래서 깜빡했는데, 오른쪽 윙포워드는 무조건 완델손이지.

그리고, 원톱은 일류첸코. 우리 승대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떠난 사람이잖아. 없는 사람 안 칩니다, 저는. 매정한 게 아니라, 일류첸코에 대한 예우라고 봅시다.

 

푸른치: 그럼 여기서 나머지는 다 납득이 가능한데, 썰을 조금 풀어야 할 부분을 생각하자면, ‘이수빈이 왜 빠졌느냐’.

 

시안블루: 이수빈은 전반기에 최순호 감독일 때, 2라운드까지는 안 나왔어. 3라운드 경기가 경남과의 홈 경기였는데, 그 때 고졸신인으로 데뷔, 교체로 데뷔 했었거든?

내가 이수빈을 처음 봤던 건 이수빈이 고2 때. 포철고 경기를 직관하러 갔었단 말이야? 그 때 봤던 게, 와, 얜 벌써 주전이야. 고2인데, 고3 형들 제치고 벌써 주전으로 뛰고 있어. 너무 잘해. ‘얘는 프로 콜업되면 진짜 괜찮겠다.’ 이런 생각을 했었어. 아니나 다를까, 고등학교 졸업하자 마자 콜업이 되더라고.

그래서 시즌 시작 전부터 엄청 기대를 했는데, 3라운드 되어서야 처음 나온 거야. 심지어 잘했어. 그 경남전을 4:1로 이겼단 말이야? 최순호 감독인데? 최순호 감독 지휘 아래 타 팀을 4:1로 이겼다는 점에 가산점을 드려야 합니다, 여러분.

 

푸른치: 야, 최순호 무시하지 마! 순호종신!

 

시안블루: 응~ 도훈종신~

 

푸른치: 야 이씨.

 

시안블루: 심지어 또 주목해야 할 게, 그 날 데이비드가 원톱이었어.

 

푸른치: 그 겁나 똥쌌던…

 

시안블루: 응, 인도네시아 리그 23경기 20골의 주인공 데이비드가 원톱이었어. 김기동이 반대했지만 최순호가 강행했던 영입 데이비드가 원톱이었는데도 4:1로 이겼었지.

어쨌든 그 경기에 나와서 잠재력을 보여줬는데, 그 전에 고등학교 경기를 봤을 때도 보였던 장점을 잘 드러냈어. 공간이해도.

미드필드에서 공을 잡을 때, 보통 그 이야기를 하잖아. “공을 잡기 전에 동료의 위치를 파악 해놓는 게 좋다.” 근데 얘는 그게 대체로 잘되는 편이야. 성인 레벨에서 완벽하다고 평가할 순 없겠지만, ‘우리 팀 선수가 어느 위치에 있고 상대팀 선수가 여기 있으니까 (푸른치: 그걸 파악하는 속도도 빠르고) 어느 쪽으로 볼 배급을 해야 우리 팀에 유리하겠다.’까지 계산이 서는 선수인 것 같아. 고등학교 때 봤을 때도, 경남전에서 데뷔전 치르는 모습 봤을 때도 그게 느껴졌었어.

그래서 전반기에는 이수빈과 정재용 조합으로 쭉 갔어. 정점을 찍었던 게, 수원 원정가서 이수빈이 1골 1어시 해서 2:0으로 이긴 경기가 있었어. 그 때가 정점이었고. 그리고 후반기에 최영준이 임대를 와.

잠깐 새자면, 최영준은 내 개인적인 의견인데, ‘이 선수는 홀딩 미드필더다, 빌드 업보다는 수비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라고 잘못 알려져 있는 것 같아.

 

푸른치: K리그의 캉테라는 별명이 붙은 게 좀 컸지.

 

시안블루: 맞아. ‘(최영준의) 장점은, 활동력, 끈질긴 수비력’ 이게 맞긴 한데, 이 선수가 발 밑이 약한 선수는 절대 아니거든?

 

푸른치: 패스를 잘 못하는 선수가 아니야.

 

시안블루: 응, 시야도 좋고, 빌드 업도 좋아. 발 밑도 좋고, 심지어 공격 가담했을 때 어느 정도 성과를 이끌어내는 선수인데, 아무래도 타 팀 경기를 풀 경기로 챙겨보는 분들은 드무니까, 그런 면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고, 평가절하되어 있는 부분이 있지.

 

푸른치: 알려지기는 수비 특화인데, 사실상 완성형에 가까운 선수지.

 

시안블루: 어 맞아, 맞아. 공격적으로도 재능이 있는 선수였어.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최영준이 임대를 왔어. 그럼 이제 최영준, 이수빈, 정재용 세 선수로 중앙 미드필더 포지션을 구성해야 하는데, 김기동 감독이 처음에는 이수빈-최영준 조합을 선호하는 것 같아 보였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정재용이 두각을 나타냈지.

정재용은 밸런스에 특화된 선수 같아. 정재용같은 경우도 최영준처럼 오해를 사고 있는 게 뭐냐면, 이 선수도 울산에서 항상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서서 백포라인 보호하고 이런 모습만 보니까 완전히 수비 특화 선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푸른치: 박스 투 박스라니까, 걔는!

 

시안블루: 근데 안양에서도 정재용은 공격적으로 볼 운반하는 전북의 임선영 같은 느낌의 선수였어. 울산에서는 자리가 수비형 미드필더니까 주요 역할이 수비 라인 보호여서 그런 모습이었는데, 정재용도 공격적으로 나쁘지 않아 빌드 업이. 그래서인지 후반기에 어느 순간 또 이수빈을 밀어내고 최영준 옆자리를 차지 하더라고.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이 세 명이 번갈아 활약을 했는데, 그래도 나한테 두 명을 뽑으라면 이수빈을 뺄 거야. 왜냐? 실제로 포항이 상승세를 타고 좋은 성적을 낼 때, 주전 라인은 정재용-최영준이었어. 마지막 라운드에도.

 

푸른치: 생각해보면, 이수빈이 플러스 알파는 되지만, 핵심 자원으로는 꼽히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게, 공격 라인에서 완델손이 크랙 역할을 잘해줬기 때문에. 완델손에게 가는 패스가 기가 막힌 킬러 패스든, 발 밑에만 붙여주는 패스든 완델손에게 연결만 해주면 어느 정도 해결해줄 수 있었다. 라는 전제를 깔고 전체를 보면, (중앙 미드필더 자리는) 공격적인 패스 능력보다 수비적인 안정감이 더 중요한 포지션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 김광석이 부상으로 오락가락 하는 동안에는 더더욱.

 

시안블루: 응, 그렇지.

이수빈이 포지션은 수미, 중미, 공미 다 돼. 다 되는데, 단점이 수비력이야. 아까 장점이 공간이해도라고 했잖아? 수비도 똑같이 해. 지역 방어에 특화된 선수지, 일대일 수비에 있어서는 절대 좋은 선수가 아니야.

 

푸른치: 팀에 묻혀서 평타는 가능한데, 수비상황에서 (태클같은 수비적인 기술로)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는 못하는 선수라는 거지?

 

시안블루: 응응, 그래서 김기동 감독도 비슷한 생각이었지 않을까?

 

푸른치: 그치, 중간에 공미로 올린 적도 있었잖아.

 

시안블루: 그치. 공미로 올린 것도 그런 의미였지 않았을까 생각해.

그래서, 정재용 최영준 조합으로 중원을 구성했을 때 밸런스도 좋았고, 성적도 좋았기 때문에, 이수빈보다는 이 두 선수가 베스트일레븐에 뽑혀야 한다고 생각해.

 

 

푸른치: 난 미리 정하면서 의외일 수도 있겠다 싶은 부분을 두 가지 꼽아 왔거든?

일단, 골키퍼. 오승훈. 이건 좀 의외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 왜 김승규가 아니냐?

이유를 설명하자면, 사실 두 선수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 수비수들의 폼 자체도 많이 차이가 있었어. 오승훈이 뛰었던 전반기는 윤영선과 불투이스가 풀 핏일 때였고, 후반기 들어서는 윤영선이 부상 이후에 부침을 겪으면서 김승규가 왔어도. 김승규가 온다고 수비수들이 정신을 차리는 건 아니거든. 그래서 윤영선의 구멍을 김승규가 메워주는 부분이 많았다는 생각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승훈이 결과적으로는 혹은 기록상으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 클린 시트 횟수, 실점률 면에서 더 우수했어. 그 말을 수비 리딩 능력이 더 우수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리고 포백라인은 박주호, 불투이스, 강민수, 김태환. 박주호도 의외지?

 

시안블루: 응, 그러네.

 

푸른치: 이명재가 왜 아니냐?

개인적으로 이명재를 굉장히 좋아하거든? 울산에서 데뷔를 했고, 공격적인 능력에서 뛰어난 스타일의 풀백이라 많이 좋아하는데. 2018시즌에 좀 혹사를 당하면서─

 

시안블루: 후반기에 폼이 많이 떨어졌지.

 

푸른치: 응, 폼이 많이 떨어졌고, 2019시즌도 그 연장선상이 아니었나 싶어.

수비적인 능력은 2018시즌에도 지적을 받았던 부분인데, 2019시즌에도 발전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약점이었고. 공격적인 측면의 폼은 약간의 부침이 있지 않았나 생각해. 2018시즌 왼쪽 풀백 자리 부동의 주전, 이명재, 막 이런 느낌은 아니었어 2019시즌 동안. 위협적인 크로스를 보여주거나 했던 장면이 많지 않았으니까. 재능이 있는 건 확실한데, 지난 시즌에는 그 재능이 크게 돋보이지 못했다(라고 평가하고 싶어).

전술적으로도 힘든 상황이었다고는 생각해. 그 앞자리, 왼쪽 윙 포워드에 누가 기용되었는지도 이명재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을 거야. 내가 박주호를 꼽은 것에도 그런 전제가 깔려 있었거든.

2019시즌에 울산의 왼쪽 윙 포워드 자리에는 김인성이 많이 기용됐어. 왼쪽에 김인성, 오른쪽에 김보경. 이런 식으로.

김인성은 왼쪽에 섰어도 클래식 윙어 같은 움직임을 보일 때가 많았어. 보통 오른발잡이 윙포워드가 왼쪽에 서면 안쪽으로 접어들어오면서 중거리 슛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김인성 같은 경우에는 안쪽으로 파고드는 경우보다 왼쪽 코너 플래그 방향으로 벌려 서는 경우가 많았어. 그렇다 보니 왼쪽 풀백 입장에서는 전진하기가 어렵고, 전진하더라도 영향력이 크지 않았지. 윙어가 상대 풀백을 끌고 안쪽으로 이동해주면 그 공간으로 전진해서 크로스를 시도해야 하는데, 윙어가 제 자리에 고정되어 있으면 올라가봐야 크로스를 시도할 공간이 안나는 거야. 실제로도 이명재가 지난 시즌 깊숙하게 전진하는 모습은 드물었어. 그 위치에는 김인성이 있고, 이명재는 그보다 한 칸 아래 위치에서 얼리 크로스 비슷한 시도가 많았고, 폼 자체도 좋지 않아서 크로스가 위협적이지도 못했어.

박주호 같은 경우에는 이명재와 다른 방식의 플레이를 보여줬어. 안쪽으로 파고드는 장면이 많았거든. 박주호가 워낙에 볼 간수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플레이를 보여주는 선수니까, 그 능력을 활용해 안쪽으로, 중원에 가담해주는 모습이 많았기 때문에,

 

시안블루: 플레이 스타일 상, 이명재보다는 박주호가 더 나았다는 소리지?

 

푸른치: 응, 김인성이 왼쪽에 있는 한은. 그런 면에서 메리트가 있었지.

또, 시즌 후반기에 박주호는 상대편 에이스의 마크맨으로 뛰었을 때가 많아. 포항전에는 왼쪽 풀백으로 나와서 완델손을 막았고, 대구전에는 중미로 교체 투입돼서 세징야 마크맨 역할을 수행했지. 그런 면에서 활약이 돋보였다고 생각해.

2선은 김인성, 이동경, 김보경.

이동경을 뽑은 이유는, 개인적으로 후반전의 울산보다 전반전의 울산을 더 선호해. 더 다채로워. 속공과 지공을 섞어서 공격 전개를 할 수 있으니까.

황일수가 나올 때는 항상 왼쪽 윙포워드. 김인성이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그 자리에 나왔는데, 그 때마다 지공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건지, 속공밖에 할 수 없어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조금 역습에 치우친, 단순화된 공격 패턴을 보여줬었어.

 

시안블루: 그게 의도적이 되려면 룸동이 똑똑해야 해.

 

푸른치: 그럼 후자 쪽이네.

 

시안블루: 어쩔 수 없었겠지. (교체 투입된 자원이) 황일수니까.

 

푸른치: (원톱으로 뽑은) 주니오는, 내가 칼럼을 쓰면서, 칼럼 본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만, 주니오를 겁나 많이 깠어. 얘가 나와서 울산이 계속 가패를 당하고, 울산의 공격 전개가 불편해진다. 그렇게 말을 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 내 최다 득점자를 무시할 순 없지. 주니오는 시즌 초반처럼 체력이 어느 정도 있을 때 활용을 한다면 충분히 좋은 자원이기 때문에 주니오를 뽑았어.

믹스-박용우는 이견이 없지. 신진호가 어떻게 비벼. 신진호도 참 호감가는 선수이긴 한데, 지난 시즌만 놓고 보면 믹스 박용우를 넘어설 만한 울산의 3선 자원은 없었어.

 

시안블루: 절대 없지. 김성준, 신진호는 그냥 서브였어.

 

푸른치: 윤영선은 울산 팬들이라면 다 인정을 하시겠지만, 초반부의 부상 이전 모습 빼고는 불안한 모습이 굉장히 많았고, 강민수가 그 공백을 굉장히 잘 메워주면서, (시안블루: 어, 진짜로.) 개인적으로는 파이널 라운드에 강민수가 계속 나왔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시안블루: 나도 그렇게 생각해.

 

푸른치: 윤영선이 나오면서 그게 시즌 실패 원인이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아쉬웠다고 생각해.

 

 

 

5. 시즌 총평

양 팀의 2019시즌에 대해 전반적인 평가를 내려보았다.

 

 

 

시안블루: 감독 같은 경우에는 별점 5점 만점에 4점?

 

푸른치: 4.5점은 줘야지. 김기동인데.

 

시안블루: 아니지. 4점이야. 왜냐면 아까 시즌 중에 가장 아쉬웠던 순간 5:4 역전패를 포함해서, 분명히 한 골 잘 지키거나 한 골만 더 넣었으면,

 

푸른치: 아챔 진출할 수 있었는데?

 

시안블루: 그치, 서울이랑 승점 동률이었잖아. 한 번만 질 경기 비겼으면. 한 골만 넣었으면 하는 경기가 있었기 때문에, 4점.

 

푸른치: 프론트라든지, 선수단에 대한 거는?

 

시안블루: 선수단은 솔직히 별점으로 평가할 수 없을 만큼 다들 너무너무 잘해줬어. 높은 점수를 주는 이유가, 선수들 중에는 전감독이 데려온 선수도 있고,

 

푸른치: 김기동이 원해서 데려온 선수들은 여름 이적시장에 영입된 선수들뿐이었고.

 

시안블루: 그치. 그래서 감독이 바뀌고 나서 전술에 적응을 못할 수도 있고, 동기부여도 덜 될 수도 있는 상황에 굉장히 잘해줬고. 특히 가장 좋았던 순간이라 말했던 그 경기에서 우리 유스 출신도 아닌 어떤 선수가,

우리 서포터즈가 안티콜을 불렀거든. 별이 두 개래 뭐 그런 노래가 있어. 알지?

 

푸른치: 나 그거 한 번도 안 들어봤거든? 근데 가사는 다 알아. 멜로디는 몰라도.

 

시안블루: 어, 그거 멜로디는

 

푸른치: 아아아, 알려줄 필요 없어. 일부러 안들은 거거든.

 

시안블루: 똑같아. 그 노래랑.

울산 놈들~ 맨날 준우승~ 별이 두 개래~ 별이 두 개래~ 별이 두 개래~ 뭐, 이런 노래거든

 

푸른치: 아아. 이제 알았다. (이악물) 저기 고철 놈이랑 같은 멜로디네.

 

시안블루: 응 그치. 근데 그 노래를 유스도 아니고 어린 선수가 그 노래에 감명 깊었는지 시즌 마치고 승리 세레모니할 때 그 노래에 맞춰서 막 춤추고.

 

푸른치: 누구, 미디어 데이 나왔던 그 선수?

 

시안블루: 미디어 데이 때 누구 나왔었지? 송(민규)?

 

푸른치: 어, 송민규.

 

시안블루: 어어어, 그 선수. 송, 우리 송. 마이 송. 아, 너무 좋아 그 선수.

어쨌든 그런 부분에서 선수단이 팬들의 마음을 잘 이해한 것 같은 모습으로, 경기 내적으로도 투지 있게 마지막까지 열심히 뛰었고, 경기 끝나고 팬서비스도 확실히 해주는 모습이 좋아서.

별점 따위론 평가할 수 없어. 황홀했어. 완벽했어 우리 선수들.

 

푸른치: 하, XX…

 

시안블루: (웃음)

 

푸른치: 그래도 단점을 굳이 꼽자면?

 

시안블루: 단점? (고민하다가) 단점을 꼽을 수가 없어. 정말로. 포항 팬들 대부분 알 걸? 단점이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거)…

 

푸른치: 프론트까지 포함해서도?

 

시안블루: 아, 프론트? 프론트 XX, 김승대 보내가지고, XXXX들.

 

푸른치: (웃음)

 

시안블루: 아니, 김승대를… 아니, 김승대는 우리한테 보통 선수가 아니야. 우리 프랜차이즈고, 어릴 때부터 우리 팀에서 커왔고.

 

푸른치: 그렇긴 한데, 포항 팬들이 보내준 모습을 보면, 온화하게 보내줬다고 해야 하나? 나 그거 봤거든. 김승대 전북 이적할 때, 왜 액자에 김승대에 대한 정보나 기록들을 12모양으로 새겨서 준 선물.

 

시안블루: 아아아! 그건 맞아. 이별을 잘 했지. 근데 그 과정이 별로였다는 소리야.

김승대 이적에 선수의 의지는 크게 없었어.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승대가 수긍을 한 이유가, 이적료를 포항이 받잖아? 그 때 김승대가 계약 기간이 6개월 남았었는데 전북이 이적료를 15억을 불렀대. 김승대 입장에서도 연봉이 크게 뛰고, 사랑하는 친정팀에 15억이나 되는 돈을 안겨줄 수 있으니까. 구단과 모기업의 사정을 생각했을 때도 서로 이해관계가 맞았던 거지.

그래도 그 때 당시에는 나도 화났었어. 연봉을 2배 3배 올려서라도 재계약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 지금 R리그도 못 뛰고 있는 선수들 정리해서 잡아야 한다고.

 

푸른치: 그거 외에는?

 

시안블루: 그거 외에는 프론트에 대한 불만이 없는 게,

 

푸른치: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잘 운영을 해왔다?

 

시안블루: 응, 그것도 있고.

아, 맞아. 포항이 재작년인가? 공식 홈페이지에 자유게시판을 없앴어. 없어 지금.

 

푸른치: 그건 좀 파격적인데?

 

시안블루: 응, 그리고 뭐라고 했냐면, ‘팬들과의 소통은 SNS를 통해서 하겠다.’(라고 했었어.)

솔직히 그러고 나서도 DM을 보내든지 페메를 보냈을 때 답변이 빨리 오는 건 아니야. 그런데도 팬들이 불만이 없는 게,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빨리빨리 올려줘.

예를 들면, 지금 프리 시즌에 훈련 참가인원, 미참가 인원 명단 같은 거 다 올려주고.

 

푸른치: 아아, 굳이 알아보려고 안 해도 미리 다 알려주는 거구나.

 

시안블루: 응, 어떤 팀 같은 경우에는 지금 전지 훈련 가 있는데도, 누가 갔는지도 몰라서

 

푸른치: 어떤 팀인지 말은 안 하겠지만, 수도권 팀

 

시안블루: 응, 수도권 기업구단 거기. 연고이전 했나 안 했나는 모르겠는데, (웃음)

그 팀 같은 경우에는 전지훈련 가서 사진 한 장조차 안 올려줬다고 들어서. 그런 팀 있는 반면에 우린 그런 방면에서 정보 전달이 확실하니까.

시즌 중에도 경고 트러블 명단이나 부상 명단, 부상 정도와 예상 회복 기간도 주기적으로 알려줘서 불만 없어. 필요한 소통도 잘하고 있다. 그래서 프론트에 불만은 딱히 없고. 선수단도. 성적도 만족해. 4위 정도면 잘했어.

 

푸른치: 지금까지의 이적 상황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시안블루: 응. 지금까지는 만족. 울산은?

 

푸른치: 장점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분란이 별로 없었어.

 

시안블루: 팬과 프론트 사이에?

 

푸른치: 아니 아니, 선수단 사이에.

기업 구단이고, 우승을 노리고 있는 구단 중에 울산처럼 선발과 교체 명단이 고정적인 느낌의 팀이라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어. 왜냐면 우승 도전 팀, 아챔 참가 팀이라면 18명 외에도 선수들이 필요하고, 최소 20명에서 30명 사이 정도의 선수들이 팀에 소속되어 있잖아. 이 선수들이 다들 능력이 충분한 선수들이란 말이야? 당장 다른 팀에 가면 주전급으로 뛸 선수들인데 로테이션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는데도 불화 같은 게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어. 이건 김도훈 감독이랑 코칭 스태프들, 그리고 주장단: 이근호, 박주호, 박용우가 중간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잘 해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전북의 상황을 떠나서 울산이 2018시즌 3위를 했을 때보다 2019시즌 승점 동률까지는 쫓아왔다는 점도 칭찬할 만한 점이고, 패배를 최소화했다는 점도 칭찬할 만하다고 생각해. 장점은 이게 끝이야.

 

시안블루: (웃음)

 

푸른치: 그리고 단점은, 결과적으로 우승을 놓쳤어.

 

시안블루: 경쟁상대 팀이 잘했다고 하기보다는 울산이 놓친 거였지.

 

푸른치: 응, 지난 시즌 커뮤니티에 있는 전북 팬들 이야기만 봐도, 모라이스 감독 부임 이후에 전북의 위상이 절대 1강 같은 느낌이 아니게 됐어.

 

시안블루: 응 그치, 황라이스 종신이지.

 

푸른치: (웃음) 종신이지.

어쨌든, 모라이스 감독 부임 이후에 팀의 색깔이 바뀌었어. 예전에는 타깃맨 놔두고 다이렉트한 공격 스타일을 지향했다면, 모라이스 감독은 빌드 업과 점유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스타일을 추구했다고 생각해. 작년이 그 전환기? 과도기적인 시즌이었다고 생각하거든? 그 과도기를 지나서 완성 단계에 접어들수록 모라이스의 전북은 더 강해질 거라고 생각해.

그런 상황에서 울산이 승점 동률까지 쫓아온 건, 울산이 잘해서기도 했겠지만, 전북이 부침을 겪으면서 내려온 것도 크다는 소리야. 그래서 장점에서 언급했던 승점 동률도 크게 쳐줄 수가 없어.

또, 우리가 정말 온 힘을 다해서 잘 했는데, 승점 동률까지가 한계였고, 그래서 준우승을 했다면 나도 ‘아, 보강 잘해서 재도전하자.’라고 말하겠지만, 2019시즌 울산은 전술적으로 밀리는 경기가 되게 많았어.

타 팀 팬들이 장난 반 도훈종신이라고 이야기하고, 나머지 반 정도는 ‘그래도 준우승한 감독을 뭐 이렇게까지 까냐’라는 의미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근데 울산 경기를 한 시즌 동안 팔로우해온 울산 팬들 입장에서는, 정말 압도적으로 이긴 경기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없었어. 세 경기 정도? 울산은 항상 상대를 압도하기 힘들어 했어.

 

시안블루: 울산 팬들도 노잼이라고 인정할 정도니까.

 

푸른치: 그래도 전반전은 괜찮거든?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상대가 공격 기회를 잡을 수 없도록 만들고, 우리의 공격 상황을 이어가는 모습이 있었는데, 후반전엔 항상 이동경이 빠지고 황일수가 들어오면서, (약팀이 강팀 상대할 때처럼) 선수비 후역습 일변도가 되는 경우가 많았어.

그렇다 보니 우승 도전팀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우세 경기가 없었어. 대부분이 후반전 몇 분 이후부터는 일방적으로 밀리면서 역습에만 의존하는 느낌이어서.

 

시안블루: 가패 안 당할 수 있는데 전술적으로 밀려서.

 

푸른치: 응, 전술적으로 밀려서 가패를 당하는 경기들이 많았다고 봐.

그게 감독이 의도적으로 ‘점유율을 내주고 실리를 찾겠다’ 이런 거면 다행이겠지만, (울산은) 뻔히 이 선수가 이런 면에서 부족해서 팀 전체가 밀리고 있는 게 보이는데, 그걸 파악을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항상 그 선수를 끝까지 기용하는 걸 보면 코칭 스태프들의 전술적인 면모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선수 기용 문제도 그렇고, 전술적인 선택 문제도 그래.

예를 들면, 울산이 라볼피아나 백쓰리로 공격 작업을 시작하는 거 알지? 초반에는 이 방법이 잘 먹혔어. 전부 다 풀 핏이고, 주니오도 자주 2선 이하로 내려와주는 등등 유기적인 모습이었는데, 시즌 중반을 지나면서 선수들 체력이 떨어지니까 선수들의 움직임이 점점 줄어들고, 상대방 공격수들이 백쓰리 앞에서 패스 길을 막으면서 공격 전개가 안돼. 그런 상황에 내가 감독이었으면 진형의 변화를 시도하겠지. 백쓰리 중 하나를 전진시켜서 연결고리를 만들든지, 앞쪽의 7명 중에 한 명을 내려오게 해서

 

시안블루: 상대도 끌어내고

 

푸른치: 응, 그런 세부 전술 지시를 내렸을 텐데, 울산의 후반기, 특히 파이널 라운드 울산에게는 그런 모습이 없었어. 매 경기 백쓰리가 고립되고, 7명이나 전방에 포진되어 있는데도 패스를 찔러줄 수 없어서 전혀 공격적이지 않게 되는 모습. 그런 면에서 전술적인 부족함, 김도훈의 전술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생각해.

또, 전방 자원들의 움직임이 적었던 게, 스타팅 라인업의 고정 때문이기도 했다고 보거든? 지난 시즌 울산의 스타팅 라인업은 거의 동일했어.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었단 말이야. 그러니까 선수단 관리가 제대로 안되었다는 평가까지 내릴 수 있는 거야.

왜, 정말 좋은 팀들은 로테이션 멤버까지 주전 경쟁을 하는 체제가 되어있는 경우가 많아. 근데 울산은 그게 부족했어. 특히 3선 라인에. 믹스 박용우의 백업 멤버가 거의 없는 거나 다름없었어. 시즌 초반에는 신진호가 해줬지만 부상 이후에 나올 수 없었고, 김성준은 폼이 아니었고. 이런 스쿼드 관리가 너무 부족했어.

조금 덧붙이자면 최근에 데이비슨이 호주 언론이랑 인터뷰를 했는데, 그 내용 중에 이런 내용이 있어. 훈련 중에 부상을 당했는데 울산 팀닥터들이 수술이 필요하고 5개월 이상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렸대. 사실상 시즌아웃이라는 거지. 근데 데이비슨의 요청으로 호주에서 재활을 했는데, 5주 만에 복귀가 가능한 몸 상태가 된 거야.

 

시안블루: 아 그래? 뭐야.

 

푸른치: 그냥 대충 들으면 고국에서 잘 치료하고 회복해서 그랬겠거니 할 수도 있는 거지만, 사실─

 

시안블루: 사실 그게 아니잖아, 말이 안 되는 거잖아.

 

푸른치: 응, 사실상 울산의 팀 닥터가 5주 만에 복귀할 수 있는 걸 5개월이라고 부른 거잖아. 팀 닥터들의 각성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이어서 생각해보면 그 동안 부상으로 출전 못했던 서브 자원들, 신진호, 이근호, 이상헌 이런 선수들이 진짜 부상 때문에 못 나왔던 건가? 진짜 주전들이 혹사 수준으로 기용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나, 하는 의구심이 드는 거지. 데이비슨처럼 이미 회복돼서 뛸 수 있는 시점인데 스태프들의 오판단으로 아직 뛸 상태 아니다 라면서 경쟁에서 배제시켰을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런 면에서 팀닥터를 포함한 전체적인 팀 운영에 문제가 엿보였다는 점도 단점으로 생각할 수 있어. 그 영향으로 김보경은 나올 때마다

 

시안블루: 거의 풀타임으로 뛰었지

 

푸른치: 응 거의 풀타임이었고. 믹스도 후반전 교체되긴 했지만 매번 나와야 했고.

그래서 울산의 시즌 초반 경기력과 시즌 후반 경기력은 많은 차이를 보였어. 체력이 떨어지다 보니 공격 전개의 핵심 줄기를 맡고 있는 두 선수(김보경, 믹스)가, 파이널 라운드 들어서는 대부분 막혔어. 두 선수뿐만 아니라 주전 스쿼드의 대부분이 체력적으로 문제를 보였지.

 

시안블루: 그리고?

 

푸른치: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것은 앞서 이야기했던 인천전 경남전을 포함한 ‘잡아야 할 경기’를 못잡은 거. 딱 한 경기만 잡았어도 우승이었는데, 중요한 고비마다 문제를 일으키면서 그런 경기를 못잡았다는 점에서 코칭 스태프들의 한계가 보였다.

 

시안블루: 김인수 코치는 괜찮지 않아?

 

푸른치: 스읍… 그런가?

 

시안블루: 명재용이 난 제일 적폐라고 생각해. 울산에서.

 

푸른치: 나는 솔직히 결국 궁극적으로는 감독의 책임이라는 입장이라서, 코칭 스태프들한테 하나 하나 책임을 묻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명재용은 적폐가 맞다고 생각해. 명재용은…

 

시안블루: 그냥 예스맨 같은 느낌?

 

푸른치: 응응, 맞아 맞아.

 

시안블루: 그냥 김도훈이 이렇게 하자, 하면 ‘어우~ 감독님 맞죠.’ 이런 느낌?

 

푸른치: 응, 두각을 보인 부분이 없어. 수석 코치면 (일반 코치들보다 좋아 보이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전술적인 부분에서 뛰어나다거나 하는 소리도 없고. 김도훈 감독 징계 때도 별다른 모습이 없었고.

 

시안블루: 그러니까 우리는 팬 입장에서는 알 수 없지만, 그동안 울산이 전술적인 문제를 지적 받을 때가 많았으니 수석 코치와 감독 간의 뭔가, 루머라도 돌았어야 하는데

 

푸른치: 응, 대립이 없으니까.

팀이 전체적으로 순항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런 건 수석 코치의 월권이니 없는 게 좋은 현상이지 않냐’고 이야기하겠지만, 울산이 지난 시즌 ‘전술적으로’ 순항하고 있는 느낌은 아니었거든. 그런데 불화에 대한 썰이 히든풋볼이든 조축개축이든 어느 언론에서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그냥 그런 생각이 없는 거야.

 

시안블루: 포항 같은 경우는 최순호 감독, 김기동이 수석 코치였던 때 이야기가 많이 나왔었어. 최순호랑 김기동이랑 의견이 다르다

 

푸른치: 막, 경기 전술 브리핑 보고 “우리 이런 식으로 훈련 안 했는데요?” 뭐 이런 말을 했다는 이야기도

 

시안블루: 응, 그런 이야기가 돌았던 적이 있어서.

울산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김도훈이 전술적으로 썩 좋은 감독은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니까 그럼 ‘수석 코치가 그런 역할을 했더라면, 루머라도 돌지 않았을까?’

 

푸른치: 맞아, 그런 점이 아쉬운 점이지. 문제가 많았지 2019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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