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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이 경기를 전반전만 본 울산 팬이 있을까? 전반전 경기력에 답답함을 호소하며 중계방송을 꺼버린 사람이 있다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할 것 같다. 울산은 이번 강원 원정 경기에서 후반 27분부터 약 15분 동안 세 골을 몰아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반전 초반의 20여 분은 울산이 주도권을 가져가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전반전 중반에 접어드는 시간대부터 후반 27분 윤빛가람이 선제골을 기록하기까지 울산은 강원에게 주도권을 내준 채 휘둘렸다. K리그 데이터 포털에 따르면, 전반전 20분부터 윤빛가람의 골 직전까지 약 50분의 시간 동안 울산이 기록한 슛의 횟수는 단 2회. 같은 시간 동안 강원이 시도했던 슛은 그 3배인 6회였다. 심지어 점유율은 90분 내내 울산이 강원을 앞지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웃은 것은 울산이었다. 울산은 0:3이라는 스코어뿐만 아니라, 주니오의 시즌 8호 골과 비욘 존슨의 데뷔골까지, 더할 나위 없는 결과를 챙겼다. 재주는 강웅이가 부리고 승점은 건호가 챙긴 모양새였다.

 

  여기서 잠깐, 그럼 이번 경기를 전반전만 본 울산 팬은 답답하기만 하고 재미는 하나도 없는 경기를 본 걸까? 강원에 밀리며 제대로 된 공격 작업이 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고 싶다.

  전반전을 자세히 뜯어보면, 김도훈과 김병수, 두 감독이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해 어떤 수 싸움을 주고받았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과연 김도훈 감독은, 김병수 감독은 어떤 식으로 경기를 운영하려 했을까? 이번 리뷰에서는, 울산 팬이 이번 경기의 전반전을 지켜보며 가졌을 법한 의문들을 중심으로, 경기가 전개됐던 양상을 요목조목 짚어보려 한다.

 

 

 

울산은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갈 계획이었나?

 

 

 

  울산은 4-2-3-1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다. 지난 성남전과 비교해 5명이나 바뀐 선발 라인업이었다. 두 경기 연속 U22 쿼터로 선발 출전했던 설영우 대신 이상헌이 선발로 나섰다. 마찬가지로 직전 두 경기에 선발 출전했던 신진호와 고명진 대신 윤빛가람이 원두재와 함께 3선에 기용되었다. 수비 라인에도 변화가 있었다. 데이비슨과 불투이스가 선발 명단에서 빠지고, 박주호와 김기희가 선발 출전의 기회를 얻었다. 박주호는 시즌 첫 선발 출전이었다.

  가장 이목을 끌었던 것은 정훈성의 데뷔였다. 5라운드 부상 이후 이청용의 두 번째 결장이었다. 지난 경기에서 설영우가 대신했던 오른쪽 윙 포지션에 이번에는 정훈성이 이름을 올렸다.

 

  이청용과 정훈성은 같은 오른쪽 윙 포지션이라도 플레이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이청용은 오른쪽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팀의 연계를 주도하고 기회를 만든다. 공을 다루는 기술과 시야, 창조성이 돋보이는 플레이메이커 스타일의 선수다.

  그와 달리 정훈성은 직선적이다. 속도를 살린 돌파를 주무기로 삼고 있는 윙어 스타일의 선수다. 당연하게도, 해당 포지션에 이청용이 있을 때와 정훈성이 있을 때, 울산이 오른쪽 측면을 활용하는 방식은 전혀 달라진다.

 

  정훈성을 기용한 김도훈 감독의 의도는 너무나도 명확해 보였다. 김인성과 정훈성의 속도로 강원의 배후 공간을 공략하겠다는 것이었다. 침투하는 윙어들을 지원하기 위해, 미드필더 자원 중에서도 킬러 패스에 특화된 윤빛가람을 선발로 선택했다. 요컨대 울산이 이번 경기를 위해 준비해온 것은 평소와 같은 숏 패스 플레이가 아니었다. 점유율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양 측면을 활용한 시원시원한 역습을 선보이기 위한 선수 구성이었다.

  수비 라인을 높이 끌어올리는 평소 강원의 전술 스타일을 생각했을 때 나쁘지 않은 판단이었다. 실제로 전반전 초반에는 위협적인 장면들을 몇 차례 만들어냈다. 주니오의 오프사이드로 취소된 정훈성의 골도 측면 돌파에서 시작된 장면이었다.

 

 

  정훈성이 데뷔전 데뷔골을 기록하는 줄 알았던 위 장면까지만 해도, 울산이 계획한 대로 경기를 잘 풀어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강원은 그리 쉽게 상대할 수 있는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

 

 

 

강원은 어떤 전술로 울산에 맞섰나?

 

 

  강원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 4-2-4 포메이션의 선발 라인업을 발표했다. 겉보기에는 4-4-2 포메이션과 무엇이 다른지 알기 어려웠다. 보이는 그대로 윙어들을 높은 위치에 머무르게 한다면, 과연 두 명의 미드필더로 중원에서의 싸움을 이겨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실제로 경기가 시작되고 보니, 강원의 포메이션은 발표된 것과 매우 달랐다. 수비 상황일 때와 공격 상황일 때, 선수들이 포진하는 형태가 달라지는 유동적인 진형이었다.

 

 

  수비 상황의 강원은 백쓰리 혹은 백파이브에 가까운 형태였다.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한 신광훈이 중앙으로 좁혀 서서 김영빈, 임채민과 함께 센터백처럼 위치했다. 신광훈이 이동하며 비운 공간은 김경중이 내려와 지키는 모습이었다.

  울산의 빠른 측면 자원들에게 흔들리지 않기 위한 선택이었다. 다섯 명의 선수가 횡으로 늘어서면 측면 공간을 빠르게 커버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윙백 위치의 채광훈이나 김경중이 돌파당했을 때를 대비한 선택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김경중이 김인성에게 돌파당하면, 신광훈이 측면으로 달려 나가 다시 한번 김인성을 막아선다. 신광훈이 측면을 커버하러 가도 중앙에는 김영빈과 임채민이 남아있기 때문에 주니오에 대한 수비가 흔들리지 않는다.

 

  강원의 수비 형태에서 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1·2선의 선수들의 수비 포지셔닝이었다.

  일반적으로 측면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백쓰리 포메이션을 선택했다면, 2선의 선수들 또한 나란히 서는 경우가 많다. 5-4-1 형태로 수비 블록을 만들어 측면의 수비 숫자를 늘려주기 위함이다.

  그러나 강원은 전방 자원들의 기본적인 수비 위치가 중앙에 밀집되어 있었다. 김지현, 정지용, 김승대, 한국영, 조지훈이 오각형 형태로 중앙의 공간을 지키는 모습이었다.

 

놀랍게도 이 오각형 수비 형태는 울산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에 매우 유효한 모습을 보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울산은 측면 자원들의 돌파력을 활용해 강원을 공략하려 했다. 김인성과 정훈성의 선발 기용을 본 김병수 감독이 그 의도를 몰랐을 리 없다. 그래서 이 수비 형태는 더더욱 의외였다. 강원 전방 자원들의 중앙 집중적인 수비 형태는 울산이 측면 공간을 활용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사실, 그것이 바로 강원의 의도였다.

  강원은 이미 측면 공격에 대한 대비책을 따로 마련해 둔 상태였다. 앞서 언급했던 백파이브의 수비 라인과 센터백의 윙백 커버가 그것이었다. 김인성이나 정훈성이 측면에서 공격을 시도해도, 그것을 막아낼 충분한 숫자가 있었다.

  이렇다 보니, 강원의 수비 형태는 오히려 울산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공격 상황에서 울산의 선택지는 측면 전개뿐이었다. 공격형 미드필더 이상헌이 있었지만 그를 활용한 공격은 할 수 없었다.

  결국 울산은 풀백을 전진시켜 측면으로 공격을 전개해 나갔다. 물론, 강원도 그것을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공이 측면 풀백에게 전달되면, 그 방향의 미드필더가 따라 측면으로 이동해 풀백을 견제하며 울산의 공격 전개를 방해하는 모습이었다.

 

  공격 상황의 강원은 수비 상황과 또 다른 형태로 움직였다. 빌드 업의 시작은 울산의 후방 빌드 업 형태와 유사했다. 센터백이 넓게 벌려 서고, 풀백 채광훈과 신광훈이 측면 미드필드 지역으로 올라가 공을 받아주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최후방 지역을 벗어나 하프 라인 근처까지 올라온 뒤의 강원은 매우 독특한 형태로 전환된다.

 

 

  오른쪽 풀백 자리에 있던 신광훈이 중앙으로 좁혀 들어오며 세 명의 미드필더 라인을 만든다. 왼쪽 풀백 채광훈은 높은 지역까지 전진하고, 그 자리는 미드필더 한국영이 메운다. 채광훈에게 자신의 공간을 내준 윙어 정지용은 중앙으로 이동해 공격수처럼 위치한다.

  이렇게 전환된 형태가 강원의 기본적인 공격 진형이었다. 굳이 숫자로 표현하자면 2-3-5에 가깝다. 이 형태를 구축한 뒤 W 형태로 배치된 센터백들과 미드필더들이 패스를 주고받으며 공격 방향을 정한다.

  하프 라인을 넘어 상대 진영까지 올라간 뒤에는, 공격수들 중 한 명이 내려오거나, 조지훈 혹은 한국영이 전진하며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잠시 수행한다. 그러는 동안 나머지 공격수들이 골문 앞으로 침투하며 기회를 만드는 메커니즘이다.

 

 

  이렇게 변칙적인 전술을 기반으로, 강원은 전반 20분대부터 경기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머릿속에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그래, 강원의 전술이 어떤 것이었는지는 알겠어. 그런데 왜 울산은 전반전 초반의 주도권을 이어 나가지 못한 거지?'

 

 

 

울산은 왜 주도권을 빼앗겼나?

 

  "현대 축구의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압박이다." 축구 중계를 자주 보던 사람이라면,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문장이 상투적으로 느껴질 만큼 많이 쓰이는 말이다. 실제로 축구에서 '압박'은 굉장히 중요한 전술적 요소다. 공을 가진 상대가 플레이할 수 있는 공간을 줄여 실수를 유도하거나, 상대에게 불리한 형태의 공격 전개를 강요하는 등, 압박은 수비 전술의 여러 부분에서 다양한 의도로 활용된다.

  그러나 90분 내내 모든 지역에서 압박 전술을 수행할 수 있는 팀은 드물다. 선수들의 체력에는 한계가 있고, 경기 중 교체할 수 있는 인원도 3명이 최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팀들은 한정된 시간이나 지역을 미리 정해두고, 그 안에서만 압박 전술을 사용한다.

 

  강원을 상대하는 울산에게도 그런 약속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울산은 전반전 10분에서 15분 무렵까지, 높은 지역에서부터 강원을 압박하며 강원의 빌드 업을 방해했다.

 

탄식하는 김병수 감독이 깨알 포인트

 

  그 시간 동안 울산은 강원 진영에서 공수 전환을 일으킬 수 있었다. 공격 지역까지 올라갔던 강원의 선수들이 복귀하기 전에 공격을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울산은 이 시간대에 위협적인 장면들을 많이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90분 내내 이런 압박을 유지할 수는 없다. 전반전 중반에 접어드는 20분 즈음부터, 울산은 전방에서의 수비 방식을 바꿨다.

  강원이 후방에서부터 공격을 시작할 때, 주니오와 이상헌, 그리고 김인성 혹은 정훈성이 하프 라인 근처에 머무르며 중앙의 전진 패스 길목을 막아섰다. 공을 가진 선수를 향해 달려들거나 하진 않았다. 만약 강원이 측면으로 공을 전개하면, 그 순간에는 윙어가 달려가 압박하는 모습이었다.

  울산이 주로 사용하던 4-4-2 형태의 지역 방어보다 많은 인원이 높은 위치에 머무르는 형태였지만, 그 인원들이 돌파당하지 않는다면 큰 문제는 없었다. 만약 패스 길을 찾지 못한 강원이 롱 패스를 시도한다면, 정승현, 원두재, 김기희가 충분히 끊어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셋 중 키가 가장 작은 원두재가 187cm인 것에 비해, 강원은 전방 자원 중 가장 큰 김지현이 184cm에 불과하다.)

 

 

  문제는 전방 자원들의 수비가 강원의 공격을 방해하는 것일 뿐, 공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강원이 무리한 패스를 시도하다 끊기지 않는 한, 강원의 공격 상황이 유지되었다. 당연히, 울산은 그동안 자기 진영에서의 수비 상황을 이어가야 했다.

  게다가 전방 자원들의 수비에 실수가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강원은 종종 울산 전방 자원들의 수비를 뚫고 공격 전개를 성공시켰다.

 

  강원의 공격이 하프 라인을 넘어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까지 도달하면, 울산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앞서 말했다시피, 강원은 공격 시 팀의 진형을 2-3-5에 가까운 형태로 전환했다. 필드 플레이어의 절반이 최전방에 쏠려있는 모양새다. 울산이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에서 수비에 성공한다고 해도, 고개를 들면 많은 수의 강원 선수들에게 둘러싸여있는 당혹스러운 장면이 자주 연출되었다.

  강원은 울산의 수비수가 공을 빼앗으면 그 즉시 강한 압박을 시도했다. 후방에 있던 미드필더들도 순간적으로 접근하며 울산이 역습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울산은 강원의 압박을 쉬이 빠져나오지 못했고, 다시 강원의 공격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강원의 공격수가 다섯 명이라는 점도 울산의 골칫거리였다. 채광훈과 김경중이 측면 깊숙한 곳까지 올라오고 세 명의 공격수가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쇄도하는 상황에서, 울산은 네 명의 수비수 외에도 원두재와 윤빛가람까지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의 수비에 가담해야 했다. 공격 상황을 무사히 막아내고 공을 빼앗아 와도,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죄다 골문 앞까지 내려와 있으니 빠른 역습 전개가 가능할 리 없었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울산은 강원에게 주도권을 내준 채 전반전을 마쳐야 했다.

 

 

 

후반전 울산은 무엇이 달라졌나?

 

  후반전 초반은 전반전과 이어지는 흐름이었다. 강원이 밀어붙이고 울산이 버티는 양상이 지속되었다. 하지만, 변화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득점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강원은 전반전의 경기 내용에 만족한 듯 보였다. U22 선수였던 정지용을 조재완으로 교체했지만 전술적으로 큰 변화는 없었다. 여전히 앞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울산을 밀어붙이는 모습이었다.

  울산은 하프 타임 동안 두 가지 콘셉트를 준비해온 듯했다. 첫 번째, '버텨라'. 전반전의 경기 내용이 좋았지만, 강원은 결국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다. 팀의 수비력을 믿고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흐름이 다시 넘어올 것이었다. 두 번째, '최대한 빠르게 측면을 노려라'. 측면 공격은 경기 이전부터 울산이 준비했던 것이었다. 다만, 후반전 들어 울산은 후방에서 머뭇거리지 않고 측면을 향해 공을 차 놓는 장면이 많았다. 울산의 윙어들은 울산이 수비를 성공하면 일단 상대 진영 측면을 향해 달렸다. 특히 두 번째 콘셉트가 가장 도드라졌던 부분은 조현우의 킥을 이용한 측면 공격 시도 장면들이었다.

 

 

  여기서 잠깐, 잠시 스크롤을 올려 강원의 공격·수비 포메이션 이미지를 확인해보라. 강원의 포메이션이 상황에 따라 복잡하게 움직이는 것 같지만, 사실 측면의 채광훈과 김경중은 백쓰리 전술의 윙백처럼 측면 전 지역을 홀로 책임져야 했다. 공격 시에는 거의 최전방까지 올라가야 했고, 수비 시에는 최후방까지 내려와 울산의 윙어들을 상대해야 했다.

  후반전 울산의 측면 공략은 이미 많이 뛰었던 강원의 측면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달리게 만들었다. 공을 뺏기기 전까지 울산이 라인을 내리고 버텼기 때문에, 강원의 측면 선수들은 거의 울산의 코너 플래그 근처에서부터 자기 진영을 향해 달려야 했다.

 

  재밌는 점은 후반전 강원의 왼쪽 측면을 달리며 채광훈을 괴롭게 만들었던 정훈성이, 후반 24분 비욘 존슨과 교체되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정훈성의 교체 아웃 약 2분 뒤, 강원은 조현우와 정훈성이 채광훈을 괴롭히던 바로 그 방법으로 실점하고 만다.

 

 

  울산의 첫 골 장면을 이야기하면서 이동경에 대한 칭찬을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김인성의 어시스트와 윤빛가람의 발리슛도 멋졌지만, 조현우의 킥을 받아 김인성에게 연결해주는 이동경의 패스는 정말이지 어마어마했다. 그야말로 '대지를 가르는 패스'. 방향, 탄도, 세기 모든 것이 완벽한 스루 패스였다.

 

  한 골을 실점한 강원은 다시 공격에 열을 올렸다. 분명 경기를 주도하고 있었는데 역습 한 방에 끌려가는 처지가 되었다. 빠르게 실점을 만회하고 싶었을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마음이 급했는지, 조지훈의 스루 패스가 김승대에게 연결되지 않으며 공격권을 잃었다.

  이어지는 조현우의 골킥. 강원은 그 골킥 이후 하프라인을 넘어서지 못했다. 조급하게 플레이하며 울산에게 휘둘렸다. 그리고 곧 주니오의 골이 터졌다.

 

  스코어가 2점 차로 벌어지면서 사실상 경기가 기운 듯했지만, 강원의 비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특히, 채광훈의 비극은 보고 있는 사람도 마음이 아플 정도였다. 경기 내내 강원의 왼쪽 측면을 오르내리며 고생했던 채광훈은, 자신의 담당 지역을 공략 당해 첫 번째 실점을 하게 된 것도 모자라, 세 번째 실점의 직접적인 원흉이 되며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이 파울로 얻어낸 PK를 통해, 비욘 존슨은 K리그 데뷔골을 기록했다. 득점왕 레이스 중인 주니오가 비욘 존슨에게 PK를 양보했다는 미담은 덤이었다. 비욘 존슨도 이번 마수걸이 골로, 불안해했던 주니오와의 경쟁이나 리그 적응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지 않았을까?

 

 

 

울산이 좋은 분위기를 이어 나갈 수 있을까?

 

  울산은 어려운 경기를 굳건히 버텨냈다. 내용에서는 다소 밀렸지만, 후반전에 다득점을 올리며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뤄냈다. 3일간의 휴식 뒤에 기다리고 있는 울산의 다음 경기는 서울 원정이다.

  서울은 최근 기나긴 터널을 경험하고 있다. 5월 말부터 4연패, 지난 6라운드에서는 대구에게 6:0으로 패하는 굴욕까지 맛봤다. 서울의 현재 순위는 10위. 수렁에 빠진 듯한 분위기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에게 상암 원정은 항상 쉽지 않은 경기다. 지난 시즌 김보경의 프리킥 골로 10경기나 이어지던 상암 원정 무승 징크스를 깼지만, 사실 그 경기도 잘 풀린 경기는 아니었다. 작정하고 틀어막으면 뚫어내기 어려운 최용수 감독의 수비 전술은 이진법 축구라고 비판받을지언정 상대 팀에게는 어마어마하게 무거운 숙제다. 이번 시즌 득점력에 문제를 보이고 있으니 다음 경기도 수비적으로 나설 공산이 크다.

  울산은 세 경기 연승의 분위기를 이어 나가야 한다. 아니나다를까 이번 라운드에 포항이 전북에게 역전패를 당하며 승점 3점을 헌납했다. 순위는 그대로, 승점 차는 여전히 1점이다. 전북은 다음 라운드에 승격 팀 광주를 만난다. 전북이 지길 바라는 것보다, 울산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울산의 승리를 다시 한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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