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여느 취미 생활이 그렇듯, 축구는 알면 알수록 더 재밌다.

그러나 무턱대고 알아보려다 보면, 그 설명에서도 모르는 것을 발견해 오히려 궁금증만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투머치싸커는 그런 경험을 겪어온 축알못이 뉴비 축알못들에게 전하는 장황한 축구 썰이다.

 

 

 

 

 

 

 

 

Q. 오늘의 주제: 대체 '빌드 업'이 무슨 말이야?

 

'빌드 업'. 영어로는 'build up play'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 사전에서 build up을 찾아보면 '쌓아 올리다, 확립하다'라는 뜻이 나오더라고. 아마 이미지상으론 그 뜻이 가장 가까울 것 같아.

빌드 업은 우리 진영의 가장 낮은 지역에서 상대 진영의 가장 높은 지역까지 공을 전진시키는 것을 의미해.

좀 더 친숙한 우리말로 바꾸자면... '공격 전개' 정도가 어울리지 않을까?

 

최근에는 '빌드 업 축구'라는 말이 많이 쓰이면서, '빌드 업'이라고 하면 짧은 패스로 공격을 이어나가는 이미지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됐는데, 사실 '빌드 업'은 조금 더 넓은 범주의 단어야.

 

장난감 블록을 쌓는다고 생각해보자. 블록을 쌓아서 한 뼘 높이의 탑을 만들고 싶어.

어떤 사람은 작은 블록들을 차곡차곡 쌓아서 한 뼘 높이까지 올리겠지.

근데 그게 귀찮은 어떤 사람들은 한 뼘 높이의 블록을 찾아서 세워버릴 수도 있을 거야.

 

그것처럼, 빌드 업도 마찬가지야. 짧은 패스로 차근차근 상대 골문 앞까지 올라가는 빌드 업이 있는가 하면,

골키퍼가 발리 킥(손으로 공중에 던져서 차는 그거)으로 최전방 공격수한테 보내는 빌드 업도 있는 거야.

 

 

 

Q. 그럼 뻥 축구도 빌드 업이야?

 

그렇지! 뻥 축구도 나름의 빌드 업 전략이라고 볼 수 있어.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빌드 업='숏 패스 빌드 업'으로 쓰임이 굳어져버려서, 뻥 축구와 빌드 업 축구가 서로 상반되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는 점은 유의해둬.

 

 

 

Q. 빌드 업이 공격 전개라면, 축구가 처음 시작된 시기부터 있었던 말일 거 같은데, 왜 요즘 와서 이렇게 핫한 축구 용어가 된 거야?

 

그건 축구 전술의 유행이 시대에 따라 변했기 때문에 그래.

현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빌드 업, 압박, 전환이 꼽히곤 하는데, 특히 빌드 업과 압박은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관계야. 빌드 업을 방해하기 위해 압박을 하고, 또 압박을 피하기 위해서 빌드 업 전략을 짜는 거지.

압박에 관해서는 바로 다음 편에 이야기할 거니까, 오늘은 일단 빌드 업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자.

 

 

 

Q. 빌드 업은 왜 중요한 거야?

 

음, 그걸 설명하기 전에 일단 축구라는 종목이 어떤 스포츠인지 다시 한번 떠올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축구는 두 팀이 하나의 공을 가지고 '어느 팀이 상대 팀의 골문에 그 공을 더 많이 차 넣느냐'를 가리는 스포츠야.

조금 더 자세하게 들어가면, 팀당 11명의 인원, 90분 내외의 시간, 골라인과 사이드라인으로 둘러싸인 일정한 넓이의 지역 등, 수많은 제한조건 속에서 치러지는 스포츠지.

이런 스포츠에서 상대에게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양 팀 모두 결국 이기기 위해서 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란 말이야. 상대가 골을 못 넣게 막고, 우리가 골을 최대한 많이 넣어야 해.

골을 많이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지.

기회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해? 상대의 약한 부분을 노리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러니까 정리하면, 축구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가 가진 약점을 노려야 해.

 

 

 

Q. 이야기가 너무 추상적이야. 그래서 그 약점이 뭐고, 그 약점이랑 빌드 업이 무슨 상관인데?

 

세상에 완벽한 팀, 완벽한 선수, 완벽한 전술은 없어.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막강한 팀, 선수, 전술은 있을지 몰라도, 그게 진짜 '완벽'한 것은 아니야.

강한 부분이 있다면, 상대적으로 약한 부분도 반드시 있는 법이야.

 

예를 들어보자, 어떤 팀이 있어.

이 팀은 전방 압박을 주요 수비 전술로 삼고 있는 팀이야. 모든 선수들이 공을 중심으로 간격을 좁혀서 공 가진 선수를 압박하는 거야. 공 가진 선수가 최후방의 센터백이라도 공을 뺏으러 두세 명이 달려들어.

이런 팀을 상대하는 것은 정말 까다롭겠지? 하지만 전방 압박이라는 수비 전술에 약점이 없을까?

 

그럴 리 없지. 그라운드는 생각보다 넓어. 두세 명이 센터백 한 명한테 달려들면 다른 쪽에는 아무도 없는 공간이 생긴단 말이야.

게다가 전방 압박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최전방 공격수들뿐만 아니라 후방의 선수들까지 다 같이 올라와서 공이 새어나갈 틈을 메워줘야 해. 당연히 라인을 끌어올려야 하고, 그만큼 최후방 수비수 뒤편에도 넓은 공간이 생기는 거지.

 

 

축구에는 '골라인과 사이드라인으로 둘러싸인 일정한 넓이의 공간'이라는 제한조건이 있어. 이 제한조건은 수비하는 팀에게도, 공격하는 팀에게도 똑같이 적용 돼.

 

한 명의 선수가 순간적으로 반응해 막아낼 수 있는 공간은 그렇게 넓지 않아. 11명의 선수가 커버할 수 있는 공간을 모두 합치더라도 여전히 그라운드가 더 커. 그래서 어떤 선택이든 그에 따라오는 부담은 감수해야만 해.

전방 압박을 시도하려면, 압박을 수행하는 지역 외의 공간을 부담으로 짊어져야 하고,

내려서서 골문 앞을 틀어막으려면, 중원의 공간은 상대에게 내줘야 해.

게다가 지금 언급한 공간적인 제한조건 외에도, 수많은 제한조건들이 있어. 선수들의 체력적인 한계, 전술을 수행하는 각 선수들의 능력, 집중력 등등등.

이렇다 보니 약점이 없는 팀은 없다고 봐야 하는 거야.

 

그럼 이 약점을 어떻게 공략해야 하느냐?

그걸 위해 준비하는 것이 바로 '빌드 업', 즉 '어떻게 공격을 전개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야.

 

이제 빌드 업이 왜 중요하다는 건지, 조금 이해가 가?

 

 

 

Q. 그럼 요즈음의 감독들은 왜 다들 짧은 패스로 하는 빌드 업을 선호하는 거야?

 

그건, 플레이가 성공할 확률 때문이라고 생각해.

 

100% 성공한다는 보장만 있으면, 아마 골키퍼가 최전방 공격수에게 길게 차주는 빌드 업이 최고로 효율적인 방법일 거야.

괜히 수비 라인부터 시작해서 중원까지 차근차근 패스하고, 압박 피해서 방향 전환하고...

그런 지지부진한 과정들을 다 생략해버리고, 단박에 골 찬스를 만들 수 있는 지역까지 공을 보내버리는 거잖아?

조금 더 과장을 보태면, 골키퍼가 킥으로 바로 상대 골문 안쪽을 노리는 게 가장 효율적인 공격 방법일 걸?

골로 연결된다는 보장만 있으면 말이야.

 

하지만 그런 시도들은 성공할 확률이 낮아. 왜냐하면 롱 패스가 가진 단점 때문이야.

일단 먼 곳까지 정확한 패스를 하는 것 자체의 난도가 높아. 방향 설정을 조금만 잘못해도, 킥의 세기 조절을 조금만 잘못해도, 공이 떨어지는 지점은 전혀 엉뚱한 곳이 될 수 있어.

그리고 정말 당연한 이야기지만, 패스 거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당연히 공이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길어져.

그만큼 수비수들도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는 소리야.

만약 롱 패스가 공격수의 머리를 노린다면, 수비수들은 공격수들이 정확한 헤더를 못하도록 방해할 거야.

그럼 수비 뒷 공간을 노린다면? 침투하는 공격수를 수비수들이 방해하는 동안, 골키퍼가 뛰어나와 공을 가져가겠지.

그럼 당연히 공격권은 다시 상대 팀에게 넘어가는 거야. 그야말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 셈이지.

 

숏 패스는 롱 패스랑 정반대라고 보면 돼.

가까운 지점으로 패스하는 거니까, 비교적 정확도가 높아.

그리고 공이 이동하는 시간이 짧으니까, 상대가 반응할 여유도 없지.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패스 길을 예측해서 움직여야 하는데, 예측이 빗나가면 쓸데없이 움직이기만 하고 수비는 뚫려버리는 거야.

그래서 숏 패스로 빌드 업을 하면 공격권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또, 축구는 90분 내외라는 시간제한이 있잖아?

그 말은 곧, 우리 팀이 공격권을 유지하는 동안 상대 팀은 공격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해.

90분 중에 우리 팀이 공격권을 유지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상대 팀이 공격할 수 있는 시간은 짧아진다는 거지.

수비적인 측면에서도 숏 패스 빌드 업은 안정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소리야.

 

 

 

Q. '후방 빌드 업'이라는 말도 많이 들리던데, 그건 뭐야?

 

단어 그대로, 뒤쪽에서부터 차근차근 빌드 업을 해나가는 거야.

안정적인 숏 패스로 골키퍼부터 수비수, 미드필더를 모두 거쳐 공격수들이 있는 위치까지 공을 전진시키기 위한 첫 단계인 거지.

 

후방 빌드 업이라는 키워드가 핫하게 떠오른 건, 압박 때문이야.

내가 처음에 압박이랑 빌드 업은 서로 꼬리를 무는 관계라고 했었지?

 

순차적으로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팀들은 공격권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공격하는 숏 패스 빌드 업을 하고 싶어 할 거야. 90분간 더 많은 시간 공격권을 유지하면, 그만큼 경기의 주도권을 쥐고 있을 수 있으니까.

그럼 거기에 당하는 팀은 그들이 알아서 실수할 때까지 가만히 있어야 할까? 아니지, 빌드 업을 방해해서 실수를 하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 그러니까 압박을 하는 거야.

압박을 당하는 팀은 또 그냥 가만히 당하고 있어? 압박을 피해서 빌드 업을 하겠지.

전방보다 후방이 상대적으로 압박이 덜하니까, 빌드 업의 중심을 뒤쪽으로 물리는 거야.

 

이런 이유 때문에, 축구 전술사에서도 빌드 업의 중심이 되는 선수의 위치가 점점 아래로 내려오게 됐어.

옛날에는 가장 기술적인 선수가 공격수 바로 아래에서 공격을 지휘했었어. 그러다 그게 곤란해지니까 중앙 미드필더 포지션으로 자리를 옮겼지. 그다음에는 수비수 바로 위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그 역할을 맡았고.

현대에 와서는, 수비수를 포함한 모든 선수가 상황에 따라 그 역할을 맡게 됐어. 심지어 골키퍼까지 공격 전개에 가담하게 된 거야.

 

그럼 압박의 위치는 어떻게 됐을까? 당연히 빌드 업을 따라 점점 높은 곳으로 전진하게 됐지.

최근에는 전방 압박이라는 전술이 그렇게 희귀한 게 아니잖아?

 

이제 최후방에서도 상대의 압박을 피해 공격 전개를 해나갈 기술이 중요한 시대가 됐어.

그러면서 떠오르게 된 단어가 바로 '후방 빌드 업'인 거야.

 

 

 

Q. 골키퍼들도 공을 잘 다루는 게 중요해진 거네?

 

그렇지.

골키퍼가 패스를 못하면, 센터백들이 공 줄 곳이 없어졌을 때, 더 이상 빌드 업을 이어가지 못하게 되잖아?

게다가 요새는 골키퍼에게 가는 공까지 쫓아 압박을 하는 팀도 있어. 그 영향으로 드리블로 상대를 제치려고 시도하는 골키퍼도 종종 볼 수 있게 됐어.

 

 

 

Q. 그럼, 후방 빌드 업을 한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 거야?

 

후방 빌드 업은 아까 말했다시피, 전체 '빌드 업'의 첫 단계야.

첫 단계를 마치면 다음 단계의 빌드 업을 이어나가겠지?

 

후방 빌드 업의 1차적인 목적은 공 소유를 잃지 않으면서 상대 팀의 최전방 라인, 그러니까 공격수들의 압박을 넘어서는 거야. 그 뒤엔 미드필더들의 압박을 넘어서는 빌드 업이 필요하겠지? 그다음은 수비수를 돌파하고, 슛을 시도한다. 그게 빌드 업의 과정인 거야.

이 과정에서 상대 압박이 너무 거세다, 그래서 다음 단계의 빌드 업이 어렵겠다, 그러면 공을 다시 뒤로 물려서 다시 한번 압박이 약한 방향을 찾아 빌드 업을 시도하고. 또 막히면 다시 물려서 다른 방향을 시도하고. 그렇게 공격을 이어나가는 거. 그게 숏 패스 빌드 업의 전체적인 과정이야.

 

 

 

Q. 숏 패스 빌드 업을 진행할 때, 선수들 사이의 횡 간격은 좁은 게 좋아, 넓은 게 좋아?

 

와... 갑자기 몇 단계 건너뛴 거 같은 질문이다...

 

이건 팀에 따라 다를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일반적인 답변을 하자면, 적당히 넓으면서 적당히 좁아야 해.

 

혹시, '공격은 넓게, 수비는 좁게'라는 말 들어본 적 있어? 전술에 대해 배울 때, 가장 기초가 되는 말이래.

수비할 때는, 공이 있는 방향으로 좁게 몰려 서서 공을 가진 선수가 쉽게 전진하지 못하도록 해야 해.

그리고 공격할 때는 넓게 벌려 서서, 좁게 서 있는 상대 수비가 커버하지 못하는 공간을 노려야 한다는 거야.

 

그런데 숏 패스 빌드 업을 진행할 때는, 너무 넓게만 서 있어도 곤란해.

아까 롱 패스와 숏 패스의 장단점 이야기했던 거 기억 나? 적어도 숏 패스의 장점을 살릴 수 있을 만큼은 가깝게 있어야 빌드 업이 가능하지 않겠어?

 

그래서 어떤 팀들은, 빌드 업을 진행할 때 전체적으로는 넓게, 부분적으로는 좁게 서기도 해.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 주변은 좁게 서서 숏 패스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해 주고, 공과 먼 지역의 선수는 멀리 떨어져서 상대 수비를 벌려 놓는 거야.

그럼 좁게 선 지역에서 공을 주고받으면서 빌드 업을 진행하다가, 방향 전환 패스를 통해서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도 있는 거지.

 

 

이런 부분 전술을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라고 부르는데... 뭐, 이름은 굳이 외울 필요는 없어.

간단하게 말하면 '빽빽한 곳에서 널널한 곳으로' 공격을 전개해 나간다는 거야.

 

저렇게 넓은 공간으로 가게 되면, 수비수 한 명 한 명이 커버해야 할 공간이 넓어져. 본인이 돌파당하면 그 뒤로 막아줄 동료가 없어. 그러니까 섣부른 압박은 당연히 무리고, 수비수는 상대에게 돌파당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리지.

반대로 공을 가진 사람은 드리블을 해도 좋고, 패스를 하기도 너무나 편해.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훨씬 쉽겠지?

 

대신 이런 전술을 쓰려면 빽빽한 쪽의 선수들은 굉장히 기술적이어야 해. 높은 템포의 패스워크를 소화해낼 수 있을 정도로.

 

 

 

 

 


투머치싸커는 한 편 한 편의 마지막이 완결이면서도 미완결인, 상호작용적인 콘텐츠입니다.

여러분의 질문으로 모든 편을 조금씩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댓글, 쪽지, 블로그 댓글, 블로그 방명록 등 어느 방법으로든 좋으니,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질문을 남겨주세요.

이번 주제에 관련된 질문이라면, 이 글에 붙여 설명을 이어나가고,

다른 주제에 관한 질문이라면 후속편의 주제로 다루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