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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취미 생활이 그렇듯, 축구는 알면 알수록 더 재밌다.

그러나 무턱대고 알아보려다 보면, 그 설명에서도 모르는 것을 발견해 오히려 궁금증만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투머치싸커는 그런 경험을 겪어온 축알못이 뉴비 축알못들에게 전하는 장황한 축구 썰이다.

 

 

 

 

 

 

 

 

Q. 오늘의 주제: 대체 '하프 스페이스'가 어디야?

 

축구 중계나 칼럼 같은 걸 보다 보면,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 단어들이 많지?

하프 스페이스뿐만 아니라, 파이널 서드니, PTA니 하는 이야기들을 들어본 적 있지 않아?

하프 라인, 페널티 에어리어, 골 에어리어, 터치라인, 골라인 같은 단어들은 그래도 체육 시간에 배우니까 알아먹겠지만, 그 외에 더 전문적으로 느껴지는 단어들은 좀 이해하기 애매한 거 같아.

오늘은 그라운드 위를 나눈 구역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거야.

 

 

 

Q. 구역을 왜 굳이 나누는 거야?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전술적인 이유가 가장 큰 것 같아.

 

축구는 결국 골로 결과가 좌지우지되는 스포츠잖아? 근데 이 골을 규정하는 골대는 위치도, 방향도, 규격도 정해져 있단 말이지. 그리고 경기장은 이 골대보다 훨씬 넓고 커. 그러니까 경기장 모든 영역의 가치가 동등할 수는 없어. 골대랑 가까울수록 중요한 지역이 될 거고, 멀수록 위험도가 낮은 지역이 되겠지.

 

이전에 내가 축구는 수많은 제한조건 속에서 펼쳐진다 이야기 했었던 거 기억나? 경기장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제한된 인원수로 치러진다고. 그런데 경기장은 생각보다 넓고, 그래서 11명의 선수들이 모든 지역을 커버할 순 없다고 말이야.

모든 지역을 커버할 수 없어. 그럼 어느 지역을 커버하고, 어느 지역을 버려야 할까? 당연히 중요한 지역을 커버하고 위험도가 낮은 지역을 버려야겠지.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그 '중요한 지역'으로 공과 선수들을 밀어 넣으려고 할 테고 말이야.

 

수비는 중요한 지역을 지켜내기 위해서, 공격은 상대 팀의 중요한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서 전술을 준비할 거야. 전술의 성패에 변수를 줄이려면, 디테일이 중요하겠지.

어느 지역에서는 어떻게 플레이 한다, 어느 지역에서는 어떤 플레이를 최우선으로 한다. 이런 전술적인 지시를 위해서 경기장을 세부적인 구역을 나눠놓은 것이 아닐까?

 

 

 

Q. 예를 들면 어떤 식의 전술 지시가 있어?

 

음, 가장 먼저 설명할 것은 경기장을 세로로 삼등분하는 구분 방식이야. 우리 팀 골대가 있는 골라인부터 하프라인을 넘지 않는 지역까지, 하프라인 전후 지역, 그리고 하프라인을 넘은 지역부터 상대 팀 골대가 있는 골라인까지. 이렇게 세 구역으로 나누는 거야.

그 구역을 각각, 우리 팀 골대 앞 지역부터 순서대로 디펜시브 서드, 미들 서드, 어태킹 서드라고 불러. 참, 이 중에서 어태킹 서드는 '파이널 서드'라고 부르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 공격을 진행하는 마지막 1/3 지역이라는 뜻이겠지.

 

 

우리 팀의 공격 진행 방향에 따라 나누는 거니까, 상대 팀의 입장에서는 반대로 부르겠지? 우리 팀의 디펜시브 서드는 상대 팀의 어태킹 서드가 될 테고. 뭐, 그런 식인 구분법이야.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수비 지역, 중원 지역, 공격 지역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럼 이걸 왜 나눌까? 이걸 나눠서 무슨 전술적인 지시를 할 수 있을까?

 

일단 수비 전술을 생각해보자. 지난 '압박' 편 기억나? 그 때 팀마다 압박하는 지역이 다르다고 그랬었는데. 그런 걸 정할 때 이런 명칭들을 사용할 수 있겠지.

전방 압박을 한다고 치면, '어태킹 서드에서 공을 뺏는다는 각오로 압박 강도를 높여라. 최후방 수비 라인은 미들 서드까지 올라와서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지시를 한다는 거야.

공의 위치에 따라 전술을 달리할 수도 있겠지. '일단 어태킹 서드에서 압박해라. 그런데 공을 못 뺏고 미들 서드까지 공격을 허용하면, 압박을 그만두고 디펜시브 서드로 내려와서 수비 블록 만드는 걸 더 우선시하도록 해라.' 이런 식으로 말이야.

 

공격 전술은 어떨까? 지난 '빌드 업' 편에서 빌드 업에 단계가 있다고 했던 거 기억나?

후방 빌드 업은 디펜시브 서드에서 이뤄져. 이 지역에서는 어떤 것보다도 안정성이 최고로 중요하지. 공을 뺏기면 그대로 실점 위기니까. 그렇게 무사히 미들 서드까지 올라오고 나면, 또 빌드 업 방식이 달라지지. 상대가 중앙을 틀어막고 있다면, 미들 서드부터는 측면을 활용할 거야. 압박을 피해 측면 지역에서 공을 전개시켜 나가다가, 어태킹 서드로 들어서면 이제 안정성보다 창조성을 보여줘야 하는 단계가 되는 거야. 빠른 템포의 이 대 일 패스로 돌파를 시도하든지, 스루 패스로 공격수의 침투를 지원하든지.

어때, 지역마다 우선시해야 하는 가치도 다르고, 플레이해야 할 방식도, 템포도 다르잖아? 이래서 구역을 나누게 되는 거야.

 

 

 

Q. 아까 이야기 했던 PTA는 무슨 말이야?

 

PTA는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의 어느 구역을 말해. 골 에어리어의 가로 선에서 안쪽으로 2야드, 바깥쪽으로 6야드 범위에 있는 세로 8야드 가로 20야드 넓이의 구역이야.

사실 이 규격 같은 건 몰라도 돼.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거든. 그냥 종종 중계에 이런 말이 나오니까, 이런 개념이 있다 정도로만 알고 있어도 축구 보면서 아는 척을 할 수 있잖아?

 

 

이 개념은 영국 축구협회의 코칭 디렉터였던 찰스 휴즈(Charles Hughes)가 제시한 개념이야. Prime Target Area의 약자로 PTA라고 불러. '주요 목표 지역'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

근데 찰스 휴즈는 1933년생이셔. 완전 축구 원로분이시라고. 그러니까 PTA도 아주 현대적인 축구 개념은 아닌 거지.

찰스 휴즈는 윙어들의 크로스 패스가 이 구역 안쪽으로 날아왔을 때 골 성공률이 가장 높다고 주장했어. 이 지역에서 공격수가 크로스를 슛으로 연결하면, 거리가 가까워서 골키퍼가 반응하기 힘들다는 거지. 그렇다고 크로스를 직접 쳐내기에는 앞으로 튀어나와야 하는, 골키퍼 입장에서는 아주 애매한 거리라고나 할까.

 

현대 축구에서는 이 지역을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일컫는 것 같아. 굳이 크로스 패스 상황이 아니더라도, 이 지역에서 공격수가 볼을 잡으면 골키퍼가 반응하기 쉽지 않을 만큼 위험한 지역이라는 거지. 그래서 '어떻게 PTA로 공을 투입하느냐가 공격 마무리 전술의 관건'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

 

 

 

Q.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하프 스페이스는 대체 어디를 말하는 거야?

 

일반적으로 하프 스페이스를 설명하는 걸 보면, 경기장을 세로로 삼등분(왼쪽 윙, 중앙, 오른쪽 윙)한 다음, 윙과 중앙의 경계 구역이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

 

인터넷에 하프 스페이스라고 검색하면 이런 형태의 이미지들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하프 스페이스는 이렇게 구체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고 봐. 하프 스페이스라는 공간의 기준은 경기장이 아니라 상대 수비 형태에 달려있다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내가 이해하는 하프 스페이스는 굉장히 유동적인 영역이야. 상대 수비 형태에 따라 좁을 수도, 넓을 수도, 어쩌면 없을 수도 있는 공간이라는 소리야.

어쨌든 내 방식대로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하프 스페이스는 측면 수비수와 중앙 수비수 사이의 공간이야.

 

그래서 이 공간이 왜 그렇게 핫한 공간이냐? 그건 당연히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이라서지.

이 공간이 위협적인 이유를 설명하자면, 우선 측면 공간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 같아.

 

 

 

Q. 측면 공간?

 

응. 하프 스페이스라는 개념이 나오기 전에, 경기장을 왼쪽 윙, 중앙, 오른쪽 윙으로 삼등분했다고 했잖아? 뭐, 사실상 윙과 중앙으로 나누는 거나 다름없지. 그럼, 중앙 중에 어느 쪽이 더 중요한 공간일까?

쉽게 쉽게 생각하자구. 당연히 중앙이 더 중요한 공간이지. 골문은 중앙에 있잖아. 공격이든 수비든, 골문에 가까울수록, 골문을 정면으로 바라볼수록 위험하고 위협적인 위치 아니겠어?

 

저번 편에도 이야기했지만, 요즈음의 팀들은 대부분 지역 방어를 주요 수비 전술로 사용해.

그럼 이 '지역 방어'로 어딜 지킬까? 당연히 골문 앞의 중앙 공간이지. 그 공간에서 공격 팀이 마음대로 플레이한다면 그만큼 골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지는 거니까. 수비하는 팀의 수비 블록은 이 지역을 빽빽하게 막아 세워.

 

자, 그러면 이제 다시 공격 팀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골을 넣으려면 중앙에서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수비 팀이 중앙을 빽빽하게 메우고 있잖아? 이 수비 간격을 흐트러뜨리고 중앙으로 들어갈 방법을 찾아야 해.

그걸 위해 활용하는 게 바로 윙, 측면 공간이야.

 

측면 공간을 써서 중앙 진입을 노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

가장 간단한 방법은 크로스 패스야. 측면에서 중앙으로 공을 전달하는 거지.

 

수비수 입장에서 공중볼 경합은 변수가 많아.

딱 한 순간 마크맨의 움직임을 놓쳐서 헤더 기회를 내주면, 중앙으로 진입 못하게 만들려고 기껏 세워놓은 수비 블록이 아무 소용 없어지잖아.

게다가 공중으로 날아오는 공은 머리 어느 부위에 맞추냐에 따라, 공이 튀어나가는 방향도 천차만별이야. 자칫 실수했다가는 세컨드 볼 찬스를 내줄 수도 있다고.

상대의 중앙에 키 큰 공격수가 있다면 더 위협적이겠지. 하지만 굳이 신장 차가 크지 않더라도, 정확한 크로스 패스는 매우 위협적인 공격 수단이야.

크로스 패스가 아무도 끊어 낼 수 없는 궤적으로 정확하게 날아와 봐! 와... 상상만 해도 눈앞이 깜깜해진다.

수비하는 입장에서, 이 크로스 패스를 아무 방해 없이 허용하는 건 위험부담이 커. 방해가 없으면 정확도가 높아지는 게 당연한 거니까.

 

어릴 때 선수 생활해본 사람이 조기 축구팀 들어가서 죄다 씹어먹는다는 이야기 들어본 적 있지 않아? 프로 레벨에 도달하지 못한 선수 출신과 일반인의 격차가 그 정도씩이나 나는 거야. 그럼 프로 무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어느 정도겠어?

그렇게 잘하는, 소위 밥 먹고 볼만 차는 프로 선수들이 경기 중에 실수를 이렇게 많이 하냐고? 그건 상대도 밥 먹고 볼만 차 온 프로 선수이기 때문이야. 비슷한 레벨의 선수들이, 지금까지의 내 플레이를 다 분석해와서는, 내가 원하는 플레이를 못하게 계속 압박하고 견제한다고. 심지어는 내가 잘 쓰는 발을 못 쓰게 만들려고 경기장에 다 들리게 "오른발!! 오른발!!" 거리는 게 내 상대란 말이야.

 

근데 만약에 이렇게 수준 높은 프로 선수에게 넓은 공간을 주고 아무런 방해도 안 하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내가 잘 쓰는 발로, 내가 좋아하는 템포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차면, 그 킥은 굉장히 정확하지 않을까?

그래서 수비수들은 중앙을 막는 와중에도, 측면으로 전진하는 선수를 의식할 수밖에 없어. 웬만하면 크로스 자체를 허용하고 싶지 않고, 허용하더라도 정확한 킥은 최대한 피해야 하니까.

 

자, 크로스를 막으려면 가까이 붙어야겠지? 측면 수비수가 윙을 막으러 튀어나가. 그럼 중앙 수비수들은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같이 움직이겠지? 그런데, 이 과정에서 수비수들의 간격이 벌어지게 돼.

 

움직이는 속도라는 게, 선수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거잖아? 일반적으로 센터백과 풀백의 체격은 다르니까, 당연히 달려가는 속도도 다를 거란 말이야.

게다가 중앙엔 상대 스트라이커도 있잖아! 센터백 입장에서 상대 스트라이커를 무시하고, 오로지 간격을 좁히기 위해서만 움직일 수 있을까? 스트라이커도 가만히 서있지 않을 텐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수비수들의 간격이 벌어지게 되는 거야. 간격이 벌어진다는 건, 공격 팀이 활용할 수 있는 중앙의 공간이 넓어진다는 소리지.

 

 

 

Q. 측면을 활용해서 중앙 공간을 창출한다는 건 알겠어. 그럼 하프 스페이스는 왜 특별히 위협적인 거야?

 

이야기가 너무 길고 복잡해지는 것 같긴 하지만... 이걸 설명하기 위해 또 하나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어.

바로, '축구에서 수비는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라는 점이야.

 

혹시, 경기 중에 측면 지역에서 윙어랑 풀백이 일 대 일 싸움하는 장면 본 적 있어? 윙어가 공을 세워놓거나 짧게 잔발 치면서 풀백을 제치려고 시도하는 장면 말이야.

그 장면을 보다 보면, 윙어 몸동작 하나하나에 풀백이 휘청휘청한단 말이야? 난 그 장면이 수비의 수동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해.

 

축구는 결국 공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스포츠잖아. 공이 골라인을 넘어야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거고, 공격수가 아무리 침투를 잘한대도 그 침투 끝에 공을 받을 수 있어야 득점 기회가 나는 거처럼.

그래서 모든 행동의 우선권은 공 가진 사람, 공 가진 팀이 쥐고 있다고 볼 수 있어. 공을 빼앗아야 하는 수비는, 공격의 움직임에 반응해서 움직이는 거라는 소리야. 당연히 움직임이 공격 측에 비해 늦을 수밖에 없어.

역습 장면에서 수비수가 공격수보다 한 명 이상 더 많아야 안정적이라고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야. 일 대 일 싸움에서 졌을 때, 반응에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커버가 필요하다는 거지.

그럼 일 대 일로 대치하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공격하는 쪽이 더 유리하겠지?

 

자, 그럼 다시 경기 상황을 상상해보자.

측면 지역에 윙어가 올라와서 공을 받았고, 크로스를 막기 위해서 풀백이 뛰어나왔어.

이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장면은 뭘까? 윙어가 풀백을 제치고 크로스를 올렸을 때 아니야?

그럼 스트라이커를 상대하는 두 명의 센터백 입장에서는 어떤 판단이 옳을까? 이 상황에서는 둘 다 스트라이커를 견제하는 게 가장 안정적일 수 있겠지. 한 명은 스트라이커가 편하게 점프하지 못하도록 몸싸움을 시도하고, 한 명은 스트라이커 앞에서 크로스를 끊어낼 준비를 하는 거야. 스트라이커와 센터백 한 명의 일 대 일 상황을 방지하는 거지.

 

그런데, 이 장면에서 공격하는 팀 미드필더 A가, 벌어져 있는 풀백과 센터백 사이 공간으로 뛰어들어오는 거야!

 

 

원래 그 선수를 마크하던 동료 미드필더 B가 제 때 반응해서 따라 들어온다면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어.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수비 측의 움직임은 공격 측보다 늦을 수밖에 없단 말이야. A가 딱 한 발만 빨라도, 만약 A 앞으로 패스가 시도된다면 B는 A의 다음 플레이를 막을 수가 없어.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 가장 위험한 장면이 바뀌게 된 거지. 수비 팀의 센터백 입장에선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A의 침투를 무시해? 만약 A가, 윙어의 패스를 잡지도 않고 때려버리면 아무도 그걸 견제해줄 수 없는데?

그럼 스트라이커 견제를 포기하고 A를 막으러 붙어? 그랬다가 상대 윙어가 스트라이커한테 패스를 해버리면 스트라이커 쪽에서 일 대 일 상황이 나오잖아?

 

이런 곤란한 선택을 강요할 수 있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이 '하프 스페이스'가 현대 축구에서 가장 주목하는 공간이 된 거야.

 

 

 

Q. 그럼 상대가 하프 스페이스를 공략했을 때, 어떻게 수비해야 해?

 

아까 하프 스페이스 공략 상황에 대한 예시를 들었는데, 결국 수비하는 팀이 곤란에 빠진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센터백이 이래도 저래도 위험한 상황이 만들어진 이유는, 하프 스페이스로 침투한 미드필더, 그러니까 A의 등장으로 위험 지역의 머릿수가 동률을 이뤘기 때문이야. 수비 팀의 최후방에는 왼쪽 풀백, 센터백 두 명, 오른쪽 풀백 이렇게 4명이, 공격 팀의 최전방에는 왼쪽 윙어, 스트라이커, 오른쪽 윙어에 A까지 4명이 4대4로 대치하는 상황이 됐다는 거지.

 

그럼 하프 스페이스 침투에도 곤란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해. 최후방의 숫자를 늘리는 거야.

가장 간단한 방법은 백쓰리 혹은 백파이브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거겠지. 수비수를 한 명 더 두게 되면, 상대의 네 번째 공격수를 대비할 수 있잖아. 'B가 A를 쫓아오는 상황'은 위험한 상황이지만, B가 미리 뒤쪽으로 내려와 있다면, 그만큼 A의 움직임에 대응할 수 있지 않겠어?

백쓰리 전술을 쓰지 않는다면, 이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미리 약속하는 방법도 있을 거야. 예를 들면, '풀백이 윙어를 막으러 나가면, 수비형 미드필더가 미리 내려와 풀백을 커버한다'라는 약속을 한다고 생각해봐. 결국 백쓰리 형태랑 비슷해지긴 하겠지만, 어쨌든 하프 스페이스 침투를 막을 수는 있겠지.

그 외에도, 윙어가 조금 더 뛰어주는 방법도 있어. 상대 윙어가 측면 높은 위치까지 올라왔을 때, 풀백이 막으러 나가지 않고, 윙어가 내려와서 수비에 가담하는 거야. 풀백과 센터백의 간격이 벌어지지 않으니까 하프 스페이스라는 약점을 노출하지 않지.

 

이런 방법들은, 전방에 있어야 할 선수 한 명을 줄이고, 후방에 한 명을 늘리는 거니까 역습의 위력이나, 중원의 수비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어.

그러니까 상대에 따라, 하프 스페이스 단속이 중요할지, 아니면 우리 팀의 역습이 중요할지 저울질을 해보고 선택해야겠지?

 

 

 

 

 


투머치싸커는 한 편 한 편의 마지막이 완결이면서도 미완결인, 상호작용적인 콘텐츠입니다.

여러분의 질문으로 모든 편을 조금씩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댓글, 쪽지, 블로그 댓글, 블로그 방명록 등 어느 방법으로든 좋으니,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질문을 남겨주세요.

이번 주제에 관련된 질문이라면, 이 글에 붙여 설명을 이어나가고,

다른 주제에 관한 질문이라면 후속편의 주제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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