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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에게는 숙명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전쟁이었으며, 누군가에게는 복수, 누군가에게는 다시는 지고 싶지 않은 경기, 정신 나간 누군가에게는 똑같은 하나의 경기,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이었던 경기였다. 울산의 우승 경쟁에서 전북과의 맞대결을 제외하면 가장 큰 변수로 일컫는 경기, 바로 동해안 더비다. 울산은 이번 라운드, 두 말할 필요 없이 중요한 동해안 더비에서 2:0의 완승을 거뒀다.

 

  양 팀은 각각의 결손을 안은 채로 이번 경기를 준비해야 했다. 울산은 주전 오른쪽 풀백 김태환이 지난 수원전에서 옐로카드 두 장을 받아 이번 경기에 출전할 수 없었다. 포항은 팔라시오스가 전북전에서 퇴장을 당해 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고, 이번 경기까지 출전 정지가 예정된 상황이었다. 거기에 주니오, 이광혁 등 부상자도 있었다. 100% 대 100%의 대결이라고 볼 순 없었다. 이번 경기는 결국 '누가 공백을 잘 메우느냐'의 싸움이었다.

 

 

 

 

  김도훈 감독은 김태환의 대체자로 설영우를 낙점했다. 그다지 의외로 느껴지는 선택은 아니었다. 설영우는 지난 상주전에도 오른쪽 풀백 포지션을 훌륭하게 소화했었다. 김태환의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U22 룰도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또, 주니오 대신 비욘 존슨이 선발로 나섰다. 소문에 따르면 주니오가 경미한 부상을 입었고, 주중에 팀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부상의 정도가 심각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교체 명단에서 주니오의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가장 의외였던 것은 홍철의 선발 출전이었다. 홍철은 지난 라운드 수원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 이전 경기였던 부산전에 선발로 출전하긴 했지만, 아직 경기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것 같다는 평이 많았다. 물론 그 경기에서 얼리 크로스로 선제골의 기점이 되는 플레이를 보여줬지만, 이동준을 막아내는 것에는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홍철의 선발 출전에서 읽을 수 있었던 김도훈 감독의 의도는 왼쪽 측면 공격의 강화였다. 김태환의 결장으로 오른쪽 측면의 공격력이 반감되었으니, 이번 경기에서는 왼쪽 측면 공격을 조금 더 활용해야 했다. 홍철의 어시스트가 결승골을 만들어냈으니, 결국 성공한 전략이었다.

 

 

 

 

  포항은 팔라시오스의 대체자로 팔로세비치를 내세웠다. 팔로세비치는 7라운드 전북전에서 부상을 당했었지만, 약 한 달간 교체 출전으로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아직 선발 출전할 정도로 회복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있긴 했지만, 포항에게는 마땅한 차선책이 없었다.

  지난 12일 팀 훈련에 복귀했다고 알려진 이광혁은 이번 경기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김기동 감독은 이광혁 대신 심동운을 오른쪽 윙어 포지션에 출전시켰다.

 

  전반전은 울산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지만 포항이 울산의 공격을 잘 막아낸 흐름이었다. 울산이 8회의 슛을 기록했고, 포항은 5회의 슛을 시도했지만, 어느 팀도 골망을 흔들지는 못했다.

  동시간대 수원에서 진행되고 있었던 경기에서는 이미 전북이 두 골을 기록하며 앞서 나가고 있었다. 이대로 경기가 종료된다면, 울산은 전북에게 선두를 내주게 되는 상황이었다. 남은 45분 동안, 울산은 어떻게든 포항을 뚫어내야 했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울산은 10분 만에 두 골을 기록하며 경기를 결정지었다. 단 한 장의 교체 카드도 사용하지 않고 거둔 성과였다. 전북이 수원에게 1:3 승리를 거뒀지만, 여전히 승점 1점 차를 유지하며 선두를 지켜냈다.

  하프 타임 동안 울산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45분간 울산의 공격을 막아냈던 포항은 왜, 체력적인 부담을 느낄 시점도 아닌 후반전 초반에 무너지고 말았을까?

 

 

 

신의 한 수: 윙어들의 포지션 교환

 

  후반전, 울산은 교체 없이 경기를 재개했지만, 전반전과 달라진 점이 있었다. 바로 김인성과 이청용의 포지션 교환이었다. 전반전 왼쪽 측면에서 뛰던 김인성은 오른쪽으로, 오른쪽 측면에서 뛰던 이청용은 왼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단순한 자리 바꾸기로 보일 수도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 변화가 경기 결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다.

 

① 포항의 경기 운영 전략

 

  먼저, 전반전 포항의 경기 운영을 살펴보자. 수비 상황에서의 포항은 일차적으로 중원 지역의 압박을 시도하는 모습이었다. 울산이 센터 서클 근처로 공을 운반하면, 팔로세비치, 오닐, 최영준이 전진하며 울산의 빌드 업 요원들을 괴롭혔다.

  울산이 압박을 피해 측면으로 공격을 전개하면, 포항은 다음 단계의 수비 형태로 전환되었다. 압박을 위해 전진했던 미드필더들이 복귀하여 수비 블록을 완성했다. 더블 볼란테로 출전한 오닐과 최영준은 측면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윙어 혹은 풀백들이 울산의 측면 자원들을 압박하면, 그 빈자리를 오닐 혹은 최영준이 커버하는 모습이었다.

 

  공격 상황에서의 포항은 양 측면 자원들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오른쪽 윙어 심동운은 중앙 지향적으로 움직일 때가 많았다. 심동운이 비운 측면 공간으로는 풀백 권완규가 깊숙이 전진하는 모습이었다. 권완규의 후방 공간은 수비형 미드필더 최영준이 메웠다. 

  왼쪽 측면 자원들의 모습은 달랐다. 팀이 공격을 전개하는 동안, 윙어 송민규는 왼쪽 측면의 최전방에 머물렀다. 풀백 김상원은 오른쪽의 권완규에 비해 전진하는 빈도가 낮았다. 마치 공격은 송민규, 수비는 김상원으로 임무를 나눈 듯한 모습이었다.

 

 

 

 

  양 측면의 비대칭적인 활용에는 두 가지 의도가 있었다. 첫째는 오른쪽 지역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심동운과 권완규의 움직임으로 포항은 공격 진영의 오른쪽 절반에 많은 머릿수를 집중시킬 수 있었다.

  제한된 영역에 많은 선수를 배치하면 그 영역에서의 공격 전개를 안정적으로 시도할 수 있다. 공 가진 선수의 패스 선택지가 늘어나는 만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전반전 포항은 지공 상황이면 주로 오른쪽 지역에서, 오닐과 최영준, 팔로세비치, 심동운의 패스 워크로 공격을 진행했다.

 

 

①오른쪽 풀백 포지션의 최영준 ②팔로세비치 근처로 내려오는 심동운 ③오른쪽 최전방의 권완규

 

 

  둘째는 송민규의 공격적 재능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었다. 송민규는 저돌적인 드리블이 장점인 선수다. 김기동 감독은 그 장점을 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팀의 빌드 업 단계에서 송민규를 배제했다. 포항의 빌드 업은 오른쪽 지역에서 이뤄졌고, 송민규는 왼쪽 측면의 최전방에 머무르며 공이 오길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오른쪽 지역에서 공격을 진행하다 빠른 전환으로 왼쪽 측면을 노린다면, 넓은 공간에서 송민규와 설영우의 일대일 상황을 만들 수 있었다. 만약 송민규가 설영우를 돌파해낸다면, 울산에게는 치명적인 위기가, 포항에게는 결정적인 기회가 될 것이었다.

 

② 왼쪽의 이청용

 

  이런 상황에서, 후반전 울산의 변화가 왜 유효하게 작용했을까? 그 이유는, 두 윙어의 포지션 교환이 팀 전체의 공격 형태를 바꿔놓았기 때문이었다.

 

  우선 이청용이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바뀐 점은, 홍철의 전진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청용과 김인성의 플레이 스타일은 분명히 다르다. 김인성이 상대 측면을 들쑤시는 '윙어' 스타일이라면, 이청용은 공을 소유하고 경기를 풀어나가는 '플레이메이커' 스타일에 가깝다. 김인성은 속공에, 이청용은 지공에 강점을 가졌다.

  이청용이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울산은 왼쪽 측면 공격을 지공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왼쪽 측면에서 이청용은, 오른쪽에서 뛸 때와 마찬가지로, 측면에 머무르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며 공격을 주도했다. 그리고 오른쪽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 움직임을 고명진이 보조했다. 이청용이 중앙으로 이동하면 고명진이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는 등, 유동적으로 위치를 바꾸며 공을 소유하고 공격 템포를 조절했다.

  이청용과 고명진의 공 소유는 홍철이 마음 놓고 전진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났던 장면이 바로 김인성의 선제골이었다.

 

 

 

 

 

 

 

③ 오른쪽의 김인성

 

  왼쪽의 이청용이 홍철의 공격적인 활약을 이끌어냈다면,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긴 김인성은 김인성 본인이 활약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앞서 언급했듯, 포항의 왼쪽 측면은 공격의 송민규와 수비의 김상원으로 나뉜 듯한 모습이었다. 이런 분업 시스템은 두 선수의 역할을 줄여 자신의 강점에 집중하게 만든다는 장점이 있지만, 각각의 역할을 홀로 수행해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물론 팀 전체가 수비 블록을 구축할 때에는 송민규도 수비에 가담을 하지만, 문제는 수비 블록을 구축하기 이전의 상황이다. 울산의 역습 상황, 최전방에 있던 송민규가 수비 진영으로 복귀하기까지, 김상원은 홀로 왼쪽 측면의 수비를 도맡아야 했다. 그리고 그 역습 상황에서 울산의 선봉에 서는 것은 김인성이다.

 

  언젠가부터 울산의 전술적 색채가 지공 쪽으로 기울어, 김인성의 전술적 위상이 약간은 빛을 바랬던 것이 사실이다. 내려선 수비 블록을 자주 상대해야 하는 울산에서 김인성의 역할은, 측면에 머무르며 중앙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보조적 역할에 지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김인성의 '치달'이 등장하는 빈도수는 줄었고, 울산 팬들에게 김인성은 '장점은 확실하지만, 현재의 팀에서는 무언가 아쉬운 선수'라는 이미지가 짙어졌다.

  그러나, 사실 어떤 윙어에게도 두 명 이상의 협력 수비를 돌파해내기란 까다로운 일이다. 당장 이번 경기 포항도, 송민규에게 '일대일 상황'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던가? 김인성도 마찬가지다. 김인성과 울산이 그동안 상대해야 했던 수비 블록은, 애초부터 돌파를 저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두 명 이상의 협력 수비 시스템이다. 김인성이 활약하기에 최악의 환경이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만약 김인성에게 넓은 공간과 일대일 상황이 주어진다면 어떨까? 과연 K리그 수위급 윙어로 평가받는 김인성이 그 상황에서도 여전히 '무언가 아쉬운 선수'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비욘 존슨의 쐐기골로 이어졌던 울산의 역습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이어받은 김인성은 일대일 대결에서 김상원을 멋지게 속여내며 팀의 위협적인 기회를 만들었다. 힐찹에 속아 넘어간 김상원은 허둥지둥 김인성을 쫓아야 했다. 송민규의 수비 복귀는 아직이었는데, 김상원까지 자리를 이탈하니 오른쪽 측면 공간이 완전히 비어버렸다. 그 덕분에 신진호가, 김인성이 만들어준 공간에서, 여유롭게 크로스 패스를 시도할 수 있었다.

 

 

  이처럼 윙어들의 포지션 교환은, 두 골을 이끌어낸, 매우 성공적인 전술 변화였다. 김도훈 감독은 전반전 동안 포항의 경기 운영 전략을 파악하고, 비교적 간단한 변화로 큰 성과를 이뤄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승리를 놓고 '울산과 포항의 선수층 차이가 경기 결과에 드러났다'라고 평한다. 주전들의 공백을 메우는 과정에서 로테이션으로 출전했던, 홍철과 비욘 존슨이 두 골에 각각 관여했으므로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경기의 흐름을 생각한다면, 이번 승리의 수훈갑으로 가장 먼저 칭송받아야 할 사람은 김도훈 감독이 아닐까.

 

 

 

'그 외'로 묶이기엔 아쉬운 이야기들

 

  울산과 포항은 워낙에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라이벌 관계인 만큼, 그 두 팀이 만나는 동해안 더비에는 늘 흥미로운 스토리가 함께해왔다. 이번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맞대결에서 울산이 0:4 대승을 거두면서, 포항은 그 경기의 설욕을 하고 싶어 했고, 울산은 지난 승리에도 여전히 작년의 복수가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 각각의 동기부여가 메인 플롯이라면, 서브플롯은 선수들 간의 경쟁 구도였다.

 

 

 

 

  지난 맞대결을 앞두고 화제가 되었던 '두유 노우 인성 킴?' 이슈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경기를 하루 앞두고 업로드된 유튜브 GOAL TV 채널의 이웃집K리거 시즌3 영상에서, 팔로세비치는 '이제는 김인성 선수를 아느냐'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No, really, no! I don't know who is him."이라고 대답했다. 다시 한번 이 이슈에 불을 붙인 격이었다.

  도발에는 응징이, 낙제생에게는 보충학습이 필요하다. 이 시대의 참교육자라 불릴 만한 김인성은 팔로세비치가 잊을 수 없을 활약을 다시 한번 선보였다. 결승골을 기록한 데다, 두 번째 골에 관여했던 드리블 장면에서는 팔로세비치 본인도 김인성에게 속아 신진호를 막지 못했다. 과연 다음 동해안 더비까지 팔로세비치는 김인성을 기억할 수 있을까?

 

  설영우와 송민규의 경쟁 구도도 있었다. 두 선수 간의 직접적인 경쟁은 아니었지만, 팬들 모두가 예상하고, 기대했던 매치업이었다. 김태환의 결장이 예정된 상황에서 설영우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은 대부분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울산 팬들의 걱정은 '과연 설영우가 송민규를 제대로 제어할 수 있을까?'라는 점이었다.

  송민규가 '울산을 잡고 대표팀에 가고 싶다'라고 인터뷰를 했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유튜브 서형욱의 뽈리TV 채널의 ㅋㅋㅋ인터뷰 영상 제목이 '송민규가 울산 잡고 대표팀 간대요'였을 뿐이다. 해당 인터뷰를 들어보면, 송민규는 두 이야기를 따로 언급했다. 대표팀에 가고 싶다는 의욕을 드러냈고, 동해안 더비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 영상 제목이 김도훈 감독을 거치며 또 다른 스토리로 이어졌다. 김도훈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번 경기를 준비하며 설영우와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송민규가 울산 잡고 국가대표팀 가겠다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송민규를 잡으면 대표팀 갈 수 있겠다고 말해줬다. 충분히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오해에서 시작된 스토리였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김도훈 감독의 말에 강한 동기를 얻었는지, 설영우는 이번 경기 내내 송민규를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그야말로 설영우의 완승이었다.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송민규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다던 설영우를 상대로, 송민규가 기록한 슛 시도는 단 2회. 그나마도 모두 골문을 벗어나는 슛이었다. 드리블 시도 또한 1회에 그쳤다. 이번 경기에서 송민규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은 없었다. 송민규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 마음가짐을 다지며 머리색을 바꿨다고 밝혔는데, 그 샛노란 머리색 덕분에 설영우의 활약이 더 눈에 잘 들어왔던 경기였다.

 

  고명진은 이번 경기에 첫 풀타임 출전을 기록했다. 동해안 더비의 좋은 기억을 이어나간 셈이다. 고명진은 지난 동해안 더비에서 첫 선발 출전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고명진은 후반 중반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며 교체되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더 경기력을 회복했는지 90분을 모두 소화해내는 데 문제가 없어 보였다.

  K리그 데이터 포털의 기록에 따르면, 이번 경기에서 고명진은 98%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43회의 패스를 시도해 42회를 성공시켰는데, 이 중 15회는 전진 패스였다. 고명진이 실패한 패스는 30m 이상의 거리에서 시도했던 크로스 패스 단 1회에 불과했다.

  더 놀라운 점은 고명진이 거의 공격 지역 전역을 누비며 이처럼 높은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고명진은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했지만, 앞서 언급했듯 중앙에 머무르지 않고 넓은 범위로 움직이며 포지션 플레이를 수행했다. 측면에서 윙어 역할을 수행할 때도 있었고, 최전방으로 올라가 비욘 존슨을 도울 때도 있었다. 고명진의 넓은 활동 반경과 정확한 패스는 울산이 경기 주도권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ACL 일정과 대표팀 소집 등의 이유로 리그 일정이 더 힘겨워진 현 상황에서, 고명진의 존재는 울산에게 매우 중요하다. 신진호, 윤빛가람, 원두재가 주전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지만, 언제든 고명진이 이들을 대신해 뛸 수 있다. 게다가 이번 경기처럼 활약해준다면, 로테이션 시도에도 부담이 적다. 앞으로도 고명진의 활약을 기대해보자.

 

 

 

빅매치만큼 '보통 경기'도 중요하다

 

  울산의 다음 경기 일정은 17라운드, 성남을 상대하는 원정 경기다. 성남은 지난 라운드 부산과 무승부를 거두며 주춤했다. 그러나 절대 얕볼 수 없는 상대인 것은 변함없다.

  지난 맞대결에서 울산은 매우 어려운 경기를 치렀다. 경기 내내 성남의 단단한 수비에 막혔고, 그나마 비욘 존슨을 교체 투입해 경기 전략을 바꾼 이후에나 좋은 공격 장면을 만들 수 있었다. 1:0의 스코어도 주니오의 기지가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것 같은 내용이었다.

  당시의 성남과 현재의 성남은 또 다르다. 6월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저점을 찍고 다시 성적을 회복했다. 양동현 대신 김현성이 주전을 차지하는 등 주력 선수도 바뀌었을 뿐 아니라, 여름 이적 시장에서 영입한 나상호가 점차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나상호와 발을 맞추는 공격 파트너 유인수의 성장세도 매섭다.

  1:1 무승부로 끝난 지난 라운드도, 경기 내용을 보면 성남이 월등히 앞선 모습이었다. 성남이 지난 라운드 기록한 슛 시도는 20회. 같은 시간 부산이 시도한 슛 시도는 6회에 불과했다. 경기 막판 코너킥 상황에서 도스톤벡이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면 성남의 2연승이 될 뻔한 경기였다.

 

  동해안 더비에서 완승을 거뒀지만, 여유를 부릴 상황은 아니다. 여전히 전북이 승점 1점 차 턱밑 추격을 이어나가고 있다. 단 한번의 실수가 순위표를 바꿔놓을 수 있다.

  우승 경쟁에는 소위 6점짜리 경기가 중요하다지만, 그건 3점짜리 경기를 놓치지 않았을 때나 해당하는 말이다. 빅매치도, 빅매치가 아닌 경기도, 결국 같은 승점 3점이다. 어려운 경기를 이겨놓고 쉬운 경기를 놓치면 우승할 수 없다.

  울산의 집중력과 결과가 중요한 시점이다. 날씨도, 시국도, AFC나 KFA마저도 도와주지 않는 상황이지만, 부디 굳건히 선두 자리를 지킬 수 있길. 울산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해 본다.

 

 

 

 

이 글은 울산 현대 팬 커뮤니티 '울티메이트'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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