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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경기 보고 나서 광주 축구 전용 경기장이 무서워졌습니다. 국가대표 경기가 치러지는 경기장 중에, 고산지대에 있어서 강팀들의 무덤이니 하는 그런 구장 있잖아요? 광주 경기장이 앞으로 그런 곳이 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김호영 감독은 서울에 있었을 때도 압박과 역습을 주요 콘셉트로 사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 보여준 광주의 스타일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광주 경기장의 좁은 피치도 그 스타일에 매우 부합했던 것 같습니다.
 
  정확한 수치 정보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광주 경기장의 필드는 문수축구경기장의 필드에 비해 가로로도 세로로도 약 10m씩 좁습니다.
  그 때문에 공격 전개 장면에서, 울산은 선수간 간격을 최대한 넓게 벌려 플레이할 공간을 확보하려 해도, 광주의 압박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평소보다 좁은 공간에서 공을 다뤄야 하는 데다, 불규칙한 지면 상태 때문에 볼이 튀면서, 강원전의 간결한 공격 전개가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에 비해 광주 입장에서 좁은 경기장은 이점이 많습니다. 횡 거리가 짧아 압박을 위해 움직여야 할 거리가 길지 않습니다. 종 거리가 짧은 것은 압박에 실패했을 때의 수비 복귀 거리를 줄여줍니다. 또, 수비에 성공했을 때 역습 거리도 줄어들죠. 롱패스 한 번으로 상대 위험지역 근처에 도달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김민준의 선제 득점은 매우 중요한 순간을 잘 낚아챘다고 생각합니다. 필드 플레이에 어려움이 있다면 세트 피스 기회를 살려야 했는데, 세트 피스 상황에서 좋은 위치 선정과 침착한 마무리로 결승골을 만들어냈습니다.
 
  후반전 약간의 불안함이 있긴 했지만, 조현우를 비롯한 수비진이 몸을 던지는 수비로 경기를 지켜냈습니다.
  수비에서 실수가 많이 나온 것이 불안한 요소라고 생각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광주에 비해 울산은 보다 공격 지향적인 팀 멘털리티를 가지고 있습니다. 광주가 상대의 주도권을 빼앗고 허점을 노리는 축구를 한다면, 울산은 주도권을 쥐고 상대를 흔드려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수비가 상대의 공격을 끊어낸 직후에도, 공을 쉽게 걷어내기보다 미드필더에게나 전방을 향해 연결하려 하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광주는 그 작업을 방해하기 위해 높은 지역에서부터 압박을 가했습니다. 좁은 피치 덕분인지, 후반전까지도 전방 압박 수준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었죠.

  도전성과 위험성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팀이 무게 중심을 앞쪽에 실었을 때 뒤쪽의 불안함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부담입니다.
  물론 앞으로 후방의 플레이를 더 안정적으로 다듬고, 수비 집중력도 더 발전해야 할 것은 지당합니다. 하지만 2라운드를 끝낸 지금 시점에 이 부분을 짚어 수비진을 힐난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평가가 아닐까요?

  오늘 홍명보 감독도 후반전 신형민을 투입하며 그 불안정성을 해결하려 했었죠. 울산의 코칭스태프들도 이 문제를 모르거나 방치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더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도 무실점을 지켜냈으니, 이번엔 조금 너그러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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