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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울산이 순위표 꼭대기에 올라있는지 보여주는 경기였다. 울산은 이번 라운드, 3위 상주와의 원정 경기에서 1:5로 대승을 거두며 선두 자리를 공고히 했다.

  이번 라운드 이전까지 상주는 12경기에서 11실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리그 개막전 울산에게 실점한 것을 제외하면 11경기 동안 7골밖에 실점하지 않았을 정도로 단단한 경기력이었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마저 이겨내는 등, 최근 상주의 흐름은 매우 좋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울산은 양 팀의 역학관계를 증명하듯 상주의 경기당 실점 기록을 다시 1점대로 올려놓았다. 경기 초반 선제골을 내주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가나 했었지만, 침착하게 제 플레이를 이어나가며 빠르게 역전하는 모습이었다.

  상주는 어떻게 선제골을 빼앗았고, 울산은 어떻게 경기를 뒤집어냈을까? 역전 이후 울산이 더 이상 실점하지 않았던 것은 무엇 덕분일까? 이번 경기를 천천히 되짚으며 살펴보도록 하자.

 

 

 

상주의 초반 전략

 

  4-1-4-1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선 상주는, 공격 상황이 되면 4-3-3에 가까운 형태로 움직였다. 양 측면의 강상우와 김보섭은 중앙 지향적으로 움직이고, 중앙의 오세훈은 넓은 활동 반경으로 움직이며 기회를 만드는 모습이었다.

  그 아래를 박용우, 한석종, 이찬동이 받치는 모습이었는데, 이들의 움직임 또한 흥미로웠다. 상주의 세 미드필더들은 고정된 역할이 없는 것처럼 움직였다. '누군가는 3선에 머무르고 누군가는 2선으로 전진한다'라는 역할 분담이 상황에 따라 굉장히 유동적으로 이뤄지며, 세 명 모두가 공수 양면으로 팀에 기여하는 모습이었다.

 

  상주의 전반 초반 전략은 전방 압박이었다. 상주는 경기의 첫 10여 분 동안, 높은 위치에서부터 울산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공을 잃은 뒤에도, 네 명 이상의 선수들이 울산 진영에서 물러나지 않고 울산의 후방 빌드 업을 방해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 전략이 결국 강상우의 선제골로 이어졌다. 전반 3분, 상주의 압박을 측면으로 뚫어보려던 울산의 빌드 업이 실패하면서, 이찬동에게 공을 빼앗기는 장면이 시작이었다.

 

 

  이 공을 한석종이 낚아채 김보섭에게 연결했고, 김보섭은 지체 없이 중거리 슛을 시도했다. 조현우가 좋은 반사신경으로 이 공을 쳐냈지만, 안타깝게도 급히 쳐낸 공은 쇄도하던 강상우 앞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강상우의 마무리, 전반 3분 만에 터진 이 경기의 첫 골이었다.

 

  지난 맞대결의 대승을 떠올리며 울산의 승리를 예상하던 사람들에게 이른 시간의 실점은 이변이었다. 상주는 리그에서 최근 6경기 동안 1실점밖에 하지 않았을 정도로 단단한 수비 조직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무리 울산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더라도, 원정 경기에다 그 상주가 상대라면, 경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흐를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울산은 상주에게 주도권을 허락하지 않았다. 약 11분 만에 동점골, 그리고 다시 약 3분 만에 역전골을 기록하며 경기를 뒤집었다.

 

 

 

경기를 뒤집은 울산

 

  역전을 위한 울산의 전략은 상주의 초반 전략과 유사했다. 전방 압박으로 상주를 밀어내, 경기가 진행되는 지역을 상주 진영으로 제한하려 했다.

  울산 1·2선의 강한 압박 때문에, 상주는 공을 빼앗은 뒤 울산 진영으로 쉽게 넘어오지 못했다. 오세훈의 높이를 활용해 압박을 피해보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불투이스와 정승현의 적극적인 수비는 상주의 롱 패스를 대부분 끊어놓았다.

 

 

  공격 상황에서의 울산은, 과감한 전진과 측면 활용이 돋보였다.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신진호와 고명진은 굉장히 넓게 움직이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상대 진영으로 넘어올 때면, 일반적으로 윙어가 있을 만한 위치까지 움직이며 상대 수비를 흩트리고, 측면의 공격 전개를 도왔다. 그리고 공격 전개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면, 최전방까지 전진하며 주니오에게 집중된 수비를 분산시켰다.

  두 중앙 미드필더가 전진한 뒤에는, 이내 후방 자원들이 따라올라와 그 뒤를 받쳤다. 상주가 수비 대형을 갖춰 역습이 무산되면, 박주호, 원두재, 설영우가 빠르게 공격 지역으로 넘어와 패스 워크에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지공으로 전환된 뒤에도 울산의 패스 워크는 매우 간결했다.

 

  김인성의 동점골은 후방 자원들의 공격 가세와 빠르고 간결한 패스 선택이 만들어낸 장면이었다.

  원두재가 높은 지역까지 공을 몰고 전진했다. 수비 블록 사이에서 고명진을 향해 패스를 시도했지만, 공이 박용우의 발에 맞고 굴절되었다. 튀어 오른 공을 고명진이 따라가, 침투하는 김인성에게 연결했다.

 

 

  고명진의 이 패스 한 번에, 상주 수비진은 허수아비 꼴이 되었다. 만약 고명진이 공을 잡아놓고 처리하려 했었다면, 박용우가 몸을 부딪치며 공을 빼앗았을 것이다. 아니면 김진혁이 앞을 막아섰을 수도 있다. 그리고 상주가 막아내지 못하더라도, 패스 타이밍이 늦어지며 김인성의 침투는 오프사이드가 되었을 것이었다.

  김인성의 침투도 좋았고, 퍼스트 터치 이후에 끝까지 쫓아갔던 움직임도 매우 좋았지만, 고명진의 빠른 판단과 패스가 없었다면 나오기 힘들었을 장면이었다.

 

  주니오가 기록한 울산의 두 번째 골은, 중앙 미드필더들이 넓게 움직이는 울산의 공격 형태를 보여줬던 장면이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격이 시작되었다. 이청용이 낮은 지역까지 내려와 빌드 업에 관여했고, 설영우가 그 공을 이어받아 상대 진영으로 전진했다. 이청용이 내려갔을 때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한 중앙 미드필더 고명진은 오른쪽 터치라인에 바짝 붙어서 풀백 안태현과 센터백 김진혁 사이 공간을 벌려놓았다. 주니오가 바로 그 사이 공간으로 침투했고, 설영우가 멋진 스루 패스로 주니오를 지원했다. 주니오가 골라인 근처까지 올라가자, 또 다른 중앙 미드필더 신진호가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으로 쇄도해 들어가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골 자체는 주니오의 개인 기량이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골이었다. 주니오의 침투와 상대를 속이는 움직임, 골키퍼 다리 사이를 정확힌 노린 기술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주니오의 기술적 면모를 드러낼 수 있게 해 준 팀의 전술적 움직임도 분명히 제 몫을 했던 장면이었다.

  고명진과 설영우, 그리고 주니오의 활약 덕분에 울산은 실점 14분여 만에 경기를 뒤집으며 경기 전체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었다.

 

 

 

역전 이후, 울산이 상주를 막아낸 방법

 

  앞서 언급했다시피, 상주의 공격은 4-3-3 형태로의 변화와 중앙 미드필더들의 유동적인 움직임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최전방의 세 선수는 공격 상황에 집중하고, 중앙의 미드필더들과 측면의 풀백들을 통해 공을 공격 지역까지 연결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겠다.

  상주의 중앙 미드필더들이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이유는, 상대 중원 자원들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예를 들어 후방에서 패스를 받은 박용우를 압박하면, 박용우는 이찬동에게 공을 넘기고 전진하며 수비를 떨쳐낸다. 상대 수비가 압박을 위해 전진했기 때문에, 박용우는 자연스럽게 그 수비가 나오며 생긴 공간으로 이동한 뒤 공격에 가담한다. 박용우가 전진했으니 이찬동은 후방에 남아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한다. 반대의 경우에는 이찬동이 전진하고 박용우가 후방에 남는 식이다.

  상주는 이 전술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왔고, 리그 3위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는 이 공격 방식이 잘 먹히지 않았다.

 

  주니오의 역전골 이후, 울산은 수비 전술에 변화를 주었다. 높은 위치에서의 압박 강도를 낮추고, 하프 라인 아래에 수비 진형을 만들었다. 김인성, 신진호, 원두재, 고명진, 이청용 다섯 명의 미드필더가 가로로 넓게 서서 울산 진영으로 넘어오는 길을 차단하는 모습이었다.

  이미 리드를 잡은 울산은 급할 것이 없었다. 상주의 미드필더가 공을 받아도, 압박을 위해 전진하기보다는 제 자리를 지키며 패스 길목을 막았다. 그러다 보니, 상주가 공을 전진시킬 공간이 나질 않았다. 울산의 미드필더들을 기준으로 상주의 진형이, 수비수들과 후방에 남은 미드필더 / 공격수들과 전진한 미드필더로 양분된 꼴이었다.

  숏 패스 플레이가 어려워진 상주는 롱 패스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 또한 울산의 예상 범위 안이었다. 울산의 수비수들은 미드필더 뒤편에서 상주의 공격수들을 마크하고 있다가, 롱 패스가 오면 여유롭게 공을 끊어내 역습으로 연결했다. 미드필더들이 패스 길목을 대부분 막아주고 있었기 때문에, 패스가 올 수 있는 방향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 울산의 수비 전술은 상주의 공격을 철저하게 틀어막았다. 더 이상 실점을 하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쐐기골까지 기록했으니, 울산의 전술적 선택은 대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주니오가 기록했던 쐐기골은 앞서 설명했던 수비 전술에서 시작된 장면이었다.

  패스할 곳을 찾지 못하던 박용우가 강상우를 향해 롱 패스를 시도했고, 설영우가 그 패스를 끊어냈다. 울산의 역습 찬스. 원두재가 루즈 볼을 이청용에게 연결하며 공격 작업을 시작했다.

 

전반 44분 주니오의 득점 직전, 박용우의 롱 패스를 끊어내는 설영우

 

  원두재와 공을 주고받으며 압박에서 벗어난 이청용은, 그 사이 전진한 신진호에게 로빙 패스를 연결했다.

  이때, 신진호의 플레이가 매우 좋았다. 신진호는 높게 날아오는 공을 가슴 트래핑으로 떨어뜨렸다. 그리고 망설임 없는 연속 동작으로 주니오에게 향하는 스루 패스를 시도했다. 박병현의 발에 맞고 굴절되긴 했지만, 공은 무사히 주니오에게 전해졌다. 그리고 주니오는 침착한 드리블로 수비수와 골키퍼를 피해 골을 성공시켰다.

 

 

  신진호의 패스는 겉보기에 어렵지 않아 보일 수 있다. 패스를 받기 전에 상대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황이었고, 신진호의 패스보다는 주니오의 침투가 좋았던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플레이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공중에 뜬 공을 가슴 트래핑으로, 그것도 점프하며 받아낸 뒤, 착지하자마자 스루 패스를 시도하려면, 공을 받기 이전부터 주변 상황을 모두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만약 신진호가 트래핑 이후 주니오의 침투를 확인했거나, 떨어진 공을 터치하며 패스 타이밍을 조금이라도 늦췄더라면, 이 장면은 주니오의 골이 아닌 오프사이드로 남았을 것이다.

  신진호의 명확한 상황 판단과, 간결한 플레이로 그 판단을 뒷받침할 수 있게 만들어준 기술적 능력이 빛났던 장면이었다. 그리고 물론, 주니오의 침착한 마무리도 매우 멋졌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상주는 이찬동을 빼고 문선민을 투입했다. 전반전 동안 울산의 '중원 차단' 전략에 막히며 제대로 된 공격을 못했던 상주였다. 김태완 감독은 교체와 전술 변화를 통해 공격의 활로를 찾으려 했다.

  문선민이 들어오면서 상주는 4-3-3의 유동적인 중원보다 정형화된 4-2-3-1 형태로 바뀌게 되었다. 문선민은 2선 중앙에서 섀도 스트라이커 역할을 수행했다. 아무래도 중앙 미드필더들이 임시적으로 전진하는 것보다, 공격수에 가까운 문선민이 전방 지역에 머물렀을 때, 조금 더 공격 마무리 단계에 힘이 실릴 것이었다. 그리고, 공격진의 머릿수를 한 명 더 늘린다면, 울산의 수비진들도 전반전만큼 롱 패스에 대응할 여유가 없어질 것이라는 판단으로 보였다.

 

  이에 대한 울산의 대응은 간단했다. 수비 블록을 만들 때 2선의 위치를 조금 더 아래로 내리는 것이었다. 미드필더들과 수비수들 사이의 간격을 줄여, 문선민의 움직임을 통제하려 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 대응 방식은 옳은 쪽에 가까웠다. 물론 문선민이 가끔 수비 블록을 뚫어내고 위협적인 기회를 만들어냈지만, 울산에는 조현우가 있었다. 단단한 수비 조직력과 조현우의 선방으로, 울산은 남은 시간 동안 더 이상 실점하지 않고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어? 이번 경기 김태환 결장이었나?

 

 

  이번 경기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선수는 역시 설영우였다. 설영우는 김태환 대신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해, 프로 데뷔 이후 두 번째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설영우의 활약 덕분에, 리그 개막전부터 12라운드 연속으로 풀타임 출전 중이던 김태환은 드디어 한 경기를 쉬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설영우가 보여줬던 모습이 '흠잡을 만한 것 없는 무난함'이었다면,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설영우의 활약은 'U22 선수 수준'으로 한정 지을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설영우는 오른쪽 풀백 포지션에서 공수 양면으로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공식적인 도움으로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역전골 장면에서 주니오에게 훌륭한 스루 패스를 연결했던 것도 설영우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후반전에는 직접 공을 몰고 올라가더니 김진혁의 자책골까지 만들어냈다.

 

사실상 공격 포인트 2개를 기록했다고 봐도 될 정도

 

  함께 오른쪽 측면에서 뛴 이청용과의 호흡도 매우 훌륭했다. 설영우가 득점에 관여했던 두 장면은 이청용이 설영우에게 패스하는 장면이 시작점이었다. 설영우와 이청용은 서로 이 대 일 패스를 주고받는 등 오른쪽 측면의 공격 전개를 이끌었다.

 

  설영우가 오른쪽 풀백 포지션에서도 이 정도로 잘해준다면, 울산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이청용-김태환의 오른쪽 측면 조합은 이번 시즌 공격의 주축이나 다름없다. 이 둘 중 한 명만 빠져도 공격 전체의 무게감이 달라지기 때문에, 웬만한 카드로는 대체하기 힘들다. 그런 와중에 어린 선수가 주전 선수 대신 출전해 이 정도로 활약해준다면, 팀이 장기적으로 시즌을 운영해 나가는 것이 훨씬 수월해진다.

  이토록 멋진 경기를 펼친 선수가 올해 막 프로에 데뷔한 신인 선수라니. 놀라운 데뷔 시즌을, 그것도 우승 경쟁 중인 울산에서 써 내려가고 있는 설영우다. 앞으로도 이 기세를 유지한다면, 이번 시즌의 K리그 영플레이어상은 설영우에게 돌아갈지도 모르겠다. 일단 울산의 U22 쿼터 경쟁에서는 설영우가 확실한 우위를 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쟁자들도 이 경기를 보며 분명히 이를 악물었을 것이다. 울산의 유망주들이 앞으로 얼마나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지, 그리고 그 경쟁 안에서 설영우가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을지,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보도록 하자.

 

 

 

김도훈 감독의 고민거리

 

  비욘 존슨은 후반 16분에 주니오와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밟았다. 김도훈 감독은 이미 스코어가 1:4로 벌어졌으니, 남은 30여 분을 백업 멤버들의 경기력 회복에 활용하려는 듯했다. 비욘 존슨 본인에게도 오랜만에 찾아온 리그 출전 기회이니만큼, 김도훈 감독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할 30여 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경기 비욘 존슨은 매우 부진했다. 30분이라는 시간 동안 슛 한 번 기록하지 못했다. 그나마 시도되었던 후반 40분의 슛 시도는 그 직전 이근호의 오프사이드로 기록에서 지워졌다. 게다가 그조차도 모두가 탄식할 수밖에 없을 만큼 부정확한 모습이었다.

 

시청하던 울산 팬들과 해설진이 입을 모아 탄식했던 그 슛

 

  취소된 슛 장면뿐만 아니라, 경기를 소화하는 내내 비욘 존슨의 움직임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특히 위치 선정에 대한 판단이 매우 아쉬웠다. 예를 들면 후반 19분의 공격 작업 장면에서의 움직임이 그러했다.

 

 

  비욘 존슨이 머뭇거리지 않고 조금 더 아래로 내려오며 공을 받아줬다면, 박병현의 발에 닿지 않는 위치에서 공을 받아내며 공격 상황을 이어갈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울산이 공격을 진행하던 오른쪽 측면에 상주의 수비가 밀집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 장면에서 크로스 패스나 수비수 키를 넘기는 침투 패스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웠다. 그럼에도 비욘 존슨은 센터백들과 동일 선상에서 공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동료들이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고 빠르게 판단해 팀에 도움이 될 만한 움직임을 보여줘야 했다.

 

페이스메이커세요?

 

  역습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청용이 왼쪽 측면에서 공을 받았던 후반 31분의 역습 기회, 이 장면에서 비욘 존슨의 움직임에는 아무런 의도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상대 센터백을 따라 조깅 수준의 속도로 달릴 뿐이었다.

  만약 비욘 존슨이 순간적으로 뒷걸음질 쳐 박병현과의 거리를 벌렸다면, 위협적인 중거리 슛 기회를 만들 수도 있었다. 공을 가지고 있던 선수가 이청용이었기 때문에, 그 기회를 못 보고 지나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반대로 속도를 올려 센터백 사이로 침투했다면, 그것 또한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이청용이 그런 기회를 못 살릴 리 없지 않은가?

  그러나 비욘 존슨은 그저 센터백을 따라 달렸다. 이런 움직임으로는 위협적인 기회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김도훈 감독도 비욘 존슨의 움직임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마지막 교체 카드에서 김도훈 감독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김도훈 감독의 선택은 이근호였다. 울산은 이청용을 빼고 이근호를 투입했다.

  이청용이 공격 전개의 중심이 되어 기회를 만든다면, 이근호는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침투하며 상대 수비를 분산시킨다. 강원의 공격을 이끌던 2017시즌에도 그런 역할을 맡았던 적이 있었고, 그즈음 국가 대표팀에서도 손흥민과 손발을 맞추며 비슷한 역할을 수행했었다. 장신 스트라이커와의 호흡도 2012시즌 울산에서 증명된 바 있으니, 비욘 존슨과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듯했다.

 

  이근호는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헌신적으로 뛰었다. 비욘 존슨보다 앞서 달리며 수비를 끌어들이는 모습이 있는가 하면, 어느 장면에서는 비욘 존슨에 쏠린 수비를 이용해 본인의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이근호와 비욘 존슨의 조합이 이번 경기에서 득점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울산이 이 조합을 실험해볼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

  곧 다가올 한여름에는 어느 포지션이든 로테이션이 반드시 필요하다. 비욘 존슨을 금방 방출할 계획이 아니라면, 주니오의 체력 관리를 위해서라도, 그 활용을 궁리하고 시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김도훈 감독의 실험은 계속되어야 한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는 이 투톱 조합에게 조금 더 긴 시간을 맡겨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입틀막 말잇못

 

🙊

 

 

 

지난 결과를 잊고, 지난 결과를 기억하며

 

  울산의 다음 경기는 강원과의 FA컵 8강전이다. 강원은 지난 16강전, 광주를 2:4로 꺾고 8강에 올라왔다. 울산은 강원과 지난 리그 12라운드에 맞붙은 지 10일 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지난 강원전은 꽤 힘겨운 경기였다. 주중에 있었던 FA컵 16강전과 무더운 날씨의 영향이었는지, 울산은 주니오의 PK골 이후, 수비적인 경기를 펼쳤고, 결국 1:0 승리를 거뒀었다. 당시 울산을 밀어붙였던 강원의 공세는 상당히 매서웠다.

  김병수 감독과 강원은 아마 '이번만큼은 울산을 꺾고 싶다'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강원은 김병수 감독 부임 이래 울산과의 경기에서 매번 괜찮은 경기력을 보이고도 안타까운 패배를 겪고 있다. 맞대결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아직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리벤지 매치를 준비해올 공산이 크다.

  그러니 울산은 지난번의 승리를 잊고, 새로운 마음으로 강원전을 준비해야 한다. 물론 적당한 로테이션은 필요하겠지만, 울산의 스쿼드는 누가 나와도 위협적일 만큼 좋은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방심하지 않고, 차분히 본인들의 플레이를 한다면, 또 한 번 FA컵 정상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다음 리그 경기 상대는 부산이다. 울산은 부산과의 지난 맞대결에서 1:1의 무승부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울산의 경기 내용은 매우 좋지 못했다. 부산의 강민수에게서 PK를 얻어내지 못했다면 그대로 질 뻔했던 경기였다.

  부산에게 또다시 발목을 잡히는 것은 절대 일어나선 안될 일이다. 전북과의 격차는 겨우 한 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부디 울산이 지난 경기를 곱씹으며, 이번 경기만큼은 반드시 승리해주길 바란다. 제발, 당분간은 제발 이변 없이 가자.

 

 

 

이 글은 울산 현대 팬 커뮤니티 '울티메이트'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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