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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두 경쟁이 매우 치열했던 라운드였다. 전북이 포항을 2:1로 잡아내며 승점 32점, 울산과의 격차를 메웠다. 하루 뒤에 경기를 치르는 울산 입장에서는 부산을 이겨야 이전 라운드의 승점 차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번 경기에 부담이 더해진 와중에도, 김도훈 감독은 몇 가지 전술적 실험을 감행했다. 경기 전 발표된 울산의 선발 라인업에는 지난 상주전이나 FA컵 강원전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 주전 선수들을 쉬게 해주는 로테이션이기도 했지만, 팀 운영의 장기적인 방향을 모색하려는 의도도 보였다.

 

 

 

김도훈 감독의 전술적 실험

 

  전술적 실험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선발 라인업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선수들은 홍철, 비욘 존슨, 이상헌이었다. 홍철과 비욘 존슨은 울산 이적 이후 처음으로 리그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홍철은 FA컵 경주 한수원전에, 비욘 존슨은 같은 경기와 ACL FC 도쿄전에 선발로 출전했었지만, 리그 경기 선발 출전은 처음이었다. 오랜만에 선발 명단에 등장한 이상헌의 이름은 지금까지 기용되던 2선 중앙이 아닌, 왼쪽 윙어 포지션에 올라있는 모습이었다.

  세 선수의 선발 기용이 전술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팀의 장기적인 청사진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그들의 포지션 경쟁자를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우선, 홍철은 박주호, 설영우, 데이비슨과 경쟁해야 한다. 이들 중 데이비슨은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설영우는 오른쪽 풀백, 왼쪽 윙어 등 다른 포지션에 기용될 수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쟁자라고 보기에 애매한 느낌이 있다. 결국 홍철과 경쟁하는 선수는 박주호다. 두 선수의 나이를 생각해봤을 때, 홍철(만 29세)이 박주호(만 33세)의 뒤를 이어 주전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울산에게 가장 바람직한 그림일 것이다.

 

  비욘 존슨의 경쟁자는 주니오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 울산은 주니오(만 33세)의 대체자로 비욘 존슨(만 28세)을 영입했다. 이미 전성기 나이를 지났다고 볼 수 있는 주니오를 타 팀으로 이적시키고, 비욘 존슨을 팀의 새로운 주포로 활용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결국 주니오는 팀에 잔류했다.

  지금까지 김도훈 감독은 4-5-1 계열의 포메이션을 주력 전술로 활용해왔다. 그 성향을 고려했을 때, 이번 시즌 주니오와 비욘 존슨의 경쟁은 불가피했다. 현재까지는 주니오가 경쟁의 승자로 보인다. 주니오는 이번 시즌 압도적인 득점 기록(14라운드 포함 14경기 18득점, 득점 랭킹 1위)으로 활약 중이다. 비욘 존슨의 팀 내 위상은 주니오의 백업 자원 혹은 경기 상황에 따라 교체 투입되는 차선책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비욘 존슨은 장기적으로 주니오를 대체해야만 한다. 울산은 비욘 존슨을 완전 이적으로 영입했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연히 상대 구단에게 이적료를 지불했을 것이고 선수와는 다년 계약을 맺었을 것이다. 올해는 주니오가 주전이더라도, 향후 몇 년간 비욘 존슨이 울산의 최전방을 책임질 확률이 높다.

 

  이상헌의 왼쪽 윙어 출전은 홍철의 출전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상헌을 왼쪽 윙어 포지션에 배치한 이유는 홍철의 공격적인 운용을 위해서였다.

  울산의 주전 왼쪽 윙어는 김인성이다. 김인성은 오른발을 주로 사용하지만, 왼쪽 윙어 포지션에 기용되더라도 소위 '인사이드 포워드'라고 불리는 스타일로 플레이하지는 않는다. 김인성은 왼쪽 측면에서도 측면 지향적으로 움직인다. 중앙으로 파고들기보다 종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김인성이 기용되면 왼쪽 풀백의 오버래핑을 기대하기 힘들다. 왼쪽 측면에서 공격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풀백이 오버래핑해 들어가야 할 가장 왼쪽 공간을 이미 김인성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이상헌은, 비교 대상을 U22 쿼터 경쟁자 설영우로 바꿔도, 더 중앙 지향적인 스타일의 선수다. 측면으로 위치를 옮긴대도 플레이 스타일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중앙을 향한 드리블을 자주 시도하는, 이상헌의 플레이 스타일은 앞서 언급했던 '인사이드 포워드' 역할에 꽤 어울린다. 이상헌은 전남 임대 시절에도 종종 측면 공격수로 출전해 중앙에 가까운 포지셔닝을 보여주곤 했었다.

  윙어가 중앙을 향해 움직이면 상대 측면 수비수가 중앙으로 끌려오면서 풀백의 오버래핑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상헌의 왼쪽 윙어 기용으로, 홍철의 가장 큰 장점인 빠른 속도의 오버래핑과 크로스 패스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장점은 '비욘 존슨의 높이'라는 강점과도 연결된다.

 

중앙으로 좁혀 선 이상헌과 왼쪽 측면으로 전진하는 홍철

 

  위 세 선수의 선발 기용으로 김도훈 감독이 실험하려 했던 것은 크게 두 가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비욘 존슨이 홀로 최전방을 담당할 수 있는가?'와 '홍철과 김태환을 동시에 공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가능한가?'라는 주제에 대한 실험이었다.

  울산은 전술 실험을 하는 와중에도 결과를 잡아내며 리그 선두를 유지했다.

 

 

 

두 골에 모두 관여했던 타깃맨: 비욘 존슨의 명(明)

 

  경기 결과를 놓고 보면, 김도훈 감독의 실험이 그럭저럭 괜찮은 결과를 얻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윤빛가람의 선제골은 홍철의 크로스 패스에서 시작되어 비욘 존슨 도움으로 기록되었다. 그리고 주니오의 결승골 또한 비욘 존슨의 헤더 슛이 만들어낸 장면이었다. 울산은 이 두 골로 1:2 승리를 거두며 전북과의 승점 차를 유지한 채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사실 실험의 결과는 실패에 가까웠다. 경기를 복기하며 그 실패 원인을 찾다 보면, 한 선수의 이름을 특히 자주 떠올리게 된다. 바로 비욘 존슨이다. 이번 경기는 비욘 존슨의 명과 암을 모두 볼 수 있었던 경기였다.

 

  전반전 추가시간에 나온 윤빛가람의 선제골은 비욘 존슨이 가진 장점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비욘 존슨은 본인의 신체 조건을 활용해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홍철의 얼리 크로스를 가슴으로 받아낸 뒤, 떨어지는 공을 발 바깥쪽으로 툭 쳐서 윤빛가람에게 연결하는 모습이었다. 제공권 장악 능력과 공 다루는 기술이 돋보였던 패스였다. 윤빛가람은 전진하는 기세 그대로 공을 받은 후, 정확한 하프 발리슛으로 골을 기록했다.

 

 

  주니오의 두 번째 골은 세트 피스 상황에서 나왔다. 비욘 존슨은 이 장면에서도 본인의 장점, 제공권 장악 능력으로 골에 관여했다.

  윤빛가람의 코너킥을 비욘 존슨이 머리에 제대로 맞혔다. 골문 안쪽으로 향하는 정확한 헤더 슛이었다. 아쉽게도 니어 포스트를 지키던 김문환이 이 슛을 걷어냈지만, 이를 주니오가 놓치지 않고 재차 차 넣었다. 비욘 존슨의 위협적인 헤더가 만들어낸 결승골이었다.

 

 

  두 골 모두 좋은 과정에서 나왔다. 승점 3점도 무사히 획득했다. 심지어 첫 골은 홍철과 비욘 존슨이 모두 관여한 골이었다. 그러나 김도훈 감독의 실험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경기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자. 울산은 전반전부터 상당히 고전했다. 경기를 장악해주길 기대했던 중원은 부산의 압박에 시달렸고, 중원의 지원을 받지 못한 공격진은 전반전이 흐르는 동안 3회의 슛 기록에 그쳤다. 그나마도 첫 기록이 38분대였다. 같은 시간 동안 부산이 시도한 슛 횟수는 5회. 양 팀의 순위를 생각하면, 울산의 최근 공격력을 생각하면, 울산이 얼마나 평소답지 못했는지를 알 수 있다.

 

  공격적으로 활용하려 했던 홍철은 오히려 이동준의 속도에 시달렸다. 공격 장면에서도, 팀이 중원 장악을 못하고 있다 보니 공격권을 유지하는 것에 애를 먹었고, 풀백이 공격적으로 올라갈 시간을 벌어주지 못했다. 이상헌을 왼쪽 윙어로 기용하면서까지 홍철의 오버래핑을 기대했던 김도훈 감독의 실험은 전반전 45분 만에 중지될 수밖에 없었다. 오버래핑 상황이 자주 나오지 않았을뿐더러, 홍철이 이동준을 막다 경고를 받아 실험의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었다.

 

  비욘 존슨 또한, 실험을 시도하며 기대했던 바와는 조금 달랐다. 김도훈 감독은 팀이 전반전 중반까지 슛 시도조차 못하는 것을 지켜보다 결국 전술을 수정했다. 35분 즈음, 왼쪽 윙어로 뛰던 이상헌의 위치를 비욘 존슨과 동일 선상으로 끌어올렸다. 그다음에야, 울산의 공격은 마무리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선제골이 나온 장면도 투톱 전환 이후의 일이었다.

  울산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김인성을 투입했다. 비욘 존슨은 다시 원톱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최전방에 홀로 선 비욘 존슨은 그다지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주니오가 교체로 들어왔던 후반 32분까지, 비욘 존슨이 시도한 슛은 단 2회였다. 그리고 그조차도 후반 15분에서 16분 사이에 모두 기록되었다. 15분에 기록된 슛은 김문환에게 막혔고, 16분에 기록된 헤더 슛은 골대 바깥으로 나갔다. 후반전 기록된 주니오의 결승골 장면 또한, 결국 다시 투톱이 된 이후에나 나온 장면이었다.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비욘 존슨 원톱 실험은 실패했다고 보는 것이 적당했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그럼 투톱으로 쓰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옳다. 비욘 존슨이 투톱에 어울리는 공격수라면 그에 맞춰 활용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비욘 존슨이 팀의 주전 자리를 차지하려면 원톱 역할을 소화해내야 한다. 투톱은 울산의 주력 전술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욘 존슨이 원톱을 소화해야 하는 이유

 

  이번 시즌 울산은 경기가 어렵게 흘러갈 때 비욘 존슨을 교체 투입해, 주니오-비욘 존슨 조합으로 재미를 보곤 했다. 그러나 이 조합을 활용하는 전술은 그야말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조커 카드에 불과하다.

 

  최전방에 두 명의 공격수가 서게 되면, 일반적으로 두 공격수는 역할을 분담한다. 각자의 역할을 딱 떨어지게 분할해 90분 내내 유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역할을 나눠갖는 비중에는 분명 차이가 생긴다. 한 명이 마무리 작업을 더 많이 시도한다면, 나머지 한 명은 공격 전개 과정에 더 참여하는 식이다. 상대 수비수들의 견제 또한 두 명이 나누어 받기 때문에, 원톱일 때보다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쉽다.

  그러나 최전방에 두 명이 배치된다는 것은, 다른 지역의 머릿수가 한 명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현대 축구에서 머릿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곧 그 공간의 장악력을 잃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투톱을 활용하는 팀들은 투톱을 기용하기 위해 다른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서울이 주로 사용했던 3-5-2 포메이션은 투톱을 기용하기 위해 측면을 희생한다. 서울의 윙백들은 측면에서의 공격과 수비를 홀로 책임져야 했다. 물론 센터백들이나 미드필더들이 유사시 윙백을 지원하지만, 평시에도 측면의 책임을 윙어와 나눠지는 풀백과 비교하면 그 부담이 확실히 크다.

  고전적인 4-4-2 포메이션을 활용하는 팀들은 중원 지역의 주도권을 포기한다. 요즈음의 팀들은, 기본적으로 3명의 미드필더를 중앙에 배치한다. 그것도 모자라, 윙어들을 좁혀 세우며 중원 장악에 힘을 더한다. 공격수들이 2선 이하로 내려와 패스 워크에 참여할 때도 있다. 3명 이상이 중원의 힘싸움에 가담하는 팀을 상대로,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들은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런 팀은 일반적으로 공격권을 유지하며 경기를 장악하기보다, 선 수비 후 역습으로 실리를 노린다.

 

  후반전 울산의 실점 장면은 투톱 전술이 포기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얼마나 큰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울산의 스로인, 부산을 공격적으로 밀어붙이던 울산은 투톱과 양 측면의 윙어, 오른쪽 풀백에 더하여 중앙 미드필더 윤빛가람까지 높은 위치에 전진해 있었다. 비욘 존슨에게 리턴 패스를 받은 김태환은 부산의 수비에 좀처럼 틈이 보이지 않자, 윤빛가람에게 공을 넘겼다. 패스를 받은 윤빛가람에게 이규성이 달려들었고, 윤빛가람은 공을 뒤로 물릴 수밖에 없었다. 패스를 이어받은 원두재는 오른쪽 측면에 밀집된 부산의 수비를 피해 방향 전환을 시도했다. 그러나 중원 지역에는 원두재의 패스를 받아줄 다른 미드필더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정승현이 후방 지역의 안정성을 포기하고 전진해 패스를 받았다.

  이 지점에서 일이 터지고 말았다. 이동준과 빈치씽코의 압박을 받은 정승현이 트래핑 미스를 저질렀고, 빈치씽코가 그 공을 빼앗아 역습을 시도했다. 정승현이 옐로카드를 받으며 이 역습을 저지하긴 했지만, 부산은 울산이 수비 대형을 갖추기 전에 재빠르게 경기를 재개해 결국 골을 만들어냈다.

 

투톱 전술의 나비효과가 실점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런 리스크를 안게 되더라도 투톱 전술을 사용했을 때를 가정해 보자.

  울산이 비욘 존슨을 투톱 중 한 명으로 기용한다면, 비욘 존슨의 역할은 타깃맨 스타일에 치우치게 될 공산이 크다. 신체 조건을 활용해 제공권을 장악하고, 긴 패스를 받아내고, 크로스 패스를 결정짓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역할은 울산의 선수단 구성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울산은 이번 시즌을 준비하는 겨울 이적 시장에서 기술적인 미드필더들을 영입하는 것에 매우 큰 비중을 두었다. 그 영입 정책으로 입단하게 된 선수들이 이청용, 윤빛가람, 고명진, 원두재 등이다. 이들은 이번 시즌, 짧은 패스 워크 중심의 울산 전술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고공 플레이에 적합한 타깃맨은 현재 울산의 전술에 어울리지 않는다. 게다가 투톱을 기용한다면 미드필더 중 한 명을 라인업에서 제외해야 한다. 비욘 존슨 한 명을 살리기 위해 주력 전술을 약화하는 꼴이다. 이미 주력 전술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울산의 입장에서 이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비욘 존슨이 주력 전술, 즉 원톱을 소화하지 못한다면, 이미 잘하고 있는 주니오를 쓰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선택인 것이다.

 

  따라서 비욘 존슨이 장기적으로 주니오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타깃맨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공간 침투, 미끼 움직임, 패스 워크 가담 등 여러 역할을 하는 원톱을 소화할 줄 알아야 한다. 비욘 존슨이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이번 시즌의 내용과 결과, 시즌 종료 후의 상황에 따라, 다음 시즌 팀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이기적인 움직임: 비욘 존슨의 암(暗)

 

  이번 경기에서 원톱 비욘 존슨은 무엇이 문제였을까? 무엇이 문제였기에 슛 시도조차 힘들 만큼 경기 운영이 어려웠을까?

 

  가장 큰 요인은 부산의 수비 방식이었다. 부산은 모든 선수가 많이 뛰며 촘촘한 압박으로 공간을 제어했다. 울산의 진영에서는 전방 압박을 시도했고, 자신의 진영으로 내려왔을 때는 빈치씽코까지 수비 블록에 가담하며 수비 간격을 좁혔다. K리그 데이터 포털에 따르면, 울산의 점유율은 경기 시간 내내 부산의 점유율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만큼 공 소유가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울산의 선수 구성도 문제였다. 울산은 윤빛가람과 고명진을 역삼각형 중원의 위쪽 두 점에 세워 중앙 공격에 무게를 실으려 했다. 그뿐만 아니라, 양 측면에 중앙 지향적인 이상헌과 이청용을 기용했다.

  이 모든 선수들이 중앙 지향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면, 3선의 원두재를 포함해 다섯 명의 미드필더가 중앙에 옹기종기 모여 서는 모습이 된다. 부산의 입장에서는 좁은 수비 간격을 유지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이 없었다.

 

  그러나 울산이 부산의 수비에 무조건 고전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니었다. 고전했던 전반전 상황에도 부산의 수비에 대응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예를 들어, 윤빛가람이 상대 수비 블록 바깥, 그러니까 원두재와 함께 3선에 머무르며, 부산의 압박을 피해 공을 소유하는 것도 방법이었다. 윤빛가람과 원두재 그리고 센터백들이 공을 소유하는 동안, 풀백들이 전진해 측면을 넓게 활용한다면, 부산의 수비 블록도 중앙에 밀집된 채 버틸 수는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울산은 이 방법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모습이었다. 중앙 미드필더들이 3선으로 내려와 공을 소유했고, 김태환과 홍철이 전진해 크로스 패스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 크로스 패스들이 번번이 수비에 막히거나, 중앙으로 연결되지 않아 큰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했다.

 

이 공격 전개의 결말 또한 고명진에게 패스를 받은 김태환의 크로스 패스 실패였다.

 

  다른 대처 방안은 앞선의 움직임이었다. 최전방의 비욘 존슨이 조금 더 적극적인 침투 움직임으로 상대 센터백들을 끌고 다닌다면, 상대 수비 간격이 벌어지고 공간이 발생할 수 있었다. 그 공간으로 2선 자원들이 침투하고, 그 2선 자원들의 움직임에 또 다른 수비수들이 끌려온다면 연쇄적인 공간 창출도 유도해낼 수 있다.

  하지만 비욘 존슨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부산의 수비 블록 속에서 공이 오기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의 움직임이 없으니, 부산의 수비수들은 굳이 제자리를 벗어날 필요가 없었다. 수비 블록이 유지되면서 2선의 움직임도 효과가 떨어졌다. 오히려 2선 자원과 비욘 존슨의 동선이 겹치며 공격권을 잃는 장면이 더 많았다.

 

 

  역습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비욘 존슨의 움직임은 매우 정직했다. 수비수들의 시야를 벗어나거나, 수비수들을 곤란하게 만들 만한 스프린트를 시도하는 일이 없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는 언제나 수비수들의 주요 경계 대상이다. 스트라이커가 갑작스레 움직인다면 수비수들은, 이 스트라이커에게 공이 오지 않는다는 확신이 없는 이상, 스트라이커를 따라 움직여야 한다. 역습을 당하는 상황에서는 그 판단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더 적다. 그래서 역습 상황, 스트라이커의 더미 런(Dummy run: 미끼 움직임)은 공간 창출에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나 비욘 존슨은 그런 움직임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스트라이커가 중앙을 벗어나지도, 침투 움직임을 보여주지도 않으니, 울산의 역습은 늘 측면으로 향해야 했다.

 

  리그 첫 선발 출전이었으니 뭔가 보여주고 싶고, 팀의 영웅이 되고 싶을 법도 했다. 하지만 그것을 고려하더라도 비욘 존슨의 움직임은 좋지 않았다. 이기적인 마음으로 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공격 장면에서는 본인이 직접 골을 노릴 수 있는 중앙 지역에만 머무르고, 수비 장면에서는 느긋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팀 전체의 움직임과 어울리지 않았다. 홀로 다른 경기를 치르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염병

 

  후반전 김도훈 감독은 이상헌을 빼고 김인성을 투입했다. 직선적이고 수비 가담이 좋은 김인성을 왼쪽 윙어로 투입해, 경고를 한 장 안고 뛰어야 하는 홍철의 공격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로 보였다. 그리고 그 교체 전술에는 '비욘 존슨 살리기'라는 의도도 숨어있었다.

  답답했던 전반전을 지켜본 후, 그 답답함에 대한 해결책으로 미드필더진에 변화를 준 것이었다. '측면 지향적인 윙어를 투입해 상대 수비 간격을 조금이나마 벌린다면, 공격이 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엿보이는 교체였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비욘 존슨을 앞세운 공격은 후반전에도 부진했다. 게다가 체력이 떨어지면서 수비 상황의 낮은 적극성 문제는 더욱 도드라졌다. 공수 양면에서 주도권 싸움에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경기였다.

 

 

  개인적으로 이번 경기 비욘 존슨의 모습은 최악이었다. 1개의 도움을 기록하고 나머지 한 골에도 관여했으니, 결과적으로 제 몫은 해준 것이 아니냐 되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적어도 필자의 눈에는 최악이었다.

  공격 장면에서도 수비 장면에서도, 비욘 존슨은 마치 울산의 나머지 선수들이 자신에게 맞춰줘야 한다는 듯이 뛰었다. 본인을 대신해 수비를 흔들어줘야 하고, 본인을 대신해 상대를 압박하고, 공을 빼앗아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차라리 주니오가 이런 움직임을 보였다면, 물론 경기 후에 비판적인 리뷰는 작성하겠지만, '그럴 수도 있다'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비욘 존슨이 이런 식으로 뛴다고? 비욘 존슨은 아직 울산에서 보여준 게 없다. 이번 시즌 비욘 존슨보다 보여준 게 훨씬 많았던 선수들이 왜 '비욘 존슨을 위해' 뛰어야 하나?

  정신 차려야 한다. 비욘 존슨, 당신은 아직 울산에서 기껏해야 '백업 공격수'다. 단디 해라, 단디!

 

 

 

와! 직관! 와! 유관중 경기!

 

  울산의 다음 경기는 8월 8일 토요일, 수원과의 홈경기다. 지난 라운드 유관중 전환 이후, 드디어 찾아온 홈경기 직관 기회다. 물론 이전처럼 응원가를 부르거나 서로 어깨동무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선수들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박수로나마 응원할 수 있는 날이 드디어 도래했다.

  주승진 감독 대행이 이끌고 있는 수원은 최근 성적이 썩 좋지 못하다. 이임생 감독 사퇴 이후 3경기에서 1승 2패 중이다. 지난 라운드에는 퇴장으로 한 명이 부족해진 대구를 상대하고도 0:1 스코어로 패했다.

  상대의 기세가 좋지 못할 때를 가장 조심해야 한다. 수원은 실망스러운 경기 이후 경기를 찾아준 홈팬들에게 지탄을 받았다. 오랜만에 느낀 육성 비판에 각성했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2라운드에 고승범과 크르피치에게 실점했던 장면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익숙함에 속아 승점을 잃지 말자.

 

 

 

이 글은 울산 현대 팬 커뮤니티 '울티메이트'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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